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근본’을 따져야 할까? 쉐보레 블레이저 SS와 기아 EV6 GT의 정면 대결은 그 질문에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둘 다 최고 출력 600마력대의 괴물 같은 퍼포먼스를 자랑하지만, 실제 주행과 체감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우선 가격은 거의 비슷하다. 블레이저 SS는 약 8,600만 원(미국 기준), EV6 GT는 약 8,800만 원 수준. 성능도 비슷하다. 블레이저 SS는 615마력, EV6 GT는 641마력, 제로백은 각각 3.3초와 3.2초다. 표면상으론 EV6가 살짝 앞서는 듯하지만, 숫자만 보고 판단하긴 이르다.

핵심은 주행감이다. 블레이저 SS는 전형적인 미국식 감성이다. 직진은 강력하지만 코너에서는 언더스티어가 쉽게 발생하고, 스티어링 피드백은 밋밋하다는 평가다. 반면 EV6 GT는 코너링, 밸런스, 제동까지 모두 날카롭다. 아이오닉 5N의 하드코어 DNA가 그대로 이식된 덕분이다. 스티어링은 묵직하고 반응도 직관적이라 스포츠카 같은 감각을 제공한다.

실내는 둘 다 피아노블랙을 남용한 점이 아쉽지만, EV6 GT는 스포츠 버킷시트 느낌을 살린 반면 블레이저는 다소 평범하다는 평가다. 특히 뒷좌석 공간에서 EV6가 압도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사용성 면에서도 기아가 앞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충전 성능에서도 EV6 GT가 압승이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채택한 덕분에 240kW급 초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10~90%까지 단 35분이면 끝난다. 반면 블레이저 SS는 190kW급 충전으로, 같은 조건 충전에 57분이 소요된다. 실제 사용 편의성에서 체감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단 하나, 블레이저 SS가 앞선 건 주행거리다. **303마일(약 488km)**로 EV6 GT의 **231마일(약 372km)**보다 월등히 길다. 하지만 그 외 모든 면에서 EV6 GT가 더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 SUV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순히 빠른 게 아니라, ‘잘 만든’ 전기차를 원한다면? 해답은 EV6 GT다. 기아가 괜히 무섭다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