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먹고 마셨을 때 맛있어지는 일을 전문용어로는 페어링(Pairing), 불어로는 마리아주(Mariage)라고 합니다.되게 어렵게 들리는 단어죠? 와인같은 좀 있어보이는 술에만 쓰이는 단어일 것 같구요. 그런데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페어링은 정말 쉬워요. 파전 먹다 막걸리 생각나고 치킨 먹다 맥주 생각나는 일. 이런 게 전부 다 한국식 페어링이거든요. 본질을 명확히 되짚어보면 페어링은 일상에서, 식탁에서, 누구나 발견하고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 정답은 없지만 맛의 장르와 연결고리라는 정교한 논리를 기반으로 실습을 통해 나만의 경험을 축적하는 지능놀이요 :) 위키드와이프(WKD)는 서양요리나 호텔요리 말고 떡볶이나 순대, 만두에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 그 경험을 글로, 사진으로 만드는 회사입니다. 오늘의 추천와인은 역대급 미세먼지를 기념하여 삼겹살와인으로 정했어요! 맛있게 자글자글 구운 삼겹살에 달콤한 스위트 스파클링 와인을 '잘못' 페어링하면 얼마나 불행하게요? 페어링만 잘해도 행복해지는 방법, 위키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주제인 삼겹살와인의 진짜 이름은 이탈리아에서 온 '산지오베제'입니다. 먹보되실 준비 완료하셨길 바라며, 3분만에 와인전문가 되는 법 시작합니다!
포도란 마치 사람같은 과일이라서
산지오베제라는 적포도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에서 태어났습니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사과, 한국 경상도 청송의 사과처럼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산지오베제도 완벽한 정체성을 가진 멋진 과일(포도)입니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들은 어떤 나라, 지역에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조금씩 때로는 아주 극단적으로 , 스타일이 달라집니다.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태어난 샤르도네 청포도가 새침하고 속을 알 수 없다면,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산지오베제는 그냥 뭐 동네친구예요. 꾸밀줄도 모르고, 예쁜 말도 못하고, 촌스럽고 털털한 친구 말이죠. 하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알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해, 한번 친구가 되고나면 관계를 정리하기 어려운 멋진 포도입니다. 안 그런 포도도 있냐구요? 그럼요. 포도마다 다 달라요. 포도는 각자의 개성과 고유함이 분명히 드러나는, 마치 사람같은 과일이기 때문입니다.
맑고, 가볍고, 경쾌한 산지오베제
산지오베제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를 대표하는 토착품종입니다. 프랑스 출신 카베르네소비뇽이나 피노누아, 샤르도네가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며 방랑유랑단같은 연극을 하는 글로벌 포도들이라면 이탈리아 토착품종들은 좀 보수적이라 태어난 나라와 지역을 잘 떠나지 않아요. 산지오베제도 영원한 토스카나주의 스타입니다. 산지오베제로 만든 레드와인은 맑고, 가볍고, 투명한 체리빛이고, 산도가 톡 튀어오르고, 푹 익은 거룩한 느낌보다는 신선하고 경쾌한 느낌이 혀를 즐겁게 하죠. 종종 이탈리아 레드와인을 마시고 '우웩, 나는 신 맛 나는 와인 정말 싫어'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산지오베제의 특징은 신 맛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신 맛 때문에 어울리는 특정한 음식들이 생겨나게 되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삼겹살입니다.
페어링은 한 사람의 소중한 식탁을 망치기도 하고, 끌어올려주기도 한다
고기에 잘 어울려요, 치즈에 잘 어울려요, 해산물에 잘 어울려요, 이런 말로써의 페어링, 저는 별로 안 좋아합니다. 고기에 잘 어울린다고? 그럼 무슨 고기? 양고기? 소고기? 삼겹살? 돼지갈비?간장양념? 고추장양념? 소금간? 모든 요소가 페어링에 영향을 줍니다. 삼겹살와인을 양고기에 먹으면 양고기에 굴복하기도 하고, 간장양념 불고기에 화이트를 잘못 페어링하면 혀에서 쓴맛이 납니다. 그래서 어떤 양념을 한 어떤 음식에 어떤 와인을 페어링하는지는 정말정말 중요한 일이예요. 한 사람의 소중한 한 끼 식탁을 망치기도, 끌어올려주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왜 산지오베제는 불고기와인도 양고기와인도 아닌 삼겹살와인일까요? 다음 예시를 읽어보세요. 페어링에 진입하면 같이 먹고 마신 뒤 여러가지 현상이 발생합니다. 아래 리스트를 한번 읽어보세요.
- 재료의 단점을 감싸안아주는 보완페어링
- 각자의 맛이 최고치로 끌어올려지는 상승페어링
- 전혀 다른 맛으로 발전하는 변신페어링
- 자극적인 맛을 더 자극하는 자극페어링
- 자극적인 맛을 부드럽게 눌러주는 중화페어링
- 있으나마나한 평행페어링
- 영원히 맞닿을 수 없는 상대성페어링
- 나란히 추락하는 지옥페어링
산지오베제로 만든 레드와인에 삼겹살을 페어링하면 보완페어링이 발생합니다. 토마토파스타를 페어링하면 상승페어링이 발생하죠. 과일크림치즈를 페어링하면 지옥페어링이 됩니다. 아래 삼겹살와인을 먹으면 일어나는 일? 버튼을 클릭해 유료구독을 신청하시면, 삼겹살와인 페어링을 탐구하고 놀이처럼 즐겁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심화학습편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한달, 석달, 6개월, 1년, 저희가 보내드리는 목요와인레터를 통해 공부하다보면 언젠가 삼겹살와인을 스스로 찾아내는 멋진 나를 만나게 될거예요. 포도품종을 가볍게 공부한 뒤 유료레터를 통해 페어링로직을 연습하면 떡볶이와인, 만두와인, 딤섬와인, 두릅와인도 혼자 찾아낼 수 있게 되는거죠. 위키드와이프 와인레터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와인문장을 지향합니다. '그냥 믿고 먹어봐! 맛있어!'라고 강요하지 않고 쉬운 논리에 근거하여 어울리는 알고리즘을 제안합니다. 삼겹살와인을 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신 분은 유료레터를 구독해보세요!
가볍게 복습, 윜퀴즈 1. 다음중 산지오베제는 어떤 단어에 해당할까요?
(1) 와인이름 (2) 와인생산자 이름 (3) 마을이름 (4) 포도이름
윜퀴즈 2. 다음중 실패하지 않고 삼겹살와인을 주문할 수 있는 완벽에 가까운 멘트는?
(1) 반피 끼얀띠 주세요
(2) 이탈리아 와인 주세요
(3)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에서 산지오베제로 만든 레드와인 주세요
(4)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에서 산지오베제로 만든 약 3만원대 레드와인 주세요
1번 정답 : 4번. 살면서 알아두면 좋은 포도이름은 20가지 정도 됩니다. 이정도만 알아도 전세계를 여행하고, 내가 마실 와인을 주문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2번 정답 : 4번. 와인이름이나 브랜드(반피, 안티노리 등)로 와인을 기억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자주 다니는 마트나 와인샵에 그 와인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요. 나라, 지역, 품종 순서를 외워두시고, 가격대까지 함께 제안하시면 아주 효율적인 와인쇼핑을 할 수 있습니다.
위키드와이프(WKD)는 성수 페어링바, 보틀샵, 와인정기구독서비스를 통해 일상와인을 제안하는 와인큐레이션플랫폼입니다. 떡볶이와인, 순대레드, 만두화이트를 발굴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언어로 와인을 전달합니다. 지금 성수페어링바에서는 미국 샤르도네 도우dough와 연어웰링턴파이 페어링세션을 진행중인데요,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에서 위키드와이프 검색 후 세션을 예약하실 수 있습니다. 평범한 미국 샤르도네가 연어파이를 만나 어떤 포인트에서 보완되는지, 상승되는지, 그 놀라운 경험치를 스스로 획득하고 나만의 페어링근육을 만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