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운영 독립서점 "당분간 쉽니다"…인파에 영업중단(종합)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장보인 기자 = "저 사람이 한국인 중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대. 대단하지 않아?"
일요일인 13일 낮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소설가 한강(54)의 책이 진열된 매대를 지나던 한 어린이는 곁에 있던 친구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이날 교보문고는 주말을 맞아 가족, 친구 등과 서점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감격해 그의 작품을 찾는 발걸음도 이어졌다.
현재 이곳에 있는 한강의 작품은 대부분 품절 상태로 재고가 남은 책은 소설 '소년이 온다' 뿐이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매대에 쌓인 책들은 빠르게 들어 올려졌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기념 코너에선 휴대전화 사진 촬영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웃으며 일행과 '셀카'를 찍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경기도 일산에서 부모님과 함께 왔다는 중학생 이모(15) 양은 '소년이 온다'를 한 권 집어든 채 "한강 작가를 잘 몰랐지만 노벨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궁금증이 생겨서 읽어보려고 한다"며 "집 주변 서점에선 책이 다 품절돼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 양은 "어머니께서 한강 작품을 많이 읽으셨는데 내게도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셨다"며 "공부 때문에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짬을 내서 읽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임모(48)씨는 "한강 작가가 부커상을 탔을 때 관심이 생기기는 했지만 책을 읽지는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사서 읽어보려 한다"며 역시 책을 집어 들어 계산대로 향했다.
임씨는 "과거 미디어 등에서 비춰진 모습을 보면 한강 작가의 인격도 훌륭하고 성숙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의 내용도 궁금해졌다"고 했다.
고등학생 1학년 자녀가 있다는 그는 한강의 책 중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담긴 작품이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아이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나이인 만큼 스스로 책을 읽길 원한다면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점가에 따르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서점 3곳에서는 한강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관련 책이 30만부 넘게 판매됐다.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도 한강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교보문고 온라인 일간 베스트 '톱 10'은 모두 한강의 작품이 차지했고, 예스24 역시 대부분 한강의 책이 이름을 올렸다.
한강의 수상 소식은 단순히 그에 대한 궁금증을 넘어 인문학과 독서에 대한 관심도 환기하는 모양새다.
서점 한 편에 마련된 책상에는 경제·경영 관련 서적들과 한강의 소설을 함께 쌓아 두고 차례로 읽어 나가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장재선(27)씨는 "한강의 책을 바로 사고 싶어서 재고를 찾아 인천에서 왔다"며 "평소에는 직무에 관련된 책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제 관련 책들을 구매하곤 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문학 작품도 더 많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장씨는 "오늘은 서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을 계획이다. 휴대전화 등 방해 요소가 있어 책에만 집중하는 게 쉽지 않지만 독서 습관을 들여보려 한다"고 말한 뒤 인문학 서적 코너로 눈길을 돌렸다.
한강이 운영하는 종로구 통의동의 독립서점 '책방오늘' 앞은 주말 나들이객이 더해져 더욱 붐볐다.
수십명의 시민들은 저마다 서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문이 닫힌 서점 안을 창문으로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서점은 전날 '당분간 쉬어간다. 재영업일은 이후 공지하겠다'며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서점 외벽에는 '아프고 서러운 시절을 지나온 이에게 위로이며 희망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항상 마음 건강하시라' 등의 축하 글과 꽃이 걸렸다.
경복궁 일대를 찾았다가 몰린 인파에 어리둥절하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서점'이라는 설명을 듣고 발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눌렀다.
여자친구와 우연히 서점 앞을 지나게 됐다는 대학생 안상준(24)씨는 "국문학도라 한강의 작품은 거의 다 읽어봤는데 영업을 재개하면 다시 와서 수상을 기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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