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교체' 롯데면세점, 수익성 개선 시나리오는
최근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 롯데면세점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 김동하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면세 업황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적자를 지속해온 롯데면세점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특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점포 수와 인력 구조조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달 단행된 정기 인사에서 신임 대표에 김동하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이 선임됐다. 김 대표는 1997년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에 입사해 27년간 롯데에 몸담아온 정통 롯데맨이다. 그는 롯데정책본부, 롯데슈퍼를 거치며 경영혁신·전략수립·재무를 맡았다. 특히 그는 '경영효율화'에 방점을 찍고 비상경영 체제인 롯데면세점의 체질개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은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분기적자로 돌아선 후 올해 3분기까지 내리 적자를 내왔다. 올해 롯데면세점은 1분기 280억원, 2분기 183억원, 3분기 3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적자 규모는 922억원, 총 누적 적자 규모는 1180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체질 변경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다. 롯데면세점은 우선 국내외 비효율 점포를 철수시키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시내·공항면세점 7곳과 해외 면세점 13곳을 운영하는데, 올 6월 국내 시내면세점 중 최대 규모인 롯데월드타워점의 매장 규모를 35%가량 축소했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홍보관인 나우인명동도 이달 철수할 예정이다.
향후 거둬들일 지점 후보에는 부산점, 제주 시내면세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해외 면세점 철수도 검토한다. 지난달 28일 롯데지주는 기관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해외 면세점 중 경영상태가 부실한 점포의 철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추가 인력조정 가능성도 있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올 6월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뒤 8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임원 수를 조정하고 급여 20% 삭감, 조직 간소화, 업무추진비 삭감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기조가 새 대표 체제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비상경영 기조에 접어든 지 6개월이 됐다"며 "비효율적인 사업은 추가 조직개편을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체질개선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면세 업계 침체의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의 불황과 관광 트렌드 변화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불황으로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21년 매출 중 중국인의 비중은 97.3%였지만 올 3분기에는 79.5%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관광 트렌드가 객단가가 높던 단체관광객(유커)에서 개별관광객으로 바뀌면서 면세 업계에 타격을 줬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새로운 트렌드인 개별관광객을 위한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기존에 단체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상품군을 개별관광객이 선호하는 쪽으로 교체하고, 신진 브랜드를 발굴해 외국인관광객을 사로잡는다는 복안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기존의 단체관광객들이 이미 유명한 메가브랜드 제품을 선호했다면, 개별관광객들은 개성 있고 새롭게 떠오르는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반영해 신진 브랜드 발굴에 집중하고 마케팅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