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동 국가 및 러시아 정유시설이 공격받으며 지난 몇달간 전 세계 석유 정제 능력이 마비됐다.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공급 회복에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에너지산업 모니터링업체인 IIR 자료를 인용해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 하루 정제 능력인 1억50만배럴 중 9% 가까이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삭소은행의 올레 한센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공급 부족 현상은 정제유 시장을 계속 떠받칠 것”이라며 “특히 정유시설이 입은 피해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휘발유, 디젤, 항공유, 연료유 등 원유 기반 액체연료의 전 세계 일일 수요는 약 1억400만배럴에 달한다.
에너지애스펙츠의 조지 딕스 애널리스트는 정유업계가 팬데믹 기간 및 이후의 시설 폐쇄로 이미 여유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상태에서 올해를 시작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2월 말 중동전쟁이 발발해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지난달 브렌트유 가격은 4년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항공유 가격은 더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 3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급 부족으로 정유업체, 트레이더와 소매업체들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원유 및 연료 재고를 끌어다 쓰고 있다.
지난 4월 29일 토탈에너지의 패트릭 푸야네 최고경영자(CEO)는 약 5억배럴의 원유를 재고에서 방출했다고 밝히며 시설 재가동과 아시아 운송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규모가 10억배럴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빠르게 끝난다 하더라도 가격은 높은 수준에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IIR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중동전쟁으로 최대 하루 352만배럴 규모의 정제 능력이 감소했다. 이번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시설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정유공장인 라스타누라, 쿠웨이트의 미나 알 아흐마디와 미나 압둘라 정유소 등이 있다.
또한 IIR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하루 142만배럴 규모의 정제 능력 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로이터 추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 시설에 드론 공격을 감행하며 올 1~5월 16개 시설에서 하루 약 70만배럴의 원유 처리 능력이 중단됐다.
JP모건체이스 애널리스트들은 아시아와 유럽 전역에서 원유 부족으로 정유 처리 물량이 약 하루 380만배럴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FGE의 치린 탐 애널리스트는 “아시아와 러시아의 정제 가동 감소는 경유와 디젤 시장에 불균형하게 큰 영향을 미쳤다”며 “아시아 시장 수급은 견조한 공급 초과 상태에서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4월 EU 내 디젤 소매 가격은 리터당 2.11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걸프지역 공급 감소와와 과거 유럽 최대 공급국이었던 러시아산 디젤 수입 중단이 영향을 미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걸프 지역 공급이 완전히 대체되지 않을 경우 유럽이 이르면 6월부터 항공유 부족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 종료 이후에도 공급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IEA는 올해 걸프 지역 정유시설 처리량이 하루 870만배럴로 지난해 대비 9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EA는 또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이유로 올해 러시아 원유 정제량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올해 초 약 하루 520만배럴로 예상했던 2분기 처리량 전망치를 하루 480만배럴까지 낮췄다.
최경미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