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는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는다

세계적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판다’라는 말로 바꿔 표현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세일즈라고 말했다. 예컨대 리더는 직원들에게 리더십을 팔고 그 대가로 팔로워십을 얻는 사람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애쓰는 모든 활동을 세일즈라고 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세일즈 성과를 높이는 팁이 일상 속에서 어떤 목표를 이뤄야 하는 여러 상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세일즈 성과를 높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세일즈에 관련된 몇 가지 착각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DBR 309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자.


요즘 김 대표는 속이 타들어 간다. 신규 고객이 늘지 않고 매출도 몇 개월째 그대로인데 직원들은 자신과 달리 변화에 별로 적극적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일즈 방법과 전략을 업무에 도입하라고 강조해도 반응이 미지근하다. 오히려 큰 효과 있겠냐고 반문하며, 바빠서 배울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옆에 있는 정 대리를 보더라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눈은 모니터를 주시하며 고객 요청사항을 처리하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동료와 통화 중이다.

다른 직원들도 정 대리처럼 멀티태스킹이 다반사다. 물론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런지 쉽게 피곤하고 방금 전의 일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일즈 현장에서 리더들이 종종 겪는 일이다. 혹시 당신은 세일즈맨이 아니니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상생활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애쓰는 활동은 모두 ‘세일즈’라고 볼 수 있다. 해당 아티클을 통해 세일즈 성과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접근 방식을 소개한다.

1. 가능성을 추구하자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을 때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공부 안 하면 안 돼? 공부 안 해도 성공할 수 있잖아!” 맞는 말이다.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공부를 포함해 어떤 분야든지 열심히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실패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들고 말이다.

세일즈도 마찬가지다. 성과가 나지 않을 때, 기존 방식을 계속 유지하더라도 어느 순간 고객이 증가하고 매출 실적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인풋이 같으면 아웃풋도 동일한 법이다. 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란 말이다. 그럼에도 성과가 좋아진다면 그것은 운일 뿐이다. 마치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저절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가능성이 낮다. 물론 감은 언젠가 떨어지겠지만 그때도 당신 입으로 떨어진다고 확신할 수 없지 않은가?

서두의 사례에서 직원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다. 공부를 하지 않고 성공을 꿈꾸는 아이들과 별 차이가 없다. 더 무서운 일은 그렇게 해서 성공하는 경우다. 잘못된 학습 효과가 생겨 조직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큰 효과를 내는 도구나 방법은 없다. 시행착오 과정을 거침에 따라 조금씩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기억하자.

세일즈 성과를 내고 싶다면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말이다. 의자를 예로 들어보자. 판매 지점에 딱딱한 의자를 두는 게 좋을까? 편안한 의자를 두는 게 좋을까? 어느 쪽이나 비슷할 거라고? 과연 그럴까?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세일즈가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눠 1만6500달러 자동차의 가격 흥정 실험을 진행했다. A그룹에게는 딱딱한 나무 의자가, B그룹에게는 편안한 안마 의자가 제공됐고, 참가자들은 주어진 의자에 앉아 영업사원 역할을 맡은 실험자와 1대1로 흥정을 진행했다. 실험의 진짜 목적은 의자의 종류가 가격 흥정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흥정 결과는 뚜렷하게 달랐다.

출처 : DBR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서 흥정을 진행한 A그룹이 B그룹보다 흥정을 훨씬 잘했다. 그들은 더 완강한 태도로 흥정에 임했고 B그룹보다 평균 347달러나 더 많이 자동차 가격을 깎았다.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더 불리한 세일즈를 한 셈이다.

반면에 B그룹은 실험자가 제시한 높은 가격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안마 의자에서 느끼는 신체적 안락함이 무의식적으로 가격에 대한 심리적 안락함으로 작용한 까닭이다. 사소한 의자 배치가 상대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쳐 세일즈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 것이다.

이러한 무의식의 활용은 고객을 상대할 때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직원 면담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다. 직원에게 어려운 부탁을 해야 할 경우, 사무실이나 회의실의 딱딱한 의자보다 카페의 편안한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면 어떨까? 상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거절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딱딱한 의자에서 진행하는 것보다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세일즈 성과를 올리고 싶다면 항상 가능성을 추구하자.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묘약은 없다.

2. 멀티태스킹의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자

성과를 높이고 싶다면 멀티태스킹의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효율적이란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6×9+13’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자신의 집 주소를 떠올려보자.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없다! 정보를 병렬로 처리가 가능한 컴퓨터와 다르게 직렬로만 처리하는 우리 뇌의 특성상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전두엽의 주의 집중 기능을 서로 다른 대상에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할 수는 있지만 동시에 두 가지 일 모두에 집중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출처 : DBR

뇌과학적으로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사람이란 한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주의(attention) 전환을 잘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과제 사이의 전환은 공짜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대사 비용(metabolic cost)과 전환 시간이 요구된다.

우리 뇌는 하나의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주의를 전환할 때 전두엽에서는 산소를 함유한 포도당을 대사 과정에서 태운다. 그런데 멀티태스킹으로 신속하게 지속적으로 주의 전환을 하다 보면 뇌는 연료가 금방 소진된다. 그 결과로 우리는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전신이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을 하면 비용만 추가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도 낭비된다.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을 하느라 한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 그 일을 하는 데 시간이 50%는 더 들 뿐 아니라 실수도 50%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비슷한 작업 2개를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에는 효율이 80∼95%나 떨어졌다는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주의 전환에 필요한 추가 시간은 해당 과제가 얼마나 복잡한가에 달려 있기는 하지만 멀티태스킹이 시간을 절약시키는 방법이 아닌 점은 분명하다.

멀티태스킹은 기억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탠퍼드대의 신경과학자 러스 폴드랙(Russ Poldrack)은 멀티태스킹을 하는 동안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 우리 뇌에서는 기억을 형성하는 해마(hippocampus)가 아닌 선조체(striatum)가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선조체는 습관 형성과 관련된 뇌의 영역으로 이곳이 활성화됐다는 것은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은 해마로 가서 다양한 방식으로 정리하고 범주화될 때 나중에 떠올리기 쉽다.

특히 고객 관리나 계약과 같이 세일즈에 중요한 업무는 한 번에 한 가지만 처리해야 업무 효율과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되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지혜가 세일즈 성과를 높이는 길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08호
필자 이수민
정리 인터비즈 방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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