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은 험난하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충분하더라도 시장의 언어로 전환해 투자자를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 비상장기업은 정보공개가 제한적이고, 상장사도 복잡한 사업구조나 불투명한 기업활동(IR) 전략으로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성장 잠재력은 있어 보이지만 정량화된 데이터나 구조화된 밸류에이션, 명확한 리스크 관리체계 없이 접근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투자 결정을 내리기 위한 정보의 깊이와 형식, 그리고 상호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자본과 기업을 잇는 독립자문사의 역할은 오래전부터 강조돼왔다.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투자자와 기업 간 정보격차가 커진 현재 실질적 가치는 더욱 도드라진다. 단순한 중개가 아니라 투자자와 경영진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도록 구조를 설계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전문가’가 존재하는 이유다.
한국에 자문사 차린 '글로벌 금융인'
나리타 마사시 엑셀리온 대표는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독특한 궤적을 보인 인물이다. 그는 이달 22일 <블로터>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중소·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자본시장에 접근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지금 살고 있는 부산에서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들을 보며 설립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나리타 대표는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뉴욕·런던·도쿄의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경력을 쌓았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에서 채권과 외환(FX) 트레이딩 업무를 맡았고, 이후 싱가포르에서 헤지펀드운용사를 창업해 대체투자와 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기관투자가부터 고액자산가까지 고객으로 삼아 자산배분 전략 수립, 종목 분석, 리스크 관리 업무 등을 담당한 뒤 2012년 한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지난해 대형 금융기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클라이언트를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해 엑셀리온을 설립했다.
나리타 대표가 강조하는 단어는 ‘균형’이다.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와 리턴을 정확히 측정하고, 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단순히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안에서 지속 가능한 결과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정직성과 독립성,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이라고 언급했다.
고객의 유형에 따라 자문 방식은 달라진다. 벤처캐피털(VC)은 성장성을 최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시장확장성, 후속투자 흐름 등을 중심으로 전략을 설계한다. 패밀리오피스는 자산의 안정성과 세대 간 이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리스크 분산, 세금구조, 장기운용 전략이 중요하다. 보험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는 리스크 조정 수익률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정량적 분석과 보고 체계가 핵심이다.
나리타 대표는 “VC는 성장성, 패밀리오피스는 안정성과 세대 간 자산이전, 보험사는 리스크 기반의 수익률에 초점을 둔다”며 “같은 투자라도 목적, 기간, 기대수익률이 다르면 자문전략 역시 정교하게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숫자 너머를 보는 훈련, CFA가 준 자산
나리타 대표는 이런 투자철학을 ‘감’이 아니라 구조화된 기준과 훈련으로 다듬었다고 말했다. 핵심에 있는 것이 '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 프로그램'이다. 실무에서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 산업구조까지 전방위적인 분석을 할 수 있게 한 프레임워크가 바로 CFA였다.
그는 “CFA 프로그램은 분석능력과 윤리기준을 확고히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특히 기업 실사를 진행할 때 회계적 분석뿐 아니라 거버넌스, 리스크 등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맞춤형 투자전략에 대해 조언해야 할 때 CFA의 전문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며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과 현금을 일정 수준 유지하며 보수적으로 경영하는 기업은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리스크를 회피할지 감수할지 판단해 각기 다른 전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거주 중인 부산에 대한 애정도 내비쳤다. 나리타 대표는 “부산은 한국의 금융중심지 중 하나로 CFA 멤버들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앞으로 지역 대학 및 산업체와 협력해 CFA 프로그램의 저변을 확대하고, 지역금융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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