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6.3그램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세계 '스파클링 와인'

이철형 / 와인소풍 대표

샴페인 마개 따면 '뻥' 터지는 까닭
삼페인 병 내부 압력, 타이어 공기압보다 세

F1 포뮬러 자동차 경주에서 그랑 프리를 차지한 사람은 커다란 스파클링 와인병을 들고 흔든 뒤 뻥 소리와 함께 마구 흩뿌린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우승팀은 샴페인을 마구 흔들어 서로에게 뿌리며 자축한다.

F1 포뮬러 우상자들이 2021년 이래 이 경기 공식 후원 스파클링 와인인 페라리 트렌토를 뿌리고 있다. / 페라리 트렌토 홈페이지

공기총이라도 쏘는 듯한 '뻥' 소리와 함께 거품과 와인이 솟구쳐 흐르는 와인은 보는 이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이런 현상은 병안의 압력이 대기압(대기중의 공기압)보다 훨씬 세기 때문에 벌어진다.

그럼 호기심 천국 하나...그럼 이 스파클링 와인의 압력은 얼마나 될까.

스파클링 와인은 압력의 세기에 따라 최소 3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가 비디(Beady)라고 부르는 와인 그룹이다. 이들 와인은 압력이 1기압(15psi) 미만이다.

입안에서 아주 조금 터지는 거품의 느낌을 받게 하는 ‘약발포성’이 아니라 그보다 압력이 더 낮은 ‘약약발포성’ 와인이다.

와인을 오픈했을 때 거품의 느낌이 있기는 한데 그 느낌이 아주 약한 와인들이 속한다고 보면 된다.

데일리 와인은 대개 마개를 땄을 때 거품이 생기지 않는 스틸 와인인 것 같지만 입속에서 약하게 터지는 거품의을 느낄 수 있는 와인들이 있다. 양조가가 상큼함과 신선함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경우도 있고, 운송 과정에서 남아 있던 효모와 당분이 추가로 발효를 일으켜 병속에 거품이 미세하나마 생긴 경우도 있다.

압력계. / unsplash

두 번째는 세미 스파클링(Semi-Sparkling) 와인으로 병 내부 압력이 1기압 이상 2.5기압(15~36 psi) 이하인 와인이다.

우리가 흔히 ‘약발포성 와인’이라고 부르는 부류다.

이탈리아에서 프리잔테(Frizzante), 프랑스에서 페티앙(Pettiant), 독일에서 펄(Pearl) 혹은 스프릿치히(Spritzig)라고 이름 붙은 와인들이 속한다.

우리와 친숙한 모스카토 다스티도 이 세미 스파클링 와인이다.

세 번째는 스파클링(Sparkling)와인이다. 압력이 무려 3기압(44psi=3.09kgf/Cm²) 이상이다.

지역에 따라 프랑스의 샴페인, 크레망(Crement), 무쏘(Mousseux), 이탈리아의 스푸만테(Spumante), 프로세코(Prosecco), 독일의 젝트(Sekt), 스페인의 까바(Cava)혹은 에스무포소(Espumoso), 남아공의 캡 클라시크(Cap Classique)라고 불린다.

그럼 압력이 가장 높은 스파클링 와인의 압력은 얼마나 될까?

샴페인 방식으로 병속에서 2차 발효를 시켜 만든 와인의 압력이 가장 높다. 이 와인들은 내부 압력이 대략 5~6기압이나 된다. 3기압은 44psi쯤인데 이해가 쉽도록 설명하면 SUV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의 2배쯤 된다.

대기압이 1기압이고 샴페인은 대기압의 5~6배 정도이고 1㎠ 당 약 5~6Kg의 압력이 가해지는 셈이니 그 압력 크기가 사실은 무시무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샴페인을 오픈할 때는 '병을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약 45도쯤 기울여 주둥이가 천정을 향한 상태로' 따라고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것도 부족해 한 손으로는 병의 입구를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으로는 코르크 마개를 누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 병을 잡고 병 마개를 돌려 오픈해야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사실 샴페인 병 마개에 사람의 눈이 정통으로 맞으면 실명의 위험성이 크다고 한다.

특히 여름철 스파클링 와인을 자동차 실내나 트렁크에 냉장설비 없이 넣고 다니면 위험하다고 하는 이유도 온도가 올라가면 병 내부의 압력도 6기압(타이어 공기압의 2배인 88psi, 5.9bar))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자칫 코르크 마개가 터지거나 병이 깨져서 사방으로 튈 위험이 있다.

샴페인 코르크 마개 따는 순간 고속 촬영. / wikimedia commons

여기서 두 번째 퀴즈. 샴페인이 6기압일 경우 이산화탄소는 얼마나 들어 있을까?

20℃에서 이산화탄소는 리터당 약 8.4g이 들어있다고 하니 이는 750ml 샴페인 한병에는 약 6.3g의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는 셈이다.

이산화탄소 6.3그램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세계가 신기하지 않은가.

사실 이는 과학과 감성의 만남이다. 와인은 가슴으로만 즐겨도 좋지만 알고 즐기면 두뇌까지 즐겁다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