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 뗀 100인의 '맛대결'… 8일 최후의 셰프 나온다
유·무명 셰프 총출동 서바이벌 예능
한식·중식·일식·양식 장르 구분 않고
오로지 '맛'으로만 승부해 인기몰이
"이븐하게 익지 않았다" 유행어 확산
화제의 밤티라미수 편의점 출시 앞둬
"고기가 이븐(even·고르게)하게 익지 않았다"는 안성재 셰프의 심사평을 패러디한 개그맨의 등장부터 안대 쓴 백종원 심사위원이 "아" 입을 크게 벌리는 모습을 담은 쇼츠, '흑백요리사 식당 맛집 총정리' 게시물까지 인기다. 지난 2일에는 8화 패자부활전에서 참가자가 만든 '밤 티라미수'가 조만간 출시될 것이라는 뉴스도 타전됐다.
■예능의 미덕은 권위의 해체
100명의 무·유명 요리사들이 출연한 '흑백요리사'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우리나라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맞붙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국민 요리 멘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현재 국내 유일의 미슐랭 3스타 셰프 안성재가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지난달 17일 첫 공개된 이 예능은 2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물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한국 오리지널 예능이 2주 연속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2월 '피지컬: 100' 시즌1 이후 처음이다. '흑백요리사'는 유·무명 셰프를 흑백의 계급전쟁으로 포장해 호기심을 자극한 게 주효했다. 중식·양식·한식·일식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오로지 '맛'으로 평가하고, 심사위원 역시 프랜차이즈와 파인다이닝을 대표하는 백종원·안성재를 기용해 '상징성과 단순함'을 확보했다.
80명 흑수저 요리사중 20명을 추려 백수저와 1대 1 대결부터 흑백 팀전, 흑백 혼합전을 거치며 요리사의 기본인 실력부터 순발력, 셰프의 리더십과 협업 능력, 레스토랑 운영 능력 등을 검증했다. 현재 8명만 살아남은 상태로 마치 게임이나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한 재미를 주고 있다. 3305㎡ 규모에 40명이 동시 조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볼거리도 풍성했다.
김현식 문화평론가는 '흑백요리사'의 성공요인에 대해 "예능의 미덕인 권위의 해체"를 꼽았다. 그는 "성별이나 종목, 유·무명 여부를 따지지 않고 한판 승부했던 '피지컬100'과 연장선상에 있다"며 "동네 맛집부터 유명 레스트랑 셰프까지 오로지 실력으로 대결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을 자극했다. 흑백수저의 대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흑수저에 비해 잃을 것이 많은 백수저가 경연에 나선 게 특히 주목됐다. 49년차 중식 그랜드 마스터 여경래가 대표적으로, 자신의 제자 '중식여신'과 함께 출전해 1대 1 팀전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관련 유튜브 영상에는 '태산이 한 줌 깎여도 태산'이라는 댓글이 달렸고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한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명성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 엄청난 노력 끝에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믿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무명의 발견, 유명의 재발견
'흑백요리사'는 결승전에 오른 '나폴리 맛피아'와 파인다이닝의 새로운 스타로 부상할 '트리플 스타', '셰프의 셰프' 안성재 심사위원 등 시청자들에게 생소했던 무·유명 요리사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동시에 백종원·최현석 등 유명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데도 성공했다.
콘텐츠 평가 플랫폼 '왓차피디아' 이용자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장사천재의 표본 백종원과 심사기준이 엄격하지면 납득이 되는 안성재 그리고 실력, 사업가 마인드, 노련미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리얼 만능캐' 최현석"을 언급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도 "처음에는 '또 백종원'이냐고 생각했는데, 음식에 대한 방대한 지식부터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면모가 돋보였다"며 "무엇보다 음식에 대한 철학이 다른 안성재와 최현석 셰프의 캐릭터 대립이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대결 속 리더십에 주목했다. 그는 "내가 비록 욕을 먹을지언정 부서원의 생존을 위해 최현석 셰프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자신과 생각이 달라도 묵묵히 따라가는 연륜 있는 부서원 셰프들의 모습이 자기의견을 내놓는데 바쁜 상대 팀과 비교됐다"며 "마치 우리사회 조직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이재원 초빙교수는 "백종원, 안성재 심사위원을 내세워 각각 장사꾼과 미슐랭 스타 셰프 간 대결구도를 형성했는데 자칫 불편할 수도 있는 계급구도를 대중성과 작품성 대결로 전환시켰다"며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맛이 아니라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학민, 이은지 PD는 7일 '톱8 제작보고회'에서 "출연자의 가게에 예약률이 급증하는 등 한국 요식업계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보탬이 돼 뿌듯하다"고 밝혔다. 대결 미션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둔 부분으론 '맛'을 꼽으며 "맛의 다양한 요소를 대결에 반영해 육각형 셰프의 탄생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8일 공개될 최종화 미션인 '무한요리지옥'에 대해서는 "가장 치열한 개인전이자 우리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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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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