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거리서 머리 묶은 이란 여배우
이란의 유명 여배우가 히잡 착용을 거부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현지 당국에 체포됐다. 이란 독립 언론 매체 이란와이어(IranWire) 등은 20일(현지 시각) “헹가메 가지아니(52)가 반정부 시위를 선동, 지지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금됐다”고 밝혔다.
가지아니는 지난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테헤란 거리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긴 생머리를 뒤로 묶는 영상을 올렸다.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사흘 만에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22)에게 연대를 표시한 것이다. 그는 영상과 함께 “아마도 이게 마지막 게시물이 될 것 같다”며 “지금부터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숨이 멎을 때까지 이란 사람들과 함께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가지아니는 지난주에도 이란 정부에 대해 “아동 살해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그들은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50여 명의 아이를 죽였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피를 흘려야만 하는가” “나는 당신의 추악한 이름과 얼굴을 혐오한다”는 등의 정부 비판 게시글을 올리면서 최대 50만개에 달하는 ‘좋아요’를 받았다.
가지아니는 2000년 영화 ‘트와일라잇’으로 데뷔했고 2008년 불가리아 바르나 국제 페스티벌에서 여우주연상, 같은 해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국내외에서 활약했다. 가수와 번역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전역에 퍼지고 있다. 정부는 이 시위를 서방국가 등 외세가 선동하는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들의 유혈 진압으로 인해 시위에 참여한 400명가량이 숨지고, 1만6800명이 체포됐다고 추정했다. 이번 시위가 격화한 이후 지난주 공공질서 저해, 국가안보 침해 등 혐의로 첫 사형 선고를 받았던 시위 참여자를 포함해 현재까지 사형이 내려진 이들은 최소 5명이라고 영국 BBC는 전했다. 이란와이어는 “여성에게 더 많은 자유와 권리를 요구하는 이번 시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로 이란 정권에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