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허제홍 엘앤에프 의장, 월 1억씩 자사주 사는 이유

강민경 2024. 9. 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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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최고점 대비 60%↓…전방 침체에 실적·재무 부담 가중
두둑한 수주잔고 뒷받침…차세대 양극재로 저력기반 다지기
/사진=엘앤에프

최근 배터리 소재 기업 엘앤에프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기약 없이 길어지는 업황 침체에 주가가 지속 하락하자 오너인 허제홍 엘앤에프 이사회 의장이 '10억원' 규모 회사 주식 매수를 선언하며 업계 이목이 쏠렸는데요. 내년 6월까지 10개월간 매월 1억원씩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전문경영인 최수안 대표도 여기에 힘을 보탰죠. 앞서 지난 1년간 주식을 사들인 최 대표는 "지금까지 매입한 주식과 스톡옵션 행사로 보유하게 되는 주식을 전고점에 도달할 때까지 매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기업 수장들이 주가 부양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는 까닭은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최근 1년간 급격히 쪼그라든 주가가 그 배경입니다. 엘앤에프의 소액주주 비율이 67%를 넘으니 경영진들도 주가 하락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주가·실적·재무 삼중고

최근 1년간 엘앤에프 주가 추이./그래픽=비즈워치

당초 엘앤에프는 코스닥 배터리 대장주로 평가받아왔습니다. 코스피 이전을 앞둔 올해 1월 4일엔 21만1500원을 기록했고요. 코스피로 이전한 1월 29일 당일에도 14만5000원대를 이어갔습니다. 

이후 주가는 소폭의 등락을 거듭, 올 6월 이후론 지속 우하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간 평균 주가는 약 9만원에 그치는데요. 

지난 10일엔 연중 최저가 8만2900원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이는 연중 최고가 1월 4일(21만1500원) 대비 61%, 코스피 이전 당일인 1월 29일(14만5000원) 대비 43% 각각 줄어든 수준입니다. 

엘앤에프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실적입니다. 엘엔에프는 지난해 4분기 28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낸 이후,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져있습니다. 

올 2분기 적자 폭을 크게 줄인 점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하반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증권가에선 "전방인 전기차 시장 약세가 이어지면서 엘앤에프 주요 품목인 양극재 수요 둔화가 불가피 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엘앤에프 재무현황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재무현황도 짐을 얹는 모양새입니다. 빚이 늘면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급등하고 있는데요. 올 상반기 기준 엘앤에프의 부채비율과 차임금의존도는 각각 244.3%, 60.7%입니다. 지난해 말 대비 각각 42.4%포인트(p), 6.6%p 늘어난 수치입니다. 

통상 부채비율 200%·차입금의존도 30%가 적정선인 것을 고려하면, 재무 부담이 꽤 심각한 상황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과감한 설비투자(유형자산취득·CAPEX)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엘앤에프의 지난해 연간 CAPEX 및 올해 상반기 CAPEX는 각각 4820억원, 1211억원입니다. 시기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이너스가 났지만 대규모 투자를 결단한 겁니다.

엘앤에프 EBITDA 및 CAPEX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신제품으로 반등 노린다

허 회장의 자사주 매입 선언 이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주가는 여전히 9만원 안팎을 횡보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기준 엘앤에프 종가는 8만9800원입니다. 

하지만 엘앤에프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시설투자로 가닥을 잡았고 두둑한 수주잔고가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향후 저력을 보일 것이란 진단도 나옵니다. 

엘앤에프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구체적으로 투자 수익성을 재검토하는 등 불확실한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되 신제품 관련 필수 투자는 지속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박남원 엘앤에프 전략기획부문 상무는 "각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 미국 대선 등으로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당사도 투자 계획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하이니켈 및 LFP용 양극재, 신규 고객 제품, 파일럿 라인 가동 등을 위한 투자는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서 최근 엘앤에프는 2022년 8월 발표한 6500억원 규모 구지 3공장 신규증설 관련 금액을 5882억원으로 축소했습니다. 투자 효율화 및 협상 비용 절감 등으로 최종 투자 금액이 변경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올 상반기 말 수주잔고도 16조8690억원으로 넉넉합니다. 이중 계약 기간이 2030년 말까지인 장기계약 수주잔고가 13조원이 넘습니다.

이에 증권가는 올해 4분기부터 반등을 준비, 내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제품이 흑자를 이끌 것이란 기대입니다. 엘앤에프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4680 원통형 배터리에 탑재될 '니켈 95% 단결정 제품'과 차세대 원통형 2170 제품에 탑재될 '니켈 95% 다결정 제품'을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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