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초보운전자를 멘붕에 빠지게 만드는 회전교차로인데, 가끔 이렇게 초보운전자의 실수로 교차로를 따라 강강술래를 하는 웃픈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 회전교차로는 운전에 다소 미숙한 렌트 차량이 많은 제주도에 특히 더 많다는데, 유튜브 댓글로 “서울보다 제주도 같은 지역에 회전교차로가 많은 것 같은데 왜 그런 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먼저, 서울 이외 지역에 회전교차로가 많다는 게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교통연구원 자료를 찾아봤다. 2022년 기준, 서울엔 65개의 회전교차로가 있고, 경기도엔 302개, 강원도엔 188개, 충청도엔 200개, 경상도엔 242개, 전라도 279개, 제주도엔 113개가 있다. 확실히 서울에 회전교차로가 적었다. 왜 그런 걸까? 국토교통부 회전교차로 제도를 담당하는 분이 있어 물어봤다.

국토교통부 도시건설과 회전교차로 담당자
"이 회전교차로 같은 경우 이제 교통량하고 좀 밀접한 영향이 있거든요. 교통량이 많으면 오히려 더 정체가 더 심해지고 또 위험해지고 그렇습니다. 서울이라든지 어떤 차량 운행이 많은 지역에서 회전교차로를 설치하고 그러면 오히려 교통 정체가 더 가중되거든요.”

설명에 따르면 차량이 너무 많은 곳에 설치하면 오히려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데, 설계 지침을 보면 회전교차로는 시간당 교차로를 지나는 전체 차량이 2,000대 이하이고 좌회전 차량 비율이 30% 이하인 지역에 설치하는 게 효율적이다.

이것보다 차량이 많이 지나가면 오히려 차량이 정체되거나 차들이 한 번에 교착되는 데드락(Deadlock) 상태가 되어 도로 흐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이럴 땐 지침상 신호 교차로를 짓도록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서울에도 도로 사정이 한가한 지역에 몇몇의 회전교차로가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은 지방에서 회전교차로를 더 자주 볼 수 있는 거다.

참고로 회전교차로와 비슷하게 생겨서 착각하기 쉬운 로터리(Rotary)도 있는데, 생김새만 비슷하지 완전히 다른 거다. 회전교차로는 영어로 라운드어바웃(Roundabout)으로 결정적인 차이는 회전교차로는 회전 차량이 우선, 로터리는 진입 차량이 우선이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차이는 회전차량이 우선인 회전교차로는 회전차로 입구에 흰색 점선이 있고, 진입차량이 우선인 로터리는 회전차로 안에 흰색 실선이 있다.

그래서 회전교차로에서 진입 차량을 배려하겠다고 멈추면 앞서 본 것처럼 데드락 상태가 되기 쉽고, 로터리에서 진입 차량을 무시하고 회전하면 사고나기 십상이다.

회전교차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불필요한 신호대기가 없어 도로 지체가 감소된다는 장점 때문이다. 또 일반 교차로보다 차대차, 차와 보행자 간 상충 지점이 낮아 사고율 감소에 탁월하고, 무엇보다 낮은 통과속도로 인해 사고가 나더라도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도시건설과 회전교차로 담당
“교통 지체를 감소시키고요. 그 다음에 안정성을 향상 시키고 그러다 보니까 저희 국토부에서는 회전교차로를 설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구간에는 설치가 되도록 지금 장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다만, 회전교차로가 보급되고는 있으나 일부 운전자들이 회전교차로에 설치된 양보 표지판을 무시하거나 잘못 해석해 사고가 잦다고 하는데, 한우진 교통평론가는 양보 우선권에 대한 운전자들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우진 교통평론가
“회전교차로 앞에 회전차량에게 양보하라는 표지판이 붙어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양보라는 단어를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생활속 양보 라는 뜻으로 착각하는 분이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에서 양보는 상대방을 먼저 보내라는 뜻의 강행규정입니다. 매우 무서운 표현입니다. 양보해야 할 곳에서 안하면, 사고 발생시 자신이 가해자가 됩니다.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게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