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쌓인 16t 쓰레기 치웠다…저장장애 주민에 새 삶

김은혜 기자 2024. 10. 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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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둔 물건 속에서 쪽잠을 자던 한 저장장애 주민이 새 삶을 살게 됐다.

구미시는 저장장애로 10년간 쓰레기를 쌓아두고 살아온 한 주민의 주거지를 청소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했다고 24일 밝혔다.

구미시는 저장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이런 가정이 정신건강을 회복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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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저장장애 주거 취약가구’ 환경 개선
봉사자·전문 청소업체…이틀간 청소·주거 개선
10년 쌓아둔 물건 16t 폐기물 처리
“정신건강 문제 해결·따뜻한 공동체 의식 확산이 목표”
10년간 쌓아둔 생활폐기물 16t을 처리하고 있다. 구미시

쌓아둔 물건 속에서 쪽잠을 자던 한 저장장애 주민이 새 삶을 살게 됐다. 경북 구미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이 주민의 집을 대대적으로 청소하고 희망의 손길을 건넸다.

구미시는 저장장애로 10년간 쓰레기를 쌓아두고 살아온 한 주민의 주거지를 청소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지원 대상자는 지난 5월 경북도 내 최초로 제정된 ‘저장장애 의심가구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발굴됐다. 구미시는 저장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이런 가정이 정신건강을 회복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마련하고 있다. 

저장장애는 강박증의 일종으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행동을 일컫는다. 물건을 버리려고 했을 때 불안과 불편한 감정을 느껴 쓸모없는 물건까지 무분별하게 모으고 버리지 않는 특징이 있다. 특정한 물건을 통제가 가능한 상태에서 모으는 취미나 절약과는 다르다.

해당 대상자의 집은 주방, 현관, 화장실 안까지 물건이 쌓여 있어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악취와 미관 문제 등으로 이웃 주민들도 10년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자는 심한 강박증세로 타인의 개입을 강하게 거부했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해당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쓰레기와 불필요한 물건으로 가득찬 집 내부(왼쪽)와 청소 지원, 주거 개선으로 달라진 모습(오른쪽). 구미시

서혜진 구미시 복지정책과 담당자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상자가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보니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복지통합사례 관리자가 3~4개월간 대상자를 만나고 전화도 계속 드리면서 심정적으로 공감하고 설득했다. 결국엔 그 분이 우리 시가 도움을 주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열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청소는 이틀에 걸쳐 진행했는데, 봉사 단체·모임 등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며 “대상자, 가구원과 상의해 필요한 것은 빼고, 못 쓰는 물건은 사다리차로 내리고 하면서 폐기물 처리를 진행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정책 담당자의 진심 어린 설득과 대상자에 대한 관심, 구미시의 정책적 지원이 맞물려 이뤄졌다.

지난달 9~10일 진행된 청소 작업에는 주민 봉사자 20명과 전문 청소업체가 투입됐고, 대대적인 정리 끝에 16t에 달하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했다. 오염된 장판과 벽지도 전부 교체하고 화장실 수리, 싱크대 교체, 방역 작업도 진행했다.

구미시는 청소 작업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사후 관리에도 힘쓸 예정이다. ▲심리상담 ▲정신건강 치료 ▲일상돌봄 연계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으로 대상 가구의 안정적인 생활을 도울 방침이다.

강명천 구미시 복지정책과장은 “저장장애 가구 지원은 단순한 청소를 넘어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따뜻한 공동체 의식을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의하면 저장강박은 증상에 따라 항우울제 처방과 인지행동 치료, 심리치료를 통한 행동 변화, 행동 조절을 위한 항정신병 약물 사용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물건에 대한 집착이 많고 사소한 물건에도 가치를 부여하며, 물건을 버릴 때 불안하다면 상담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 또 뇌손상이나 치매로 인지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판단력이 저하되면 쓸데없이 물건을 모으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저장 강박증(저장장애)에 대한 설명. 국립정신건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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