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농협은행이 퇴직연금 수익률 경쟁력과 적립금 증가율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적립금 규모는 작지만, 올 1분기 증가율은 가장 높았고 개인형퇴직연금(IRP) 원리금비보장상품 1년 수익률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농협은행도 연금 전문인력 양성과 비대면 플랫폼 고도화에 속도를 내며 대응에 고삐를 죈다는 방침이다.
1Q 적립금 증가율 1위…성과 증명한 경로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7조304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5년 말 26조7191억원과 비교하면 5858억원 늘어난 규모다. 증가율은 약 2.2%로, 같은 기간 신한은행(1.6%)과 국민은행(1.9%), 하나은행(1.9%), 우리은행(1.3%)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IRP 부문 약진이 주목된다. 실제 농협은행의 1분기 말 IRP 적립금 규모는 7조267억원으로 전분기(6조2715억원) 대비 7552억원(약 12%) 증가하며 확정급여형(DB)형 감소 폭(2340억원)을 만회하고도 남았다. IRP 원리금비보장상품 1년 수익률은 24.82%로 주요 금융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적립금 절대 규모는 선두권보다 작지만, 운용 성과를 앞세워 고객 신뢰를 확보하면서 자금 유입을 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적립금 증가 배경으로 수익률 경쟁력과 함께 현장 마케팅 강화, 퇴직연금 전문인력 양성과정 교육, 비대면 채널 IRP 가입 고객 대상 이벤트 등이 꼽힌다. 영업점 중심 상담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비대면 채널 접점을 넓히면서 적립금 확대와 수익률 제고를 함께 추진한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유형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퇴직연금 구조는 여전히 DB 비중이 높지만, 최근 증가세는 IRP에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은행권에서는 수익률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면 개인 고객의 추가 납입과 자금 이동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IRP 성과가 향후 적립금 확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제적 움직임…인력·플랫폼이 빚은 '격차'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도 농협은행에는 기회 요인으로 꼽히다. 정부는 7월까지 기금형 퇴직연금 세부 설계안을 마련하고 연내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금형은 여러 기업의 적립금을 통합 운용하는 구조여서 단순 적립금 유치보다 수익률과 운용 역량, 수탁·회계 인프라가 한층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단순히 적립금 규모만으로 경쟁력을 평가하기보다 운용 성과와 플랫폼, 자산관리 체계를 함께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농협은행처럼 수익률과 증가세를 함께 보여주는 은행의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농협금융 차원의 움직임도 농협은행 전략을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읽힌다.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기금형 퇴직연금 시대에는 단일 회사의 역량만으로 기업과 가입자의 복합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은행, 증권, 자산운용 ‘삼각편대’를 구축해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농협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전국 영업점을 대상으로 전문 인력 양성 교육을 강화하고,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의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연금 플랫폼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제도 변화 국면에서 단순한 적립금 순위 경쟁보다 수익률과 서비스 품질, 플랫폼 편의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전략에 무게를 싣는 셈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익률 경쟁력과 고객 중심 연금 서비스를 바탕으로 퇴직연금 사업 경쟁력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며 "전문인력 양성과 비대면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 제도 변화에도 차질 없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