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자제 메시지에도 이어진 개딸의 ‘트럭시위’, 전문가 판단은…

방재혁 기자 2023. 3.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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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이틀 걸쳐 방송·SNS에 자제 메시지
트럭 5대 동원…LED 전광판에 ‘당대표 흔들기 그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자제 요구에도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이 지난 15일 오전부터 국회의사당 앞 도로와 일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트럭 시위 진행했다. 당 안팎에서는 강성 지지자들의 당내 이견 억압이 점점 심해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의 만류에도 강성 지지층이 이런 행동을 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회 앞 도로와 강병원, 윤영찬, 이원욱, 전해철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 근처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이 설치된 트럭이 등장했다. 1톤 트럭 4대와 2.5톤 트럭 1대 등 모두 5대가 동원됐다.

해당 트럭들은 LED 전광판에 ‘국민들은 이재명을 믿는다. 당대표 흔들기 그만하라’, ‘77.7% 당원의 뜻 거스르지 말라’ 등 문구를 띄워놨다.

이번 시위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네티즌은 지난달 28일부터 지지자들의 후원을 받아 시위를 진행했다고 한다.

개딸들은 지난달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오자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명계 의원들 색출하는 행동을 해 논란이 됐다. 이어 이번 장외시위까지 벌인 것이다.

트럭 시위는 이 대표의 만류에도 진행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당원존 라이브’ 방송에서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면 우리끼리 마음의 상처를 입고 내부 단합만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작은 차이를 들어 싸우기보다는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책임자의 입장에서 거듭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비명계 의원 지역구 사무소에 등장한 트럭 전광판에는 해당 의원을 직접 비판하는 문구도 등장했다.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에서 마태복음을 낭독한 것으로 알려진 강병원 의원의 지역사무소 앞 트럭에는 이 대표를 예수 그리스도로, 강 의원을 가롯 유다로 빗대 ‘가결유다 강병원은 배신정치 하지 말라’는 문구가 띄워졌다. 전해철 의원 지역사무소 앞 트럭에는 ‘당원무시 대표무시 전해철은 각성하라’는 문구가 띄워졌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의원실 차원에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혹스러웠다”며 “의원의 실명까지 거론하고, 그런 식으로 시위하는 것은 사실 불법이지 않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15일 자제 요청을 거듭했다. 15일 민주당 내 최대 의원 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와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응원을 나온 지지자들에게 “그 트럭시위 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느냐, 제발 그런 것 하지 말아 달라고 해주시라”고 당부했다. 이후 페이스북에 “‘너는 왜 나와 생각이 다르냐’며 색출하고 망신 주고 공격하면 당장 기분은 시원할지 몰라도 민주당은 물론 민주 진영 전체에 큰 피해를 준다”며 “마치 집안에 폭탄 던지는 꼴”이라고 적기도 했다.

이 대표의 요청에 해당 시위를 주도한 네티즌은 “직접적인 부탁이 있으셨으니 어쩔 수 없다”며 트럭시위를 종료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후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가 원하니 (시위) 중단은 하지만 수박(비명계를 비하하는 용어)들도 주둥이 다물어야” “맨날 우리만 참아야 하나” “당원들이 의사표현하는 걸 틀어막아달라고 이 대표한테 징징댔을 것이 뻔하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 전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16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당내 일부 지지자가 의원들을 향해 지나친 행위를 해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은 당 대표 책임”이라며 “내부의 갈등을 줄이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내부 분열을 멈추라는 메시지를 다시 낸 것이다.

당초 트럭시위는 스포츠팀 팬들이 구단 운영 관련 항의를 하거나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유통사의 상식적이지 않은 게임 운영 등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시도된 방식이다. 운영권자의 일방적 운영에 항의하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당권을 가진 이 대표와 지도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세력을 억압하는데 활용됐다는 점에서 정 반대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자제 요청에도 트럭시위가 이뤄진 것에 대해 요청의 시기가 늦었고, 지지층이 자제 요청이 효과를 보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 대표가 자제를 요청하는 시점이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이미 피해가 다 발생한 상황”이라며 “트럭시위는 멈추겠다고 했지만 문자 폭탄 등 다른 형태로 의원들을 공격하는 것 또한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좀 더 능동적인 행동으로 보여줬어야 했다. 대처를 더 이른 시기에 적극적으로 했다면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지층의 정확한 의도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 대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럭시위는 나쁘고 문자 폭탄은 좋은 것이 아니지 않나. 다 비슷한 비명계 공격인데 지금 민주당 지지층의 환경이나 구조가 그런 부분들이 자제되기 쉽지 않은 구조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본인은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 대표와 지지층 사이에 있는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정치인 그룹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며 이 대표 뿐만 아니라 의원들도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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