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 규모' 체코원전 수주 "사실상 확정" 보도는 호들갑?

박재령 기자 2024. 10. 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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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체코 방문 뒤 이어진 낙관적 보도들에 민주언론시민연합 "현실 직시 못해… 부산엑스포 유치 보도 사태 떠오르게 한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가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원전 수주를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 뒤 사업 계약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보도가 이어진 것을 놓고 언론이 정부 성과를 과도하게 홍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고 법적 분쟁 등 장애물도 남아 있어 지금은 언론이 사업의 경제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체코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친 지난달 22일 전후로 원전 계약의 기대감을 높이는 보도가 이어졌다. 한국경제는 “24조 원 규모 원전 사업의 최종 계약 성사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이란 분석과 함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9월20일)고 했고 머니투데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2박4일의 체코 공식 방문을 통해 총사업비 24조원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사실상 확정했다”(9월23일)고 했다.

▲ 21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주요 신문 1면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확정' 등의 표현은 없었지만 9월21일 <尹, “팀 체코리아로 원전 르네상스 열자”>(조선일보), <윤 대통령 “팀 체코리아로 원전 르네상스”>(중앙일보), <체코 대통령 “한국, 원전 최종수주 낙관적”>(동아일보) 등 기대감이 드러났다. 공통적으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사업 최종 수주에 '낙관적'이라 발언한 것을 강조했다.

'아직 확정은 아니다'라는 체코 대통령의 발언은 부각되지 않거나 실리지 못했다.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체코가 한국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하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파벨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관련 질문에 “최종 계약이 체결되기 전 확실한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나쁜 시나리오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지만 한국과 온도차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지난달 25일자 경향신문 사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선 성과 홍보에 비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5일 사설 <'속빈 강정' 우려 나오는 체코 원전, 장밋빛 홍보만 할 땐가>에서 “체코 방문 성과가 있었다면 정확히 설명하면 된다. 하지만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 정부의 대대적 홍보 거품을 걷어내면 윤 대통령의 나흘간 체코 방문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분명치 않다”고 했다.

곽정수 한겨레 선임기자는 지난달 30일 '아침햇발' <체코 원전 검증, '국뽕'과 '국익'의 차이>에서 “야당이 적자 수출 의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수출 재검토까지 주장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면서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사업 수익률, 투자 금액 등 핵심 내용 관련 의문 중에서 어느 하나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곽정수 기자는 “체코 원전의 의문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수원 사장이 브리핑에서 금융지원 여부에 대해 '체코 정부가 1호기는 정부 지원으로 조달하고, 2호기도 똑같은 방식으로 하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한수원이 지난 4월 체코에 금융대출 지원 의향서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비록 구속력 없는 의향서라지만, 체코가 이후라도 생각을 바꿔 지원을 요청하면 현실적으로 한국이 거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보수언론은 수주액 24조원이 모두 한국이 얻을 경제적 가치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대가, 금융지원 가능성, 높은 현지화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한국의 실질적인 이익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이런 의문에 답할 일차적 책임은 정부와 한수원에 있다. 또 국회는 이를 검증할 책임이 있다. 국회가 안 한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했다.

▲윤 대통령 체코순방 이후 원전 최종 수주를 낙관적으로 보도한 기사 제목(9/20~9/21)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링 갈무리

한국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주요 신문 및 방송을 모니터링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과도하게 성과를 부풀리는 장밋빛 보도 일색 속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언론보도는 부산엑스포 유치 보도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며 “국익을 위한 언론의 역할은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 치적 홍보용 보도가 아니라 의혹 등 문제제기를 꼼꼼하게 따지고 검증하는 보도가 우선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24조원 원전 수주 쾌거가 본계약까지 잘 성사되도록 기원하는 게 정상일 것”이라며 “마치 순방 결과가 좋지 않기를 기도하는 양 비난하고 비판하는 건 과연 공당인 야당이 할 행태인지,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언론은 어떤 생각을 갖고 보도하는 건지 진심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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