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팝업스토어 성지’ 성수동의 교훈

성수동이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한때 성수역 3번 출구에 들어가려면 대기줄을 서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2024년 1분기 성수동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5년 전에 비해 약 5배 증가한 총 21만명에 달했다. 2025년 상반기 성수동의 외국인 카드 결제액은 1천3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26.3% 늘었다. 영국의 여행전문지 ‘타임아웃(Time Out)’이 성수동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38곳’ 중 4위로 꼽는 등 국제적 위상 또한 크게 높아졌다. 시대의 조류에 밀려 쇠락해 가던 영세 수제화 공장과 인쇄소 밀집지역에 일어난 상전벽해의 놀라운 변화다.
성수동의 변신은 5, 6년 전만 하더라도 MZ세대들에게 인기 높은 트렌디한 카페와 복합문화공간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제는 팝업스토어를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성수동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린다. 몽키숄더 용하당, 망빙고 가챠샵, 아사이 팜, 믿음꽁꽁마켓 등 개성 넘치는 이름의 수많은 팝업스토어들이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2주일 정도의 주기로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2023년 한 해 동안 성수동에서는 총 341개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검색량을 보더라도 ‘성수 팝업스토어’는 홍대 등 다른 주요 상권을 압도한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수동 방문 목적 중 팝업스토어가 42.96%로 가장 높다.
성수동의 팝업스토어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순환주기가 매우 짧다. 연간 평균 80~120개의 브랜드를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새로움과 몰입적 경험을 쫓는 MZ세대의 소비 성향과 맞아떨어져 반복적 방문을 확대 재생산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문 경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된다. 그 결과 팝업스토어 성수동의 유명세는 온라인을 타고 글로벌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에서 문화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인구 유출을 막고, 청년을 비롯한 새로운 정주인구를 유입하기 위한 방책으로 문화만 한 게 없다. 기존 거주민들에게도 문화는 풍요로운 삶과 그 지역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준다. 여행자를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 역시 문화다. 그래서 요즘 전국의 지자체는 지역에 문화를 입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문화를 입힌다고 능사는 아니다. 개성, 즉 지역의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이를 부각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느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화로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주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성수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존 상인과의 경쟁 및 상권 불균형 초래 등 여러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팝업스토어가 성수동의 지역 정체성을 수제화 공장지대에서 젊은이들의 소비문화 공간으로 바꾼 핵심 동력이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할 대목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이 아니라 민간과 공공이 함께 만들어가는 거버넌스다. 지방정부는 일방적으로 지역성을 지정하고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 대신 붉은 벽돌 지원 사업, 언더스탠드에비뉴 조성,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소셜벤처 육성 등의 정책을 통한 측면 지원에 힘을 쏟았다. 물론 임대료 상승 등의 문제를 생각하면 지속성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 인기가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장소성으로 거듭나야 하는 지역이 적지 않은 경기도는 성수동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지역을 모방하기보다 먼저 민간의 문화적 동향을 면밀하게 살펴야 하며 그것이 지역의 정체성을 정초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지역민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지역 실정에 맞는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고민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의도 벚꽃길 나타난 李 대통령 부부에 시민들 ‘환호’
- 오산서 중학생 26명 태운 수학여행 버스, 신호 대기 SUV '쾅'
- 보행 안전 ‘나 몰라라’...광명사거리역 인도 위 선 넘은 상점 가판대
- 이란 함정·항공기 ‘실종 수준’...미군, 충격 영상 공개
- 홍준표 “있을 때 잘하지 그랬나...김부겸 지지했더니 국힘 난리”
- 한동훈 “탈영병 홍준표, 결국 투항”...김부겸 지지선언 비판
- 기울어진 묘지 비석 세우다 깔려…관리 직원 사망
- 트럼프 "이란과 협상, 6일까지 타결되리라 믿어"…불발 시 ‘전면 타격’
- 서해안고속도로 달리던 SUV 화재…운전자 등 3명 무사
- 트럼프 “빌어먹을 호르무즈 열지 않으면 지옥”…‘욕설’ 섞인 최후통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