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스터의 스포티함과 크루저의 편안함을 동시에, BMW R 12

이제는 따스하다 못해 한낮에는 꽤나 덥다고 느껴지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고픈 욕망이 하루가 멀다하고 솟구칠텐데, 모터사이클이 없는 사람들은 어떤 걸 사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장르나 기종을 정했다면 상관없지만, 정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요소들을 두고 여러 대를 비교해가며 제품을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20~30대 젊은 층이라면 스포티한 성격이 강한 제품을 선호하겠지만, 40대가 넘어가면서부턴 예전처럼 제품을 선택하기엔 허리가 아프지 않을까 부담된다. 그렇다고 크루저를 선택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을텐데, 스포티함과 편안함, 양립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모델이 BMW R 12다.

BMW는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기존 R 나인티 시리즈를 단종시키고 후속 모델로 R 12 나인티를 발매했다. 이 때 함께 선보인 모델이 크루저 스타일의 R 12인데, 먼저 선보인 크루저 R 18과 비교하면 이게 크루저가 맞나 싶을만큼 느낌이 다르다. 보통 크루저하면 낮고 긴 차체, 즉 ‘롱 앤 로우(Long & Low)’ 스타일이 일반적이지만, R 12는 ‘롱’도 아니고 ‘로우’도 아니다. 오히려 로드스터에 가까운 스타일에 이것이 크루저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로드스터인 R 12 나인티와 비교하면 R 12의 특성이 명확해진다

하지만 함께 발매된 R 12 나인티와 비교하면 확실히 크루저가 맞다는 걸 알 수 있다. R 12 나인티의 경우 후미 쪽으로 갈수록 차체가 살짝 높아지는 디자인이지만, R 12는 반대로 뒤로 갈수록 살짝 낮아지는 디자인으로 차이를 보인다. 시트고에서도 R 12 나인티가 795mm지만 R 12는 754mm로 발이 땅에 안 닿을까 걱정할 일이 전혀 없다. 여기에 뒷바퀴 주변은 이렇다 할 장식 같은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펜더만 남겨 스타일에도 신경썼다.

계기판은 클래식함을 강조하는 원형 아날로그 방식이 기본 사양이지만, 옵션으로 3.5인치 TFT 디스플레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여타 TFT 디스플레이에 비해 슬림한 스타일이지만 주요 정보를 계기판으로 확인하고 쉽게 설정을 바꿀 수 있어 편리함을 원한다면 추천할만하다. 또한 편의성을 높이는 스마트키가 적용되어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낼 필요 없이 시동을 걸 수 있어 편하고, 장거리 주행에서 빛을 발하는 크루즈 컨트롤, 고산 지대에서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도 손의 조작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열선 그립 등도 탑재되어 있다.

파워트레인은 1,170cc 수랭 2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95마력/6,500rpm, 최대토크 110Nm/6,000rpm의 성능을 낸다. 일반적으로 크루저하면 떠오르는 저회전에서의 강력한 토크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세팅이지만, 반대로 이런 세팅이기에 크루저 스타일임에도 스포티한 맛을 즐기며 달릴 수 있다. 주행모드는 편안한 주행을 위한 ‘롤(Roll)’과 역동적인 주행을 위한 ‘록(Rock)’ 2단계를 제공하는데, ‘록 앤 롤(Rock & Roll)’을 염두에 두고 지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R 12는 안정성에 좀 더 힘을 준 모델이다. R 12 나인티가 앞뒤 모두 17인치 휠로 구성을 한 것과 달리, R 12는 앞 19인치, 뒤 16인치로 편안한 포지션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갈리겠지만, 편안함이 우선이라면 R 12 나인티보다는 R 12가 좀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래도 스포티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기어 시프트 어시스트 프로, 즉 퀵 시프트 기능도 갖춰놓았다. 여타 스포츠 모터사이클 못지않게 엔진 회전수에 맞춰 빠르게 변속해가며 달리는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차체의 무게는 227kg으로 로드스터보다는 무겁지만 300kg에 육박하는 다른 크루저들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경쾌함을 즐기고도 남는다.

브레이크는 앞바퀴에 브렘보 4피스톤 캘리퍼를 좌우 양쪽으로 달아 높은 제동력을 제공하고, ABS 프로를 더해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으로 차체를 멈춰 세울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에 마르조키 45mm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를, 뒤에 프리로드 조절식 모노 쇼크 업소버를 장착했다. 그리고 트리플 클램프 아래로 스티어링 댐퍼를 더해 앞바퀴에 요철 등으로 강한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조향이 틀어지거나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BMW R 12는 블랙 스톰 메탈릭, 아벤투린 레드 메탈릭, 옵션 719 토륨 등 3개 색상으로 발매되며 가격은 2,350만 원이다. 크루저답게 개성을 원하는 라이더들을 위해 휠, 시트, 배기 시스템 등 다양한 선택 사양들도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스타일로 구성이 가능하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모터사이클은 불가능하지만, 조금씩만 절충한다면 하나로도 다양한 맛을 즐기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BMW R 12는 독특한 스타일과 파워풀한 엔진으로 도심에서는 스타일리시함을, 교외에서는 투어링이든 와인딩이든 두루두루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인 만큼 욕심쟁이 라이더라면 선택지에 넣고 고민해볼 것. 실물은 가까운 BMW 모토라드 딜러나 곳곳에 마련된 라이딩 라운지에서 확인할 수 있고 시승도 해볼 수 있는 만큼 직접 경험해보고 후회없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