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심사위원장 박찬욱 “예술과 정치 분리해선 안돼”

박찬욱 감독이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으로서 소감을 전했다. 박 감독은 한국 영화인 최초로 이 자리에 올랐다.
박찬욱 감독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열린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처음에는 아내가 가지 말자고 했다"며 과거 심사위원 경험이 스트레스를 동반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여러 차례 초청받고 상도 받은 만큼, 봉사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에는 박찬욱 감독 외에도 데미 무어, 루스 네가, 로라 완델, 클로이 자오, 디에고 세스페데스, 이삭 드 번콜, 폴 라베티, 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 등이 함께했다. 박 감독은 동료 심사위원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훌륭한 인물들과 함께할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심사 기준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예술과 정치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며, 두 영역이 충돌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밝혔다. 이어 "예술 작품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겼다고 해서 예술의 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반대로 정치적 메시지가 없다고 배제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창작자가 정치적 주제를 다루는 것은 자유지만, 예술적으로 승화되지 못하면 단순한 선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수상작 선정에 있어 "상들은 50년이나 100년 동안 남을 작품들에 주어져야 한다"며, 국적·장르·정치적 이념 등 외부 요인을 배제하고 작품 자체의 가치만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 영화가 변방에 머물던 시절에도 뛰어난 선배들이 많았다고 언급하며, 현재 한국이 세계 영화의 중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은 시대에 맞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영화는 더 이상 변방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칸영화제에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 연상호 감독의 '군체', 정주리 감독의 '도라' 등 한국 영화 3편이 초청됐다. '호프'는 17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이 출연했다. '군체'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도라'는 감독주간에서 상영된다. 이 밖에도 최원정 감독의 '새의 랩소디'가 라 시네프 섹션에 진출했고, 박지민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한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국적이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영화제 심사위원장이 영화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임을 강조하며, "우리 시대에 어떤 영화가 중요한지 세상에 알리는 데 기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는 23일까지 이어진다.
박 위원장은 '올드보이'(2003)와 '박쥐'(2009),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등 대표작들이 연달아 칸영화제에 초청되고 수상하는 성과를 내며 이른바 '깐느 박'이란 수식어로 불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