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보다 사이 나빴던 전설의 밴드…한국서 다시 뭉치는 이유는?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10. 5. 07: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설의 英밴드 오아시스
15년만에 극적 재결합
내년 서울 투어 기대감
린킨파크 공연 2030 열광
새 보컬 영입해 활동 재개
웨스트라이프도 내달 내한
엔데믹 이후 공연시장 활황
MZ세대 열광시키며 매진
해체 후 15년 만인 지난 8월 재결합을 발표하고 내년에 영국·아일랜드를 시작으로 세계 투어를 예고한 브릿팝 레전드 밴드 오아시스의 리암·노엘 갤러거 형제. 오아시스 공식 홈페이지
‘Y2K’와 ‘재결합’을 키워드로 팝스타 내한 무대가 문전성시다. 한때 다투고 갈라서 원수보다 못한 사이였을지라도, 피보다 진했던 열정이 서서히 얼어버릴지라도, 함께 보낸 영광의 시절이 이들을 무대 위로 다시 불러들인다. 남아있는 음악은 십수 년이 지났어도 젊음을 노래하고, 젊은 관객들도 여기에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 1990·2000년대를 주름잡던 세계적 가수들이 일제히 서울 무대로 향하는 이유다.

가장 이목이 쏠려 있는 건 전설적인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의 내한 여부다. 성사된다면 16년만의 내한 공연이다. 오아시스는 1991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결성된 팝밴드로, 노래 담당인 동생 리암과 작곡·기타 담당 형 노엘 등 갤러거 형제를 주축으로 세계적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명곡 ‘원더월’ ‘돈트 룩 백 인 앵거’ 등이 수록된 2집은 1990년대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전 세계 2700만 장 이상 팔린 앨범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5살 터울 갤러거 형제의 재결합은 전성기 때부터 지속됐던 갈등을 돌이켜보면 더욱더 극적이다. 노엘이 몇 차례 밴드를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다가, 2009년 8월 파리 공연 직전에 “하루도 더는 리암과 함께 할 수 없다”고 공표하며 갈라섰다. 이후 간간이 둘의 관계가 완화됐다는 암시와 팬들의 재결합 열망이 강하게 뒤얽혀왔다. 형제는 지난 8월 15년 만의 전격 재결합과 함께 2025년 영국·아일랜드와 북미·멕시코 투어 일정을 발표했다. 영국 매체 NME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갤러거 형제가 내년에 아시아, 호주도 방문한다”며 서울, 도쿄, 시드니 등이 포함된 목록을 보도한 상태다.

11월 콘서트로 13년 만에 내한하는 팝밴드 웨스트라이프. 사진제공=모히건 인스파이어
극적인 갈등과 화해 서사에 더해, 젠지(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출생자)를 사로잡은 것도 이들의 복귀를 주목하게 한다. 오아시스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 중후반, 2000년대 초중반에는 너무 어렸던 이들이 그 시대 노래에 열광하며 가수를 ‘살아있는 레전드’로 여긴다. 노엘이 올해 7월 일산 킨텍스에서 내한 공연을 열었을 때 인터파크 티켓 예매자 중 57.9%가 20대, 16.9%가 30대, 14.1%가 10대였다.
지난달 28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13년 만의 내한 콘서트를 열고 무대 위에서 열창하는 원년 멤버 마이크 시노다(왼쪽)와 새 보컬 멤버 에밀리 암스트롱.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Y2K 음악의 건재함은 최근 린킨 파크의 내한 공연에서도 확인됐다. 록에 힙합, 일렉트로닉 등을 접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록’을 상징하는 이 밴드는 지난 28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13년 만의 내한 공연을 열었다. 이 역시 1만4000명 관객 중 20·30대가 대다수(30대 42.5%, 20대 36%)를 차지했다. 린킨 파크는 1996년 결성된 이래 통산 앨범 판매량이 1억 장을 넘긴 인기 밴드였으나, 2017년 보컬 멤버 체스터 베닝턴의 죽음 이후 7년 간 긴 공백기를 보냈다. 올해 새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 드럼 콜린 브리튼을 영입하며 재활동에 나섰다. 밴드의 주축 멤버이자 프로듀서·래퍼인 마이크 시노다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체스터의 레거시(유산)는 그대로 두고, 우리는 우리대로 새로운 챕터를 쓰려고 한다”고 밝혔다.

십수년 만의 내한 일정은 연초까지 이어진다. 11월 23일에는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 팝밴드 웨스트라이프가 13년 만에 한국 무대를 찾는다. 1998년 결성돼 ‘유 레이즈 미 업’ ‘업타운 걸’ 등 서정적인 선율과 풍성한 화음이 돋보이는 팝 발라드 곡을 부른 팀이다. 2012년에 해체했다가, 데뷔 20주년을 맞은 2018년에 재결합해 키안 이건·마크 필리·셰인 필란·니키 번 등 4인조로 활동 중이다. 이번 내한 공연은 마크 필리가 건강상 이유로 불참해 3명의 목소리로 명곡을 들려준다.

임희윤 평론가는 이같은 내한 열풍에 대해 “공연 시장의 활황이 영향을 미쳤다”며 “공연기획사 등이 이름값 있는 그룹들에 계속해서 제안을 던지는데, 엔데믹 이후 투어 콘서트가 좋은 수익을 보장해주니 재결합 성사 확률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젊은 세대의 세기말·초 문화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며 “유행이 빨리 바뀌는 요즘 세대 시각에서 오랜 시간 ‘레전드’를 유지해온 가수들은 더 신성시되고 권위를 갖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13년 만의 내한 콘서트를 마친 밴드 린킨파크. 보컬 체스터 베닝턴의 사망 이후 7년 만에 재결합, 새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왼쪽 넷째) 등을 영입해 활동에 나섰다.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