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이 현관에서 제 운동화를 들어 보더니 이제 그만 버리자고 했습니다. 몇 년을 신어 밑창이 닳은 신발이었습니다.아직 멀쩡하다며 괜히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현관에 놓인 상자를 보고 저는 웃음이 나고 말았습니다.

버리지 못한 낡은 운동화
그 운동화는 퇴직하던 해에 산 신발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동네를 걸을 때마다 신고 나가던 것이었습니다. 밑창이 닳고 옆이 해졌지만 발에 익어서 편했습니다. 아들이 버리자고 하니 괜히 제 세월까지 버리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그래서 아직 한참 더 신을 수 있다고 우겼습니다.

현관에 놓인 상자
다음 날 아침 현관에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열어 보니 예전 것과 똑같은 모양의 새 운동화가 들어 있었습니다. 아들이 헌 신발 옆면에 적힌 모델명을 찾아 똑같은 것으로 주문해 둔 것이었습니다. 상자 안에는 헌 신발은 버리지 말고 추억으로 두시라는 쪽지도 있었습니다. 제 고집을 다 알고 있었던 아들의 마음에 웃음이 났습니다.

두 켤레의 운동화
저는 새 운동화를 신고 그날 아침 산책을 나섰습니다. 발에 익은 모양 그대로라 어색함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헌 운동화는 깨끗이 빨아 신발장 맨 위 칸에 올려 두었습니다. 아들은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웃었습니다. 버리는 대신 남겨 두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아들에게 배웠습니다.

부모가 낡은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큰 위로를 받습니다.버리자고 하기 전에 한 번 더 그 물건에 담긴 시간을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배려가 부모와 자식 사이를 한층 가깝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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