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중동 분쟁 종식을 위해 생산적인 협상을 진행했고 이란의 주요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자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23일(현지시간)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10% 이상 하락한 약 101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약 9.5% 내린 배럴당 약 88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난 이틀 동안 미국과 이란이 중동에서의 적대행위를 완전히 종식하기 위한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방부에 이란의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모든 군사 공격을 5일간 연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가 지난 21일 이란에 48시간 내에 핵심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이후 나온 것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다시 열릴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란 국영 매체는 전날 “이란의 적과 관련된 것을 제외한 모든 선박에 대해 안전한 통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700만~1000만 배럴(bpd) 감소한 것으로 추산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날 “현재 중동 상황은 매우 심각하며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 쇼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스 시장에 미친 영향을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IEA 회원국들은 지난 11일 이란 전쟁이 촉발한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4억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비롤은 필요할 경우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과 추가 비축유 방출을 협의 중이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중동 사태로 불안정해진 에너지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추가 방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이날 3~4월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98달러에서 크게 상향한 수준이다. 또 지난해 연평균 가격 대비 약 62% 상승한 수치다. 골드만은 WTI 3월과 4월 평균 전망치를 각각 98달러와 105달러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이 4월 10일까지 평소의 5% 수준에 머문다고 가정할 경우 그 기간 동안 유가는 상승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공급 집중 위험과 여유 생산능력 제한에 대한 각국 정부의 우려가 비축 확대와 장기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물동량이 10주 동안 정상 수준의 5%에 머물 경우 브렌트유 일일 가격이 2008년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전망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2008년 7월 배럴당 약 147달러까지 상승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몇 달 만에 40달러 수준까지 급락한 바 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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