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M&A] 효성티앤씨, 자금 조달 방안은 [넘버스]

/사진 제공=효성화학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는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캐시카우’로 꼽히는 만큼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효성화학은 지난 7월 IMM PE-스틱인베스먼트 컨소시엄에 특수가스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으나 가격에 대한 이견 등으로 결렬된 후 관계사인 효성티앤씨에 인수 의사를 타진해왔다. 이후 효성티앤씨가 사업 양수를 결정한 가운데 자금동원력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효성티앤씨의 현금자산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어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효성 측은 인수자금 9200억원 가운데 오는 19일 계약금 1380억원을 치를 예정이다. 잔금 7820억원은 양수 기준일인 내년 1월31일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자료=효성티앤씨 공시 재가공

문제는 효성티앤씨의 재무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지난 9월 말 효성티앤씨의 연결 재무제표상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87억원 수준이다. 사실상 보유한 현금자산의 약 10배나 되는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이외에 △투자부동산 1200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361억원 △기타유동자산 488억원 등을 활용하더라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각종 금융자산, 매각 예정 자산, 계열회사의 투자자산 등 곳간을 털어야 확보할 수 있는 액수다.

효성 측은 1조원 규모의 매출채권 매각 등 자산유동화로 인수자금 9200억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약 1조원에 달하는 매출채권을 한 번에 현금화하기는 어렵다. 이로인해 사실상 회사 내부에서 9200억원을 전부 조달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효성티앤씨는 인수금융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수금융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대상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초 효성 측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인수금융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은 인수자가 특수목적기업(SPC)을 세운 뒤 인수자 혹은 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이나 신용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형태다. 일반대출이나 회사채보다 금리가 높지만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금융주선사가 대출 총액을 떠안은 뒤 이를 은행·연기금·보험 등 기관투자가에 재매각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인수금융의 담보인정비율(LTV)은 60% 미만이다. 효성티앤씨의 최대주주인 효성 지분(20.32%)을 담보로 인수금융을 조달할 경우 최대로 가능한 금액은 1250억원으로 추산된다.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조256억원을 감안한 최대주주 지분 가치에 LTV 60%를 적용한 값이다.

다만 효성티앤씨의 자체 자금에 더해 자산유동화와 인수금융 등을 활용해도 9200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시일 내에 지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투자에 관심을 보였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재무적투자자(FI)로 합류할 가능성이 관측된다. 앞서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지분 인수 의향을 밝힌 투자자로는 IMM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탈, 노앤파트너스 등 PEF운용사가 있다. IMM크레딧솔루션(ICS)과 글랜우드크레딧 등 크레딧펀드도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며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KB자산운용, 스톤브릿지-BNW인베스트먼트도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는 삼성전자에서 매출 70%가 나오는 등 현금흐름 측면에서 매우 안정적”이라며 “다시 제안이 온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2018년 6월 효성에서 인적분할된 효성티앤씨는 효성그룹의 섬유·무역사업 계열사다. 무역 부문에서는 삼불화질소(NF3) 가스, 타이어보강재 등 철강 및 화학 제품 트레이딩 사업을 벌이고 있다. NF3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쓰이는 특수가스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역시 NF3를 생산하고 있어 효성티앤씨가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할 경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스판덱스 등 업황에 민감한 사업의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는 연산 8000톤 규모의 NF3 생산설비를 갖췄으며 생산량 기준으로 SK스페셜티와 중국 페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갖춘 만큼 효성티앤씨가 산정한 특수가스사업부의 밸류에이션은 92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산출됐다. 외부평가인인 삼덕회계법인의 분석 결과 평가 대상 사업부의 가치는 8318억~1조310억원으로 추산됐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