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아니다”…심정지 환자 살리는 CPR, 새 가이드라인 보니
여성 환자 브래지어 제거 없이 AED 부착 권고
영아는 양손으로 가슴 감싸안고 두 엄지로 압박

급성심장정지는 대부분 병원 밖에서 발생하며, 환자 곁에 있는 사람도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인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일반인의 신속한 대응이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국내 심폐소생술(CPR) 기준이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해 개정됐다.
질병관리청의 ‘2024 급성심장정지조사 통계’에 따르면,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 생존율은 6.1%에서 14.4%로 2.4배 높아졌고, 뇌기능회복률도 3.5%에서 11.4%로 3.3배 증가했다. 일반인의 대응 여부가 환자의 생존과 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이에 질병관리청과 대한심폐소생협회는 29일 ‘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은 2020년판을 토대로 국내외 최신 연구와 국제소생술교류위원회(ILCOR)의 합의 내용을 반영해 마련됐으며, 7개 전문위원회와 16개 전문단체, 73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개정의 핵심은 복잡했던 기준을 단순화해 일반인이 망설이지 않고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성인과 소아, 병원 안팎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 생존 사슬도 하나로 통합했다.
새 생존 사슬은 ▲심장정지 인지·구조요청 ▲목격자 심폐소생술 ▲제세동(심장충격) ▲전문소생술·소생 후 치료 ▲재활·회복 단계로 구성된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변화도 눈에 띈다. 가슴압박 시에는 구조자가 더 편한 손이 아래로 가도록 권고했으며, 여성 심장정지 환자의 경우 신체 노출에 대한 부담으로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이 늦어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브래지어를 제거하지 않고도 가슴 조직을 피해 패드를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영아 가슴압박 방법은 구조자 수와 관계없이 양손으로 가슴을 감싼 두엄지 가슴압박법으로 통일됐다. 이는 기존 두손가락 압박법보다 압박 깊이와 힘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구조자의 피로도도 줄일 수 있다는 근거에 따른 것이다.
물에 빠진 환자에 대한 지침도 구체화했다. 교육을 받은 일차반응자나 응급의료종사자는 인공호흡부터 시작하도록 했으며, 인공호흡이 어려운 일반인은 가슴압박만이라도 시행하도록 했다.

또 성인과 1세 이상 소아가 이물로 기도가 막혔을 때는 기존과 같이 등을 5회 두드린 뒤, 효과가 없으면 복부 밀어내기(하임리히법) 5회를 시행하면 된다. 반면 1세 미만 영아는 내부 장기 손상 우려로 복부 압박을 하지 않고 가슴 밀어내기를 시행하는데, 이번 개정에서는 이를 한손 손꿈치 압박법으로 하도록 추가 권고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처음으로 응급처치 분야도 포함됐다. 가슴통증, 급성 뇌졸중 의심, 천식 발작, 아나필락시스, 경련, 쇼크, 실신 등 심장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를 조기에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개정을 통해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참여가 확대되고, 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질병청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