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작품 배역과 혼연일체가 되며 대표 캐릭터를 갱신하는 배우, 러네이 젤위거. 지난 4월 그가 새로운 [브리짓 존스] 시리즈로 돌아왔다. 사랑스러운 로코 퀸, 러네이 젤위거의 귀환을 기념해 그의 연기 인생을 되짚어 본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세계적 배우가 되다

러네이 젤위거는 1969년 스위스 출신 아버지와 노르웨이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처음부터 연기를 평생의 업으로 꿈꾸지 않았다. 고등학생 시절 학업 성적이 우수했던 그는 명문으로 꼽히는 텍사스대학교에 진학해 영문학을 전공했다. 당시 텍사스대학교 학생들은 예술 관련 분야를 필수교양 과목으로 수강해야 했는데, 러네이 젤위거는 연기 수업을 선택했고 이는 그가 배우의 길로 들어서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러네이 젤위거는 1992년 TV 영화 [살인 본능]으로 데뷔했으나, 이후 연기할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이듬해 공포영화 [멍하고 혼돈스러운]과 [쟈니와 미씨] 등에 출연 했지만, 출연진 명단에서 누락되거나 출연 장면이 완전히 삭제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수많은 오디션에 도전하며 배우의 꿈을 계속 키워나갔다.
할리우드 유망주로 떠오르다

러네이 젤위거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첫 작품은 [제리 맥과이어](1996)다. 이 영화에서 그는 세계적인 배우 톰 크루즈의 상대역으로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세밀한 표정 연기와 풍부한 감정 표현을 통해 러네이 젤위거는 자신이 결코 평범한 배우가 아님을 입증했고, 외모가 뛰어나지 않다는 이유로 그의 가능성을 의심하던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 결과, 그는 미국 비평가협회가 수여하는 ‘크리틱스 초이스상’에서 최고의 유망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등극하다

러네이 젤위거는 ‘브리짓 존스’라는 캐릭터를 만나며 연기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으로 손꼽히는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에서 그는 30대 싱글 여성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진솔하게 그려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허술하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브리짓 존스를 완벽하게 소화한 그는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의 연기는 ‘브리짓 존스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았다. 세계적인 배우 엠마 톰슨은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브리짓은 상상할 수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 이 작품으로 러네이 젤위거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여주인공으로는 이례적으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존재감을 확고히 입증했다.

러네이 젤위거는 브리짓 존스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다. 극 중 출판사 홍보 담당 직원이라는 설정에 녹아들기 위해 실제로 영국의 한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현장 분위기를 익혔고, 자연스러운 영국식 영어 발음과 악센트를 체득했다.
또 늘씬하지 않은 캐릭터의 외양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약 10kg 증량하기도 했다. 이는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그는 “ 속편이 제작된다면 절대 출연하지 않겠다”는 말로 그 과정이 얼마나 혹독했는지를 털어놓았다.
작품마다 놀라운 이미지 변신

러네이 젤위거는 매 작품 캐릭터와 서사를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카고](2002)에서는 매혹적인 ‘록시 하트’ 로, [주디](2019)에서는 미국의 전설적인 배우 ‘주디 갈랜드’로 완벽히 변신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뮤지컬 장르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던 러네이 젤위거는 위 두 작품에서 춤과 노래라는 낯선 영역에 과감히 도전했다. 특히 [주디]에서는 모든 노래를 직접 소화하기 위해 1년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으며, 본래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를 낮추는 과정에서 후두염을 겪는 등 신체적 고통도 감내했다. 이런 헌신적인 노력은 결국 빛을 발했고, 그는 [주디]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시카고]와 [주디]를 통해 러네이 젤위거가 작품 속에서 노래를 부르면 흥행은 물론 평단의 극찬까지 이끌어낸다는 이야기가 회자되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사례. 극 중에서 러네이 젤위거는 잠옷 차림에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 에릭 카먼의 ‘All by Myself’를 열창한다. 노래가 진행되며 실연으로 인한 실망과 외로움은 점차 유쾌하고 생기 넘치는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브리짓 존스와 함께 성장해 가다

러네이 젤위거는 얼핏 평범해 보이는 캐릭터에 사랑스러운 매력을 더하며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끈 일등 공신이다. 실제 서른두 살의 나이에 브리짓 존스를 처음 만난 그는 이후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2004),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2016) 등 여러 시리즈를 거치며 자신의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어느덧 50대가 된 지금, 러네이 젤위거가 새로운 브리짓 존스 이야기로 다시금 우리 곁을 찾았다. 4월 16일 개봉한 [브리짓 존스: 뉴 챕터]는 중년에 접어든 싱글맘 브리짓 존스가 젊은 시절보다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과거에 만난 바람둥이 ‘다니엘’(휴 그랜트)과의 또 다른 이야기를 예고한다.
여전히 무대 위에서,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러네이 젤위거. 그리고 그와 함께 성장해 온 브리짓 존스. 두 인물의 새로운 앞날을 반가움의 박수로 맞이한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5월호
에디터 조윤주(yunjj@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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