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빛나는 경제성장 업적에 민주주의 퇴보 '얼룩' 조코위 10년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아이콘이 비민주적 유산을 남겼다."
로이터 통신은 10년간 집권하다 오는 20일 퇴임하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이렇게 평가했다.
1961년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조코위는 엘리트 집단과 결별하고 일반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2014년 대선에 출마해 정치 가문이나 군인 출신이 아닌 첫 문민 대통령이 됐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재선에도 성공하며 10년째 대통령직을 맡고 있다.
소탈하고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스킨십 하는 그는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경제적 성과도 거뒀다. 10년간 대규모 고속도로 건설과 동남아시아 최초의 고속철도 프로젝트, 자카르타 지하철 사업 등을 성공시켰다. 니켈 등 풍부한 자원을 원광 형태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고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정·제련소를 늘려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형태로 수출하도록 후방산업 육성 정책을 펼쳤다. 2억8천만명 인구 90% 이상이 가입한 건강보험제도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제외하곤 연 평균 5%대 경제성장률을 이어오고 있다. 2014년 9천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말 약 1조5천억 달러에 달하고,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천600달러에서 5천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인도네시아는 세계은행 기준 중하위 소득 국가에서 중상위 소득 국가로 도약했다.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지지율은 최근까지도 80%에 육박할 만큼 높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3선을 금지한 인도네시아 헌법을 바꿔 다시 한번 대선에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헌법을 지키겠다며 불출마를 선언,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임기 후반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은 결국 그가 인도네시아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고 비난한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정치 숙적이던 프라보워 수비안토를 사실상 지지하며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프라보워 당선인은 인도네시아를 30년간 철권 통치한 독재자 수하르토의 전 사위로 당시 군인이었던 그는 민주화 운동가나 동티모르 독립운동가를 무참히 탄압하는 등 인권 유린에 앞장섰다는 혐의를 받는다.
여기에 조코위 대통령 처남이 이끄는 헌법재판소는 대선 출마 연령 규정까지 바꿔가며 조코위 대통령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의 출마 길을 열어줬고, 기브란은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가 돼 부통령에 당선됐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조코위 대통령 차남인 카에상 팡아릅의 주지사 출마를 위해 선거법상 연령 제한 규정을 바꾸려했다. 하지만 이 시도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의 거센 반발에 무산됐다.
조코위 정권에서 부패 척결 상징이던 부패방지위원회(KPK)는 그에게 반기를 드는 정치인을 위협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조코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놓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벌써 그는 인도네시아 대표 정당 중 하나인 골카르당 총재에 자기 최측근을 앉혀 당권 장악에 나선다는 의혹을 받는다.
정치 전문가들은 그가 높은 인기를 등에 업고 차기 정부에서 상왕 노릇을 할 것이며 장남인 기브란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뛸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코위 대통령 비서실 부실장을 역임했던 야누아르 누그로호 박사는 "그가 그동안 해온 좋은 일들을 모두 지워버리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10년간 많은 업적을 이뤄냈고 많은 국민의 신임을 받는다.
임기를 하루 앞둔 지금 더 많은 업적을 쌓을 기회는 그에게 많지 않다. 오히려 뭔가를 더 하려는 시도가 노욕이 돼 자신이 쌓은 유산을 무너뜨릴 수 있다.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만이 그가 10년간 이뤄낸 업적을 온전히 보존하는 길일 것이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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