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폴 헌터'는 던전 익스트랙션 게임이다. 최근 몇 년간 업게를 달궜던 법정 공방의 '그 게임'처럼, 던전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PVPVE 익스트랙션 게임 맞다. 다만, 국내에서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일단 이 장르에서 제대로 붐을 일으킬 만큼 성공을 거둔 작품이 뚜렷하게 없는데다, 장르적 열풍이 잠잠해진 지난해 말에나 처음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더 쉽게 말하면, 다소 운이 없었다.
그럼에도 몇몇 유저들 사이에선 알음알음 입소문이 번져 있었고, 최근에는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해본 국내 유저들도 적지 않게 생겨났다. 딱 요 정도가 '플레이데이' 행사장에서 개발사인 '벨링 게임즈'를 만나기 전까지 알고 있는 정도였다.
현장을 기웃거리다 우연찮게 벨링 게임즈의 개발자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의외로 개발사가 한국에 관심이 많다. 게임의 한국어화도 이미 해 두었으며, 지스타 출전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기에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다 보니 아뿔싸. 나도 모르게 시연석에 앉아 버렸다.
그렇게 최면에 당한 듯 홀린 채 시작하게 된 시연. 이쯤 왔으면 어쩔 수 없다. 직접 플레이해보고, 어떤 게임인지 확인해 볼 수밖에.

'미스트폴 헌터'는 장르적으로 우리가 매우 잘 아는, 익스트랙션의 룰을 그대로 따른다. 참전 시 지참한 장비는 죽을 경우 드랍하고, NPC와 다른 모든 게이머가 적대 개체가 되며, 전리품을 얻어 탈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장르적 구조는 이미 수차례 검증되었기 때문에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같은 장르 내 모든 게임들이 골고루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장치나, 혹은 남다른 완성도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미스트폴 헌터'의 무기는 바로 '액션'이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미스트폴 헌터'의 액션은 매우 직관적이며, 조작도 쉽다.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하고, 이 중에는 스테레오타입에 가까운 전사, 암살자, 궁수, 마법사도 존재하는데, 마법사나 전사, 궁수 모두 조작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특별히 어려운 조작을 요구하는 캐릭터는 없다.

이렇듯, 액션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 보니 기묘한 이점이 하나 생긴다. PVP 없이, PVE만 해도 웬만한 액션 게임 만큼의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연 중 진행한 몇 번의 게임 중 한 번은 다른 게이머를 만나지 못해 혼자 신나게 던전만 탐험하다 탈출했는데, 그것 만으로도 상당히 재밌었다. 물론, 게임의 근간은 PVPVE인 만큼, 이런 플레이를 권장하는 건 아니지만, 정리하면 그만큼 액션이 잘 짜여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몇몇 익스트랙션 게임에서 나오는 구도인 '다수의 고가치 전리품을 바리바리 싸 들고 긴장한 채 출구를 찾아 해메는' 딱히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할 필요가 없다. 게임이 전체적으로 게이머에게 주는 압박의 강도가 그리 심하지 않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사전에 합의된 게이머들에 의한 티밍이나, 서버의 불안정성, 핵이나 치트 등 비인가 외부 프로그램들이 대표적인 문제라 할 수 있으며, 밸런싱의 척도나 게이머 커뮤니티와의 소통 등도 충분히 게임을 뒤흔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게임 제작에 비해 사소한 문제로 치부되기 쉬우나, 이로 인해 서버 문을 닫은 게임이 실제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 그 자체'에 초점을 두자면, 미스트폴 헌터는 충분히 잠재력을 지닌 게임이다. 한국어화가 공식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개발사도 한국을 무척 중요한 시장으로 여긴다고 말한 만큼, 정식 서비스를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