의경 완전 폐지로 집회·시위 관리 인력 감소…“패러다임 바꿀 때”
의경 3명이 하던 업무, 경찰관 1명이 담당해야
”인력 중심 치안에서 과학치안 패러다임으로 바꿀 때”

의무경찰(의경)이 이달 완전히 폐지되면서 집회·시위 관리 업무를 대체할 경찰관기동대가 새롭게 창설되고 있지만, 절대적인 인력 감소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기피부서로 분류되는 경찰관기동대 증가로 강제 차출 규모도 덩달아 늘어날 전망이라 일선 경찰관들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경이 사라진 현재 집회·시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올해 상반기에 경찰관기동대 4개를 창설해 59개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하반기 중 3개 부대를 추가로 신설해 ‘8개 기동단, 63개 부대’ 체제를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7일 마지막 의경 208명이 전역하면서 업무를 대체할 경찰관기동대 규모를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 의견 감소하는데 경찰관기동대 증가는 더뎌...의경 3명 업무를 경찰관 1명이
의경은 집회·시위 관리를 비롯해 교통단속과 방범순찰 등 치안보조 업무를 담당해 왔다. 의경은 1982년 이른바 ‘전투경찰대 설치법’ 개정으로 기존 전투경찰(전경)이 작전전경과 의경으로 분리되면서 탄생했다. 그러다 2013년 전경이 폐지되면서 치안보조 업무는 기존 의경으로 일원화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 차원에서 2017년 7월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인력 증원방안’을 내세우면서 의경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의경을 폐지하는 대신 이를 대체할 경찰공무원을 추가 증원해 공공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2017년 2만5911명이던 의경은 2018년 1만9495명, 2019년 1만4192명, 2020년 8976명, 2021년 4152명, 작년 1045명으로 매년 줄어들었다.
반면 의경이 하던 업무를 대체할 경찰관기동대 인력은 의경만큼 늘지 않았다. 현재는 의경 3명이 하던 업무를 정규 경찰관 1명이 해야 하는 수준이다. 2018년 서울 내 의경부대와 경찰관기동대는 총 97개였지만, 현재까지 의경부대는 74개 줄어든 반면 경찰관기동대는 37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 ‘뻗치기’ 하는 경찰관기동대 기피하는 경찰... “과학·기술 치안 위주로”
일각에선 절대적인 인력이 감소하면서 집회·시위 관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2021년 기준 전국에서 실제 개최된 집회·시위 건수는 8만6348건으로 전년(7만7426건)보다 11.5% 증가했다. 2019년 9만5255건보다 적은 수치지만, 2012~2018년 평균 4만7421건과 비교해서는 2배 가까이 뛴 수치다. 집회·시위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인데, 이를 관리한 인력은 매년 줄어드는 셈이다.
같은 해 기준 서울에서 열린 집회·시위는 1만4899건이다. 올해 같은 규모의 집회가 열릴 경우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관기동대 59개 부대·4500여명이 관리해야 한다. 1개 부대가 매년 252건의 집회·시위에 대응해야 하는 셈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의경 폐지로 집회·시위를 관리할 인력도 같이 줄면서 과거보다 경력을 동원하는 횟수 자체도 줄어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에만 경찰관기동대 7개 부대가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선 경찰관들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기피부서인 경찰관기동대가 늘어날수록 차출 규모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찰은 기동대 근무 희망자를 받고 있지만, 지원자가 많지 않아 순번에 따라 강제적으로 차출해 기동대에서 1~2년 동안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기동대 근무 이력이 있는 서울의 한 경찰관은 “집회·시위가 많으면 1주일 내내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며 “1주일 동안 100시간 근무한 정도 있다. 서울에서 지방까지 내려가는 일도 있어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선 경찰관은 “아무리 잘해도 티가 안 나는 곳이 기동대”라며 “예전에는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기동대 인력을 빼가더니 이제는 다시 기동대로 차출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물리력 행사도 제한돼 몸 안 다치는 것만 고민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관기동대는 야외에서 장시간 서서 근무하는 이른바 ‘뻗치기’가 주요 업무다. 경찰서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것과 비교해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계절과 관계없이 야외 근무를 해야 하고 불규칙한 근무 패턴으로 기피부서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치안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인력 투입에 의존하기보다도 체계화되고 과학적인 집회·시위 관리 방안을 마련해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집회·시위 관리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소위 말해서 ‘인력치안’이 아니라 ‘과학치안’과 ‘기술치안’ 위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응하되 장기적으로는 집회·시위 문화를 선진화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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