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동탄의 계단식 테라스 주택 '무언가(無言家)'

조회 3,7452025. 4. 21.
1층 거실 앞 테라스 공간. 담장 곳곳에 유리블록으로 변주를 주어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동시에 빛을 담는다.

지구단위계획 구역의 정형화된 조건 아래에서 시작한 집짓기. 프라이버시를 지킴과 동시에 시각적으로 열린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계단식 테라스 주택을 계획했다.


주택 전면 모습.
주택의 동측에서 바라 본 모습. 선큰 공간은 유리블록으로 담을 만들어 전체적인 콘셉트를 이어갔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군집한 신도시의 단독주택 전용지역 지구단위계획 구역, 이런 동네의 지침은 지역에 상관없이 대체로 유사하다. 필지는 반듯한 형태에 면적은 70~80평 내외, 인접한 도로 폭 6~8m 내외로 기본적인 구획 체계가 균일하다. 주차장 2면 확보, 인접경계선 이격 거리, 일조권 사선을 적용하면 필지는 대부분 작은 마당이 조금 남고, 집은 마당을 면해 ㄱ자나 일자형으로 배치된다. 지붕 경사도, 주요 재료, 건물 색감까지 지침에 명시된 현실이니 지침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 원했던 집과 다른 결과물로 마무리될 수도 있음을 주시하면서 설계를 풀었다.
건축주의 생각은 설계 방향을 잡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핵심사항이 해결되고 나면 나머지 조건들은 얼마든지 절충할 수 있다. ‘무언가’도 그러했다. 건축주의 중요한 요구사항은 크게 네 가지였다. ‘단열에 강하고 하자 없는 튼튼한 집, 외관이 웅장해 보이는 집, 외부로부터 프라이빗한 중정이 있는 집, 거실과 주방이 하나로 크게 연결되고 조망이 확 트인 집.’


PLAN


대문에서 현관으로 향하는 포치 공간.
거실, 식당, 주방(LDK)을 하나로 열어 복잡하지 않은 1층 공용부. 계단실과 2층 테라스 사이 공간은 보이드로 열려 있어 개방감을 더한다.
키큰장, 아일랜드, 다이닝 식탁으로 이어지는 대면형 주방 구조.
1층 테라스는 LDK와 동일한 면적을 가지고 있어 실내와 외부가 하나의 덩어리로 확장된 듯한 공간감이 느껴진다.

첫째 조건을 제하면 나머지 셋은 하나로 묶일 수 있는 사항이었다. ‘튼튼하고 당당한 외관의 집이지만 외부의 시선은 최대한 막고 내부의 시선은 시원하게 연다.’ 개인 주택의 목표는 늘 비슷하다. 외부에 노출되는 프라이버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외부로 열리는 개방성은 극대화할 수 있는 집을 원한다. 감추고 싶은 욕망과 드러내고 싶은 상반된 마음의 충돌, 그 모순을 잘 풀어간다면 이 집만의 특별한 정체성이 만들어질 것으로 상상했다.
대지 주변의 지배적 풍경인 대단지 아파트의 이미지는 수직적이다. 이에 대조되는 수평적 요소를 형태, 공간으로 강조하는 집이 된다면, 아파트와 주택들이 겹쳐지는 동네 풍경에서 적절한 대비의 긴장감이 집의 윤곽을 확고히 만들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지는 한층 높이 이상 들어 올려진 성토 부지였다. 남쪽은 낮은 지대로 단지 내 도로와 접하며 집의 자연스러운 지하층 출입구가 형성된다. 지하층은 취미실과 창고, 선큰, 현관이 있다. 계단을 통해 한층 오르면 갑자기 확 트인 거실과 주방, 테라스와 그 너머의 열린 조망이 펼쳐진다. 대지 단차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1층 테라스는 거실, 주방 공간과 면적이 같다. 큰 창을 통한 시각적 확장은 테라스를 실내공간의 연장처럼 느껴지게 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화성시
대지면적 : 267.7㎡(80.98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거주인원 : 4명
건축면적 : 116.85㎡(35.35평)
연면적 : 226.66㎡(68.56평)
건폐율 : 43.65%
용적률 : 63.86%
주차대수 : 2대
구조 : 철근콘크리트 구조
단열재 : 준불연단열재 가등급 150㎜
외부마감재 : 지정롱브릭타일(두라스택s시리즈)마감 + 노출콘크리트 면보수마감
창호재 : 지정시스템창호 + 삼중로이유리
전기·기계 : 정연엔지니어링
구조설계 : 델타구조
설계·감리 : 건축사사무소나우랩

2층은 1층과 달리 오밀조밀한 벽체로 자녀 각각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장하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각자의 침실이 좌우에 배치되는데 침실과 드레스룸, 별도의 욕실이 패키지로 묶이는 호텔 세미 스위트룸 형식을 적용했다. 성장한 자녀들이 각자의 넉넉한 개인 공간을 온전히 소유하길 바라는 부모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계단식이다. 2층은 1층보다 뒤로 물러서 테라스를 만들고, 그 위 옥상 테라스도 셋백 되어 넉넉한 옥상이 만들어졌다. 층이 오르면서 집이 뒤로 물러나면 내부 공간의 시선은 더 열리고 외부 시선 차단엔 용이해진다. 남쪽으로 충분한 일조와 조망을 확보하고 프라이버시는 효율적으로 해결해 준다.
대부분의 건축주가 그러하듯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외부시선은 막고 싶다는 기본적 요구사항에서 출발한 집이다. 프라이버시를 해결하자고 좁고 깊은 중정을 만들고 외부로는 성곽을 둘러치듯 집을 감싸는 답답한 ㅁ자 배치는 벗어나고 싶었다. 막을 곳은 확실히 막고 열 곳은 확실히 여는 집, 풍부한 일조량과 시원한 조망을 갖춘 집을 상상하며 설계했다. 감추고 싶은 마음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의 조화라고 할 수 있겠다. 늘 그렇지만 한 가족의 워너비 주택을 설계한다는 건 그들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모순을 이해하고 풀어내는 과정이다.

계단실은 노출 콘크리트 마감으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2층은 복도를 중심으로 두 자녀의 생활 공간이 분리된다.
2층 테라스 앞으로 크게 설치된 픽스창을 통해 1층까지 채광을 전한다.

PLAN


좌우로 나뉜 아이방은 테라스로 다시 연결된다. 루버가 다양한 그림자를 형성한다.
계단식으로 셋백되는 건물의 구조가 한눈에 보인다.

글_ 건축가 최준석·차현호 : 건축사사무소나우랩
건축가 최준석, 차현호는 2017년 이후 단독주택 중심으로 다수의 중소규모 건축설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축설계는 의뢰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작은 단서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해결책으로서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비용과의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다. 2024년 경기도 건축상 특별상을 수상했고 다수의 건축에세이를 출간했다. 좋은 디자인을 지닌 쓸모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는 믿음을 갖고 일한다. www.naau.kr

구성_ 조재희 | 사진_ 최진보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5년 4월호 / Vol. 314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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