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다실을 품은 중목 주택, 산청 주택 ‘생생원’

굽이굽이 산길과 깊은 골을 지나 펼쳐지는 넓은 평지를 품고 있는 지리산은 시원한 들바람 길은 열어주고 차가운 날 바람은 막아주는 고마운 산이다. 본 주택의 대지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넓고 쾌적하다. 대지는 산 중턱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어 답답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넓은 평지에 병풍처럼 산이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남동쪽으로는 천이 흐른다. 풍수지리적으로 배산임수의 위치에 자리한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건축주 부부는 공기 좋은 이곳에 터를 마련하고 쉬는 날 한적하게 차를 덖으며 마음의 안정을 닦아 왔다. 그러다가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이곳에서 활력 있는 삶을 지내고자 결정했고, 집에서 사계절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설계를 요청했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자료 블루건축사사무소 | 사진 이용백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경남 산청군
용도 단독주택
건축구조 단독주택 - 중목구조, 한옥동 - 한옥, 주차장 - 철근콘크리트
대지면적 2,338㎡(707.25평)
건축면적 310.12㎡(93.81평)
연면적 414.62㎡(125.42평)
1층 303.6㎡(91.84평)
2층 111.02㎡(33.58평)
건폐율 13.26%
용적률 15.35%
설계기간 2021년 6월 ~ 2022년 1월
시공기간 2022년 4월 ~ 2023년 7월

설계 블루건축사사무소 010-3847-7008, https://bluearch.co.kr
시공 블루하우스코리아㈜ 031-212-5006, https://cafe.naver.com/bluehousekorea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로자 플라늄
외벽 - 롱브릭타일
데크 - 신고흥석
내부마감 천장 - skk규조토페인트(TW-101)
내벽 - skk규조토페인트(TW-101)
바닥 - 본티첼로 virginia
단열재 지붕 - 비드법보온판, 글라스울
외벽 - 비드법보온판, 글라스울
창호 레하우(게네오86mm)
현관문 베나토 이노베스트
주방기구 디자인씨앤디
위생기구 아메리칸스탠다드, 대림바스
난방기구 린나이(LPG용)
수평으로 길게 뻗은 본동 중간에 위치한 주 출입구. 석재로 마감한 입구 데크 및 포치를 지나면 현관과 마주하게 된다.
연결로를 통해 어우러진 두 건물이 중목구조와 한옥구조의 특성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건축주 부부는 본동 옆에 차를 덖고 손님을 대접할 수 있는 별동을 원했다. 오로지 차를 위한 공간인 별동은 전통식으로 차를 만들기 때문에 한옥의 전형을 갖춰야 했다. 그래서 본동과 어떻게 어우러질 것인가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단순히 옆에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라이프 스타일과 동선을 고려한 배치 방안을 제시했고, 건축주 부부는 흔쾌히 동의했다.
기둥과 천장의 보를 노출시켜 실내에서 만지고 볼 수 있도록 계획한 거실. 커다란 거실 창을 통해 지리산 자락의 마운틴 뷰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지 및 건축주 요청에 순응한 건축물
주택 대지는 넓어 평지처럼 보이지만 레벨 차이가 있었다. 2m의 레벨 차를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기준으로 공간 배치를 할 것인지가 계획의 시작이었다. 낮은 진입부 레벨은 주차장, 높은 레벨은 주거 및 취미 공간을 배치해 대지에 순응한 건축물이 되도록 했다.
공간 배치는 건축주의 요청을 최대한 반영했다. 건축주 남편분은 서재로 쓸 독립적 공간을, 아내분은 편하게 차를 재배하고 덖을 수 있는 생활공간을 요청했다. 이에 2층을 서재로 배치하고, 1층은 생활 및 마당 공간으로 구분해 정적인 생활공간과 동적인 생활공간을 층별로 나눴다. 대신 각 실의 접근성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건축주는 또한 주로 부부 내외가 쓸 공간이기도 하지만 출가한 1남2녀의 가족이 잠시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싶어 했다. 대안은 2층 서재였고, 이 공간을 가변적으로 활용코자 했다. 결론적으로 아들딸 가족이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간이 주방 및 화장실을 마련해 필요 시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식당을 거실 옆에 배치하면서 주방은 심플하게 디자인했다. 가로창과 문을 내 채광과 이동 편의를 꾀했다.
거실과 현관 사이에 있는 식당. 천장의 노출된 보와 원목마루가 내추럴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은은함을 더해준다.
밝고 아늑해 보이는 안방과 청결함이 느껴지는 안방 욕실
게스트룸의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보와 기둥을 노출 마감한 중목구조의 집
본 주택은 목재를 선호하는 건축주의 성향에 맞춰 중목구조로 지었다. 목재의 강도와 탄성을 이용한 중목구조 방식은 뛰어난 내진성과 내구성을 바탕으로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최적의 공법이다. 다만, 건축주는 마감재에 목구조가 가려지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이에 보와 기둥을 노출 마감해 내부에서 목재를 보고 만질 수 있도록 제안했다. 또 마루와 벽, 계단판 등 인테리어 재료의 색상이 목구조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맞췄다.
건축 방식이 2개라서 어려움도 있었다. 중목구조와 한옥구조를 동시에 시공하려다 보니 공정이 뒤섞일 우려가 있었다. 이에 중목구조 시공 후 한옥을 시공하는 순서로 진행했다. 중목구조는 현대식으로 개량된 공법(핀 접합)인 반면, 한옥구조는 건축주의 요청으로 전통방식(장구맞춤)으로 시공을 하게 됐는데 한옥은 규모에 비해 시공기간이 많이 필요했다.
공용 욕실 앞에 설치한 건식 세면대. 외부에 나갔다 들어오거나 게스트룸에 머무는 사람이 쉽게 이용하도록 현관과 게스트룸 가까운 곳에 배치했다.
정적인 생활공간과 동적인 생활공간을 나눠주는 계단실. 벽에 창을 크게 내 전경과 채광 효과를 높였다.
2층 가족실과 방. 출가한 아들딸 가족들이 오면 서재와 함께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건축주 남편이 실내공간 계획 시부터 원했던 2층 서재
자연색을 띤 ‘생하고 생한 집’
집은 안정되고 밝고 어울려야 한다. 이 기조에 따라 외부 마감재를 선택할 때 화려한 재료보다는 무채색 계열과 자연색을 사용하고자 했다. 가장 넓은 면을 차지하는 벽은 주변과 어우러질 수 있는 무채색 계열의 롱브릭타일로서 수평으로 길게 뻗은 본동의 방향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특히, 건물 너머로 보이는 산자락을 닮은 모임지붕의 어두운 색과 함께 건축물의 안정성과 무게감을 더해준다. 데크와 정원은 관리가 쉬운 석재로 배치하고 최소한의 식재를 했다. 다만, 대지 단 아래 차밭이 있어 푸릇함은 항상 함께할 수 있다.
차를 말리고 덖고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전통방식으로 지은 한옥동 내부. 한옥구조의 수려함과 정갈함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차를 말리는 방
한옥동은 전통식으로 차를 만드는 공간이다. 서까래 아래 수납공간에 정돈된 다기들이 건축주 아내의 차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산청 주택은 단독주택이지만 대지에 토목공사까지 겹쳐 제법 규모가 큰 공사였다. 시간도 설계에서 시공까지 2년이 걸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기간 동안 건축주와 소통을 하면서 그분들께 믿음을 줄 수 있었다는 게 제일 큰 기쁨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