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쪽 “2025 의대 증원 ‘감축’이라도 해야 정부와 대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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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해 사직서를 집단 제출한 지 20일로 8개월을 넘겼다.
"그렇다. 주변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망감이 굉장히 큰 것 같다. 파업이 아니라 진짜 사직을 선택한 사람이 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정부에) 너무 실망해서 그냥 '외국으로 가겠다' '돈이나 벌겠다' '의사를 안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한 이유는 뭔가? "가장 자극적이었던 것이 '2천명 증원'이다. '밥그릇 싸움'으로 결부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새로 입학하는 이들이 의사로 배출되려면 10년 이상 걸린다. 이미 졸업한 전공의에게 타격이 와닿지는 않는다. 정부가 납득할 수 없는 안을 내고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저항의 목소리를 낸 것이었다. 의사들을 대화 상대로 존중하지도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 등에서 37차례 논의했다고 하지만, 정원 논의 과정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가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담은) 2020년 9·4 의정합의를 준수하지도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일할 수는 없으니 파업이 아니라 사직한 것이다." ―과거와 달리 전공의들이 응급실, 중환자실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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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해 사직서를 집단 제출한 지 20일로 8개월을 넘겼다. 의대 2천명 증원(내년 1509명) 등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는 여전히 큰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신 환자와 시민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의료 공백이 하염없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의료계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만나 의-정 갈등을 풀고 의료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들어봤다.
“정부, 의사들 대화 상대로 존중도 없어
전공의들 절망감에 파업 아닌 사직”
“필수과 전공한 선배 다수는 미용 시술
의사가 전공 살릴 인프라부터 갖춰야”
사직 전공의인 임진수(32) 대한의사협회(의협) 기획이사는 지난 15일 한겨레와 만나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려면 먼저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2025년 정원을 교육 가능한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현재 전공의들이 미봉책을 바라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임 이사는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외과 레지던트 수련 중 사직한 뒤 6월부터 의협 집행부에서 일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현재 전공의들은 어떻게 지내나?
“의원에 취직했거나 미국·일본 의사 시험을 준비하고, 코딩 등 의료 외에 다른 진로를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에 회의적이라고 했는데.
“그렇다. 주변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망감이 굉장히 큰 것 같다. 파업이 아니라 진짜 사직을 선택한 사람이 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정부에) 너무 실망해서 그냥 ‘외국으로 가겠다’ ‘돈이나 벌겠다’ ‘의사를 안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한 이유는 뭔가?
“가장 자극적이었던 것이 ‘2천명 증원’이다. ‘밥그릇 싸움’으로 결부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새로 입학하는 이들이 의사로 배출되려면 10년 이상 걸린다. 이미 졸업한 전공의에게 타격이 와닿지는 않는다. 정부가 납득할 수 없는 안을 내고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저항의 목소리를 낸 것이었다.
의사들을 대화 상대로 존중하지도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 등에서 37차례 논의했다고 하지만, 정원 논의 과정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가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담은) 2020년 9·4 의정합의를 준수하지도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일할 수는 없으니 파업이 아니라 사직한 것이다.”
―과거와 달리 전공의들이 응급실, 중환자실도 비웠다. 의료대란에 전공의들의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사직한 전공의들 중 다른 병원에 가서 응급실 환자를 보는 등 어떻게든 전공을 살려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가 고집을 꺾지 않아 현장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고, 아예 진료 현장에서 손을 떼는 사람도 많다는 게 (의료대란의)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들이 실제로 불안해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한명의 의사로서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다.”
―‘2천명 증원’에 전공의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뭔가?
“전공의들은 의대 교육을 받아봤으니 증원을 하면 물리적으로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의대 교육은 강의실과 교수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카데바’(해부용 시신), 임상 실습 인프라도 필요하다.
정부가 짚는 문제가 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도 있다. 필수과를 전공한 선배들 다수가 개원가에서 미용 시술을 하고 있다. 이미 있는 의사가 전공 과목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정부가 의대 증원 문제를 의료계와 어떤 방식으로 논의했어야 할까?
“과학적인 추계로 서로를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 문제였다. 가령 이런 과정을 거쳐 의사 수가 부족한 분명한 근거가 나오고, 그 결과 증원하기로 했다면 전공의들이 여덟달간 나왔겠나.”
―현재의 의-정 갈등에 대한 해법은 뭘까?
“눈앞의 미봉책을 바라는 사람은 없다.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자세를 보여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 사과가 있어야 한다. 도의적인 사과든, 앞으로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듣지 않아 발생하는 정책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든 있어야 한다.”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가 시작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25학년도 정원을 최소한 상식적으로 교육 가능한 인원으로는 감축해야 한다. 정부는 ‘2025학년도 정원 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지만, 정부가 버텨오다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안 된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입시 현장의 혼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입학한들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 의료계 내에서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최소한 이 정도가 돼야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전공의 복귀를 위해선 정부가 어떤 안을 내야 할까?
“지금은 ‘전공의들이 다 같이 복귀하자’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평범한 전공의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나와야 한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교육 가능한 수준으로 감축, 2026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은 완전 원점 재검토, 필수의료 패키지의 쟁점에 대해 지금까지 논의를 모두 중단하고 의료계가 동의할 수 있는 구조의 협의체에서 별도 논의’ 정도가 그런 안이라고 본다. 이에 더해 의대생은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 방안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대다수는 아무 의견도 내지 않고 있는데,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저항의 의미로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는 초강수를 두고도 (정부 정책의 잘못된 점 등에 대해) 진작 국민을 설득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게 굉장히 아쉽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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