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신예 활약 유럽 승리 무대...잉글랜드 네덜란드 첫승
신예 학포 내세운 네덜란드, 8년 만의 본선 첫 승
수세 몰린 웨일즈 베일 앞세워 승점 1점 챙겨
21일(현지시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는 신예를 대거 내세운 유럽 축구의 이변 없는 승리 무대였다. 1966년 월드컵 개최국 우승을 맛본 영국이 56년 만에 같은 대회 최정상에 오르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아시아의 방패 이란을 6-2의 점수차로 부수고 이번 대회 출전 이후 첫 승을 거뒀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을 상대로 긴 0의 균형을 깨고‘영건’ 코디 학포(23·에인트호번)의 활약에 힘 입어 첫 승리를 거뒀다. 2026년 월드컵 개최국인 미국은 ‘대통령의 아들’ 티머시 웨아가를 앞세워 웨일스의골문을 두드렸지만 ‘슈퍼스타’ 개러스 베일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비겨 승점 1점을 챙기는 데 만족했다.
●이란 ‘늪 축구’ 뚫은 영국, 우승 후보 선점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이날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B조 1차전에서 멀티 골을 터뜨린 부카요 사카 등의 활약을 앞세워 이란을 6-2로 꺾었다.
이번 대회 신예를 대거 이끌고 출전한 영국은 사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첫 경기 내내 강력한 득점력을 내세우며 축구 종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의 초반 부상 악재를 겪은 이란은 영국의 패스-드리블의 연계 플레이가 만든 조직력 축구 앞에서 역대 가장 많은 실점을 내고 무너졌다. 이란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4골), 2018년 러시아 월드컵(2골) 대회 전체 실점보다 많은 골을 이 한 경기에서 내줬다. 이란이 A매치 한 경기에서 6실점한 건 1950년 5월 튀르키예(터키)에 1-6으로 진 이후 72년 만이다.
경기 시작 10분도 안 돼 이란 골키퍼 베이란반드가 공을 막는 과정에서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의 머리에 얼굴을 부딪치며 쓰러지면서 불운은 시작됐다. 전반 20분 베이란반드는 뇌진탕 의심으로 호세인 호세이니로 교체됐다.
초반부터 ‘두 줄 수비’를 세우며 특유의 ‘늪 축구’를 예고했던 이란은 수문장 교체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잉글랜드는 전반 35분 2003년생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의 선제골로 1점을 얻었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루크 쇼의 크로스를 벨링엄이 정확하게 머리로 받아내며 생애 첫 월드컵의 첫 경기에서 골 맛을 봤다. 이어 전반 43분엔 2001년생 사카가 코너킥 이후 해리 매과이어의 헤더 패스를 매서운 왼발 슛으로 마무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추가 시간엔 래힘 스털링까지 득점하면서 잉글랜드는 경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후반 17분 사카가 개인기로 이란 수비를 뚫고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왼발 슛을 꽂아 넣었다.
이란은 후반 20분 알리 골리자데의 침투 패스에 이은 메디 타레미의 만회 골이 나왔으나 후반 27분 마커스 래시퍼드, 후반 45분 잭 그릴리시에게 연속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후반 추가 시간이 거의 다 갔을 때 존 스톤스의 파울로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하고 이란의 타레미가 성공하면서 추가 골을 넣었지만 승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이란 대표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선수들을 격려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어나서 계속 싸운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란 대표팀은 시작 전부터 내홍에 시달렸다.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이란을 월드컵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주축 선수인 사르다르 아즈문(레버쿠젠)이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는 정부를 비판하면서 대표팀 선발 논란을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무대에 섰으나 첫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페르세폴리스)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까지 덮치며 큰 점수 차의 패배를 떠안았다.
케이로스 감독은 “선수들이 지금 처한 상황은 최상이 아니다. 경기 준비에 집중할 수 없었다”며 “사람이니 그런 것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저 나라를 대표해 축구를 하려는 선수들일 뿐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뛰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꿈”이라며 “제발 이들이 경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신예 학포 내세운 네덜란드, 8년 만의 본선 첫 승
2014년 브라질 대회 이후 8년 만에 본선 무대에 복귀한 네덜란드는 코디 학포의 백헤딩 월드컵 데뷔골로 세네갈전 승리를 챙겼다. 학포는 2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네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0-0으로 맞선 후반 39분 헤딩 결승골을 터트려 팀의 승리에 앞장섰다.
프렝키 더용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학포가 백헤딩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 네덜란드 대표팀의 첫 득점이자, 학포의 월드컵 데뷔전 데뷔골이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 유스 출신으로 2018년 1군 무대를 밟은 학포는 2020-2021시즌 공식전 29경기에서 11골(3도움), 2021-2022시즌 47경기에서 21골(15도움)을 넣으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시즌에는 24경기에서 13골(17도움)을 기록 중이다.
네덜란드는 후반 54분 데이비 클라선의 쐐기 골을 엮어 2-0으로 승리했다. 세네갈전이 끝나고 학포는 경기 최우수선수인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Player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 대표팀과 세 번째 동행에 나선 루이 판할 감독은 부임 후 16경기 무패(12승 4패)를 기록했다. 판할 감독은 오렌지 군단을 이끌며 38승을 거둬 딕 아드보카트(37승)를 넘어 역대 네덜란드 대표팀 사령탑 통산 최다승 기록도 새로 썼다.
●수세 몰린 웨일즈 베일 앞세워 승점 1점 챙겨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미국은 21일 카타르 알라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웨일스와 1-1로 비겼다.
웨아가 전반 36분 선제골을 넣었지만, 베일이 후반 37분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무승부를 만들었다. 이번 대회 개막 4경기 만에 나온 첫 무승부다.
1958년 스웨덴 대회 이후 처음이자 통산 2번째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웨일스는 첫 경기에서 극적으로 무승부를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미국은 첼시(잉글랜드) 소속인 크리스천 풀리식, 스타 축구선수 출신의 라이베리아 대통령 조지 웨아의 아들인 티머시 웨아를 최전방에 세우는 4-3-3 전술을 들고나왔다. 웨일스는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인 벤 데이비스를 수비라인에 세운 3-5-2 전술로 나섰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출신으로 현재 LAFC(미국)에서 뛰고 있는 골잡이 베일이 최전방에서 득점을 노렸다.
미국이 강한 압박과 풀리식의 간결하고 빠른 공격 전개를 앞세워 웨일스 진영을 몰아쳤다. 웨일스는 수세에 몰렸고, 베일에게 좀처럼 공을 연결하지 못했다.
결국 미국이 먼저 골문을 열었다. 전반 36분 웨아가 풀리식이 내준 침투 패스를 논스톱 오른발 논스톱 땅볼 슈팅으로 마무리해 월드컵 데뷔골을 냈다. 후반전 중반부터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웨일스는 후반 37분 베일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앞서 베일이 에런 램지가 오른쪽에서 넘긴 컷백을 받으려 하자 미국 수비수 워커 지머먼이 백태클 파울을 저질렀다. 직접 키커로 나선 베일은 골대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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