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카카오의 플랫폼 전략, 손해보험서 실패 맛볼까?

보험(Insurance)은 어렵습니다. IT(정보기술)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줍니다. 따라서 IT와 보험의 결합은 필연적입니다. 생로병사와 직결된 금융상품인 보험이 혁신한다면, 사람의 삶도 달라질 것입니다. 디지털 보험사는 다가올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사진=카카오페이)

카카오는 국민 97%가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강력한 플랫폼력을 나눠주는 형태로 카카오뱅크, 카카오택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에서도 이 같은 성공방식이 이어질 수 있을까? 보험은 접근하기 쉽다고 가입하는 상품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기대요인과 우려요인이 양립하고 있다.

우려요인① "다 아는 상품들이구먼"…뚜렷하지 않은 상품 차별성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주요 사업 계획은 다음과 같다. 소비자가 참여하는 DIY 보험(Do It Yourself), 플랫폼과 연계 보험 등 일상생활의 보장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지인과 함께 가입하는 동호회·휴대폰파손 보험, 카카오키즈 연계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 연계 택시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 커머스 반송보험 등을 예시로 들었다.

가입·청구 편의 측면에서는 카카오톡·카카오페이를 통한 간편 가입, 플랫폼을 통한 간편 청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속한 보험금 지급 심사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상담·설명 서비스 제공, AI 챗봇을 활용한 24시간 소비자 민원 대응·처리 등을 제시했다.

신규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관건은 상품력이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만의 독창적인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DIY 보험은 합리적으로 원하는 보장만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수년 전부터 생보, 손보사들에 유행한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 DB생명과 같은 소형보험사도 '백년친구 내가고른 건강보험'이라는 DIY 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인 KP보험서비스는 원하는 보장만 선택해 설계하고 보험상품 간 가격 비교까지 가능한 'DIY해외여행보험' 서비스를 출시했다. 여행자보험은 단기소액보험으로, DIY화하려는 시도가 드물었다. 최근 리오프닝으로 여행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페이의 이번 상품 출시는 전략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비대면 어린이보험, 반송보험 등은 이미 디지털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모두 상용화해서 내놨다. 특히 캐롯손보 반송보험의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이 셀러들에게 무료로 공급하고 있어, 카카오페이의 가망고객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이다.

우려요인② 인바이유의 '크라우드 보험', 카카오페이가 계승할 수 있을까?

KP보험서비스는 크라우드 보험 플랫폼인 '인바이유'가 전신이다. 공통된 위험을 보장받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모여 집단 협상력을 구성해 보험사로부터 보험상품을 더욱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양측을 중개하는 플랫폼이었다. 이러한 인바이유의 독창적인 사업구조에 주목한 카카오페이가 2019년 인수했다.

인바이유(현 KP보험서비스)의 크라우드 보험 개념도.

문제는 1차적으로 보험상품을 공급하는 원수사들이 이러한 크라우드 보험구조에 순순히 협조하느냐다. GA의 협상력이 커지면서 원수사에 보험상품 제작을 주문하는 경우, 원수사는 GA만 신경쓰면 됐다. 그러나 KP보험서비스와 원수사의 관계에서는 소비자라는 가시적인 이해관계 주체가 하나 더 늘어난다. 원수사의 이익은 더욱 축소될 개연성이 있다.

스타트업인 인바이유 시절에는 소규모 플랫폼이었기에 보험사들도 채널 다각화 측면에서 활발히 협력을 진행했었다. 그러나 현재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플랫폼에선 KP보험서비스의 크라우드 보험상품을 찾아볼 수가 없다. 카카오페이가 등에 업은 카카오톡 플랫폼력을 고려하면, 원수사의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밀릴 수 있어 깊은 고민을 요하는 대목이다.

카카오톡과 연계한 KP보험서비스에 상품을 공급할 경우 소비자들은 쉽게 인입돼 보험상품 판매량은 크게 늘어날 수 있지만, 마진은 줄어드는 '박리다매'가 될 수 있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원수사들로선 상품을 공급해도 미니보험 위주로 공급할 가능성이 전망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크라우드 보험 서비스 구현 시기 등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기대요인 ① 보험은 무조건 대면가입? MZ세대 보면 꼭 그렇진 않아

보험은 장기상품일수록 어렵고 복잡해 대면으로 보험설계사에게 설명받고 가입하는 게 보편적이다. 이는 비대면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에는 우려요인이 될 수 있지만, 주요고객층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MZ세대(25~41세)의 경향을 자세히 살펴보면 극복 불가능한 핸디캡은 아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보험상품 가입경로가 오프라인(설계사/상담사) 채널인 경우, 알아서 찾아서 비교해주는 편리함은 느끼고 있으나 추천하는 상품에 대한 신뢰를 못하고 비싼 가격에 대한 불만도 존재했다. 반면 온라인 채널(보험사 웹/앱, 금융앱 등) 가입자는 원하는 시간에 탐색 가능해 만족을 느끼고 있으나 이해하기 어렵고 상품제약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이 같은 각 채널의 장점만을 취합해 MZ세대는 가입이 여전히 설계사 활용 비중이 높았고, 청구는 보험사 웹/앱을 주로 활용하는 양면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이는 MZ세대가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한 보험소비' 경험을 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손 연구위원은 "디지털 보험에서 디지털 기술 및 데이터는 MZ세대가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보험 소비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역할로 활용될 때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최근 오픈한 '보험 마켓플레이스'는 이런 MZ세대의 경향성을 정밀하게 공략한 결과물이다. 한국 최초의 보험 소셜커머스로, 다수의 보험 상품을 실제 유저의 리뷰와 평가에 기반해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는 보험 플랫폼이다. 어려운 보험상품은 쉽게 이해하고, 내 보험 상품은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선 보험사별, 상품별, 가입연령별 약 760개 플랜을 고객이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나의 나이, 성별, 병력 유무 등을 반영해 보험료 실시간 조회도 가능하다. 보험 마켓플레이스가 성공할 경우 GA인 KP보험서비스가 가지는 시장 영향력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의민족'의 사례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험 마켓플레이스 안내 이미지.(사진=카카오페이)

기대요인 ② '페이'가 가진 가맹점 정보…B2B 보험의 필승카드

올 2분기 카카오페이의 결제 서비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7% 증가한 93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온·오프라인 핵심 가맹점 확보 전략에 힘입은 결과다. 카카오페이의 가맹점 수는 166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31.3% 늘었다.

이에 기반해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카카오페이 가맹점에 특화한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동종 페이 서비스인 네이버파이낸셜, 디지털 보험사 신한EZ손해보험 등에 대응하는 경쟁력도 갖출 수 있게 됐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맹점들의 재무 정보를 확보했다는 것은 B2B 생태계 내 확장을 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과 상응한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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