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패션 인플루언서로 돌아온 재벌집 딸들
[비즈니스 포커스]
“제가 진짜 출근을 하는지 많이 물어보셔서 오해를 풀고 싶었어요.”
애경그룹 오너 3세인 채문선 탈리다쿰 대표가 유튜버 활동을 본격적으로 알리며 한 말이다. 채 대표는 올해 9월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 내에 ‘채문선의 달리다 꿈’ 코너를 열고 ‘안녕하세요. 꿈을 향해서 달리는 채문선입니다’라는 첫 영상을 올렸다.
탈리다쿰은 그가 만든 비건 화장품 브랜드다. 탈리다쿰은 ‘소녀여 일어나라’라는 뜻으로 성서에 나오는 구절에서 따온 이름이다.
영상에서 채 대표는 “탈리다쿰이 론칭한 지 5년이나 됐는데 잘 모르시더라”며 “브랜드를 알리고 싶었고 제가 어떻게 사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채 대표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고 엄마로서, 최고경영자(CEO)로서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자 유튜브를 하게 됐다”며 “탈리다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저의 일상과 함께 여러분께 공유하려 한다”고 밝혔다.
비건뷰티 창업자→유튜버→가수 변신…파격 행보
이 코너는 매주 금요일마다 공개되는데 현재 총 3개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그중에는 탁구선수 신유빈과 함께한 영상도 있다. 신유빈은 탈리다쿰의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다.
채 대표는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활동 이력이 있을 정도로 탁구에 애정을 쏟아왔다. 지난 4월 남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함께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1986년생인 채 대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손녀이자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장녀다.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맨해튼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매일유업 외식사업부 인턴을 거쳐 애경산업 마케팅 부문 과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3년 세아그룹 3세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던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과 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출산 이후 육아에 전념하던 채 대표는 애경산업에 복귀하지 않고 2019년 뷰티 스타트업 탈리다쿰을 창업했다. 남편인 이태성 사장이 2014년 투자 목적으로 세운 개인회사인 에이치피피가 출자했다.
자신이 난치성 켈로이드 피부 질환과 극도로 예민한 피부로 인해 고민을 안고 살아왔던 만큼 피부 질환 등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써도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직접 화장품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모든 제품에 하얀민들레를 주원료로 사용했다.
채 대표는 앞서 올해 6월 아티스트 ‘달해’로 변신해 디지털 싱글앨범 ‘하얀민들레’를 발매하기도 했다. 달해는 채문선의 ‘문(Moon)’과 ‘선(Sun)’을 한글 ‘달과 해’로 표현한 이름이다.
‘패션 잘 아는 언니’의 랜선 집들이 초대…구독자와 내적 친밀감 높여
세정그룹 2세 박이라 세정 대표는 올해 3월부터 ‘이라위크’라는 유튜브 계정을 개설해 패션 유튜버로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박 대표는 1978년생으로 인디안, 웰메이드, 올리비아로렌 등으로 유명한 세정그룹 박순호 창업자의 막내딸이다.
박 대표는 유튜브에서 세정그룹이 전개하는 브랜드를 알리며 세정그룹 홍보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정그룹이 2008년부터 진행해온 저소득 취약계층 주거환경개선사업 ‘사랑의 집 고쳐주기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영상도 있다.
이뿐 아니라 패션 트렌드 소개와 같이 전문 지식을 활용한 영상도 선보였다. 해외여행 시 짐 싸기 노하우, 스타일링 팁 등 친근한 생활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마뗑킴을 만든 김다인 전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맥을 공개했고 재벌가가 공개하기 꺼리는 랜선 집들이 영상까지 가감 없이 공개했다.
박 대표가 유튜버 활동을 본격화한 올해는 1974년 설립된 세정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해다. 세정그룹은 지난 7월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매니지먼트 그룹’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영상에서 자사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를 소개하고 매장을 방문하는 모습도 보여주며 유튜브에서도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패션·뷰티업계는 딸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한 분야 중 한 곳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영원무역그룹 창업자 성기학 회장의 차녀 성래은 부회장,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의 막내딸 박이라 세정 사장,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의 막내딸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패션그룹형지 창업자 최병오 회장의 장녀 최혜원 형지I&C 사장 등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뷰티업계에서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한국콜마 창업자 윤동한 회장의 장녀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콜마BNH) 대표, 배해동 토니모리 창업자 장녀 배진형 전무 등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벌가의 소셜미디어 활용은 구독자들과 거리감을 좁히고 오너일가에 대한 호감을 높여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44만 유튜버된 오뚜기 3세, 활동 중단 후 美서 경영수업 중
식품업계에선 오뚜기 3세 함연지 씨가 활발한 유튜브 소통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장녀인 그는 1992년생으로 대원외고와 뉴욕대 티시예술대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뮤지컬 배우 등으로 활동하며 경영과 무관한 행보를 보여왔다.
2019년부터 ‘햄연지’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멸치볶음과 김에 밥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일상을 공개해 재벌가답지 않은 소탈하고 신선한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80여 개의 영상을 게시했으며 현재 구독자 44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 남편과 함께 미국 생활을 시작한 뒤 12월 4년간 운영해온 유튜브 채널을 돌연 중단했다. 함 씨가 “한식을 해외에 알리는 것에 대한 큰 소명 의식이 생겼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시장, 한국 식품의 중심지인 LA에서 현장을 배워보려 한다”고 밝혀 업계에선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함 씨는 올해 초부터 오뚜기 미국법인인 오뚜기아메리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가 5월부터 마케팅업무 담당 정식 사원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 씨의 남편 역시 2018년 오뚜기에 입사해 오뚜기아메리카에서 근무 중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함 씨의 시아버지이자 함 회장의 사돈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오너 일가가 미국 시장 공략과 글로벌 경영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함 씨는 오뚜기 지분 1.07%를 보유한 대주주다. 업계에선 함 씨의 경영 참여로 함 회장이 딸에게 해외사업을 맡기고 아들인 함윤식 씨에게 국내사업을 맡기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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