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이제 한국이 더 싸다… 거래량 감소에 김치프리미엄 ‘마이너스’
비트코인은 반등…국내 투자 열기 회복은 아직
개인이 주도하는 국내 시장…기대 상승 폭 줄어
국내에서 비트코인이 글로벌 시장보다 소폭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했지만, 국내에서는 악화된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김치프리미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김치프리미엄이란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비트코인이 얼마나 더 비싸게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6일 가상자산 통계분석 플랫폼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6만7239.1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을 적용하면 원화로 환산된 가격은 9160만원이다. 같은 시각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9099만원을 기록 중이다. 약 0.7% 수준의 ‘역(逆)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한 셈이다.
김치프리미엄은 지난 2017년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량이 급증하고 비트코인의 원화 거래 가격이 달러화 가격을 넘어선 후부터 쓰이기 시작한 용어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이 강세를 보일 때 김치프리미엄도 상승했고, 반대로 침체기에는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2021년에는 김치프리미엄이 10%를 웃돌았다.
지난 2022년 루나 폭락 사태 이후 2년 가까이 얼어붙었던 가상자산 시장이 올해 초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후 반등하면서 김치프리미엄도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3월 16일 김치프리미엄은 호황기였던 2021년 5월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다시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국내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1억280만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4월 반감기(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지난 후 한동안 약세를 보이다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다. 지난달 초 가격은 5만4000달러를 밑돌았지만, 1개월 만에 20% 넘게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한 데다,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입장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오르면서 비트코인도 상승세를 탄 것이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최근 비트코인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김치프리미엄이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 식어버린 투자 열기가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은 21억달러를 기록했다. 1주일 전 거래량(11억달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국내에서 한창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3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에 머물고 있다. 지난 3월 5일 업비트에서의 하루 거래량은 153억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2위 거래소인 빗썸의 거래량 역시 최근 수수료 무료화 등의 영향으로 최근 증가세지만, 2~3월에 비해선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서 기관의 투자가 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아직 ETF가 승인되지 않은 데다 법인 투자도 막혀 있어, 전적으로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시장이다. 최근 호재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9000만원대에 달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과거에 비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거래량이 눈에 띄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투자 위험이 훨씬 큰 가상자산에 비해 미국 주식 등으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이 많다”면서 “과거처럼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이상 신규 투자가 빠르게 유입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투자 심리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의 도입과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 허용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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