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순 인기의 함의: 웨이브 클래식 전략과 '티빙 M&A'란 그림자
웨이브의 뉴 클래식 전략
고전 인기작 재구성해 방영
요즘 시청자 입맛 사로잡아
이용자 수 반등할 가능성도
문제는 티빙과의 인수·합병
9개월째 진전속도 지지부진
티빙은 올해 웃을 수 있나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합작해 만든 OTT 서비스 '웨이브'에 청신호가 켜졌다. 웨이브는 지난 6일 공개한 감독판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2024'가 이날 웨이브 내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콘텐츠'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특히 비슷한 기간에 방영된 '굿 파트너(SBS)'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MBC)' 등 쟁쟁한 작품들 사이에서 이같은 결과를 이끌어낸 건 웨이브에 고무적이다. 옛 작품을 재방영해 시청자를 끌어모으겠다는 웨이브의 전략이 제대로 통한 셈이라서다.
■ 클래식의 힘=웨이브는 지난 7월 '뉴 클래식(New classic)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내 이름은 김삼순(MBC)' '미안하다, 사랑한다(KBS)' 등 고전 드라마를 시리즈물 형태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첫 타자로 나선 '내 이름은 김삼순'은 2005년 방영해 시청률 51.1%, 평균 시청률 36.9%(닐슨코리아)를 기록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다.
요즘 시청자의 입맛에 맞도록 개편 작업도 거쳤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경우, 원작 감독과 주요 스태프들이 직접 참여해 기존 16부작에서 8부작으로 편집했다. 작업에 참여한 김윤철 감독은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년 전 시대 감각을 가진 작품을 지금의 20~30대가 볼 수 있을까 싶었다"면서 "서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덜어냈다"고 말했다.
이밖에 시청자가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도록 최고 4K 수준으로 화질 업스케일링, 음질 개선, 자막 제공 등 다양한 기술도 적용했다.
국내 OTT 시장에서 웨이브는 지난 몇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방송 3사의 콘텐츠를 아우른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고, 이런 분위기는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7월 웨이브의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는 433만5475명을 기록했다. 업계 1위인 넷플릭스(1122만7675명)를 비롯해 티빙(764만5339명), 쿠팡플레이(616만4329명) 등과 비교하면 이용자 수가 저조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는 웨이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웨이브가 자사 IP(지식재산권)의 숨은 경쟁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서다. 웨이브가 '내 이름은 김삼순'에 이어 선보일 '미안하다, 사랑하다' 역시 평균 시청률 20.3%를 기록한 수작으로, 올해 하반기 내 웨이브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그러면 저조했던 웨이브의 이용자 수도 지금보다 반등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 난항 겪는 M&A=문제는 웨이브가 외부에서 '예상치 못한 진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웨이브는 업계 2위인 티빙과의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단순 계산이긴 하지만, 두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합병할 경우 합산 MAU가 1198만814명(7월 기준)으로 넷플릭스(1122만7675명)를 넘어선다. 국내 OTT 업체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타도 넷플릭스'를 실현하는 셈이다.
두 업체는 지난해 12월 공식적인 M&A 의사를 밝히고 이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지만, 9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양 업체가 서로에게 무리한 요구를 제기한 탓에 합병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티빙의 주요 주주인 SSL중앙은 지난 7월 공식 성명을 통해 "티빙의 주주로서 협상에 우호적으로 임하고 있다"면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무산될 위기란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웨이브 관계자도 "M&A의 절차를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웨이브는 올해 하반기에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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