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나답게 살아가려면 [조직문화 탐사기]
당신에게 건네는 사연과 질문
‘사연’을 보낸다고 하니 뭔가 제 소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로 직장생활 20년 차, 아빠 생활 15년 차로 살아가고 있는 40대 중반 남성입니다. ‘사오정 오륙도’란 말을 떠올려보면 앞으로 조직을 떠난 이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현실적인 고민이 많아지기도 할 시기인데요, 재미있게도 저는 요즘 ‘자기다움‘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이 더 많습니다.
작년 초 이사 온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 사우나 시설이 있어요. 어릴 때 동네 목욕탕에 다닐 때와 일본 여행 가서 료칸을 갔을 때 이외엔 공동 목욕탕을 가본 적이 거의 없다가 요즘엔 하루가 멀다고 거의 매일 사우나를 가요. 이른 아침 반신욕도 하고 습식 사우나, 건식 사우나를 하고 나면 몸도 개운하고 마음마저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사우나에서 벗은 몸의 사람들이 앞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양한 연령대의 살굿빛 몸들이 온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다 다른 삶을 살고 있을 텐데, 이렇게 보니 다 비슷해 보인다. 무언가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지만, 비슷한 몸을 지니고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며 결국 늙어가는 존재구나.’하는 인식이었죠.
사우나를 다니기 전엔 거울 속 얼굴만을 바라보며 세수하거나 거울에 비친 몸의 일부분을 바라보며 샤워하던 게 다였는데, 널찍한 사우나장에 있는 많은 거울 속에서 제 몸 전체를 바라볼 기회가 늘기도 했죠. 제 몸의 일부분만을 바라봤을 때와는 달리 벌거벗은 제 몸 전체를 조망하면서, 다비드상이랑 비교했을 때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기도 했어요.
‘비슷비슷해 보이는 몸으로, 멋지지만은 않은 몸으로 하루하루 살면서 결국 늙어가는구나.’하는 씁쓸한 결론에 정박할 수도 있었는데, 그 지점에서 묘한 질문이 피어올랐어요. ‘유사해 보이는 삶의 모습 속에서 나답게 사는 건 무엇일까?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나만의 삶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하는 어찌 보면 청년기에 던질 법한 철학적 질문이었어요.
사십여 년간 치열하게 달려오다가 살짝 브레이크를 걸고 제 삶을 돌아보는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반백 년 살아왔는데 앞으로 제게 주어질 가능성이 높은 남은 반백 년을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그럼에도 도움이 될 만한, 참고가 될 만한 글이나 문장, 책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려요. 고맙습니다.
* 글쓴이 : 인생여행자 정연
이십 년 가까이 자동차회사에서 HR 매니저로 일해오면서 조직과 사람, 일과 문화, 성과와 성장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몸으로 답하는 시간을 보내왔다. 지층처럼 쌓아두었던 고민의 시간을 글로 담아, H그룹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칼럼을 쓰기도 했다. 10년차 요가수련자이기도 한 그는 자신을 인생여행자라고 부르며, 일상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짓는다. 현재는 H그룹 미래경영연구센터에서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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