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지옥철, 이태원 그날 이후 승객 줄었다
일평균 이용객 꾸준히 감소
작년엔 핼러윈 이후 더 늘어
자차·택시·버스 출퇴근 선호
도심권 도로 혼잡도는 심화
"이태원 사고 이후 지하철이 무서워져서 최대한 지하철을 안 타려고 하고 있어요."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던 직장인 박 모씨(31)는 최근 교통수단을 바꿨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까지 출퇴근길에 차가 막혀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해왔지만 이태원 사고를 보며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하철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평소에도 출퇴근길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 서로 밀치고 끼어 타면서 다칠 뻔한 적이 종종 있어 압사 사고가 남 일 같지 않다고 느꼈다"며 "좀 더 일찍 나오더라도 버스 등을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사고 이후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을 꺼리는 심리가 확산되며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 줄어들고 있다. 지하철 대신 자차 이동이나 다른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택시 승차를 선호하는 추세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10월 29일) 이전인 서울 지하철 일평균 승차객(중복 포함)은 10월 셋째주(17~21일)에 765만5514명, 10월 넷째주(24~28일)에 771만9390명으로 증가하다가 사고 직후인 11월 첫 주(10월 31일~11월 4일)에는 일평균 승차객이 754만6541명으로 17만명가량 줄었다. 이 같은 감소세는 여전해 11월 둘째주(7~10일)에는 747만2806명까지 일평균 승차객이 줄었다.
주말 서울 지하철 일평균 승차객 감소폭은 더 크다. 참사 이전인 지난달 22·23일에는 522만539명, 사고 당일인 29일과 다음 날인 30일에는 531만1440명이었지만 이달 5·6일에는 497만4597명, 12·13일에는 478만4678명으로 50만명 이상 줄었다.
핼러윈(10월 31일) 이후로는 추워진 날씨 영향으로 지하철 승차객이 통상 늘었다. 전년도 서울 지하철 일평균 승차객은 핼러윈 이전인 10월 셋째주(18~22일) 657만2481명, 10월 넷째주(25~29일) 676만4691명에서 11월 첫 주(1~5일) 686만753명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말 승차객도 30·31일 440만3464명에서 직후 주말에는 452만2831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작년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지하철 승차객 절대숫자가 올해보다 적긴 했지만, 올해처럼 지하철 이용객 추이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압사 사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하철 대신 자차 출퇴근을 선택하는 시민이 늘어나면서 도로 혼잡도도 함께 커지고 있다. 평소 자신의 차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정 모씨(33)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전보다 도로에 차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며 "주변 동료들도 사고 이후 자차 출근을 하기 시작한 사람이 많고, 차가 없으면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택시 기사 최 모씨(65)도 "출퇴근길에 택시 호출이 평소보다 더 많다고 느꼈다"며 "도심권으로 갈수록 차가 막혀 손님들이 답답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시 교통 정보 시스템 토피스에 따르면 평일 기준 도심권 평균 시속은 10월 둘째주(10~14일)에 21.16㎞였지만 사고 이후인 11월 첫 주(10월 31일~11월 4일)에는 20.02㎞, 11월 둘째주(7~11일)에는 20.04㎞로 소폭 떨어졌다. 해당 기간 서울 시내 도로 교통량 집계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구체적 수치는 알 수 없지만 평균 속도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교통량이 늘어났음을 방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압사 사고 이후 시민들이 밀집된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지하철 이용객이 줄어든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다만 이태원 사고만큼 위험한 상황이 지하철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사고 직후라 안전에 유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데, 대규모 인파가 함께 이동하는 환승구간 등에서는 항상 안전에 유의하는 자세가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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