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제사회 “화석연료 금융지원 퇴출”…어깃장 놓는 한국정부

윤연정 기자 2024. 10. 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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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관련 회의서 11개국중 한국·튀르키예만 “반대”
참가국 전체 동의 필요한데… “국제사회 비판 자초”
오스트레일리아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호주 북부 티위섬 인근에서 진행 중인 이 사업의 공동 사업자인 에스케이이엔에스에 대해 한국의 공적 금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금융 지원을 한 바 있다. 에스케이이엔에스 제공

세계 주요국들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산업 전반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하지 말자는 논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이 이를 적극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세계 2위의 화석연료 금융 지원국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국제사회의 비판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김성환·진성준·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시민단체 기후솔루션이 우리나라의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인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받은 문건과 답변서 등을 보면, 지난 6월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협약 참가국 정례회의에서 다뤄진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공적 금융의 지원을 금지하자는 제안(수출신용협약 6조 개정)과 관련해 11개 참가국 중 한국과 튀르키예만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오이시디의 수출신용협약은 현재 공적 금융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지원을 금지’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 금지 대상을 화석연료 에너지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협약이 개정되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뿐 아니라 석탄·석유·가스의 채굴과 생산, 운송, 정제, 전력생산 같은 화석연료산업에 참여한 기업에 각국의 공적 금융 지원이 어려워지게 된다.

지난해 12월6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국이 노르웨이, 캐나다 앨버타주와 함께 ‘오늘의 화석상’을 수상했다. 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International)는 당사국총회 기간 동안 국제사회에서 ‘기후협상의 진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나라’들을 하루에 한 번씩 뽑아 이 상을 수여한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협약 참가국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유럽연합·일본 등 11개국으로, 개정안은 유럽연합과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이 제안했다. 한국은 6월 정례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낸 뒤 7월 유럽연합이 각국에 전달한 수정안에 여전히 유보적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오이시디 수출신용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이라 협약 개정 등 주요 결정에 참가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논의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주오이시디 대한민국 대표부가 관여하는데 참석자들은 “(한국의) 수출산업 구조상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과 발전 플랜트, 석유화학산업 등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경우, 고용과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한국의 이런 입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다. 한국은 공적 금융이 화석연료산업을 지원하는 규모가 캐나다에 이어 세계 2위 규모(2022년 기준 13조원)다. ‘공공재정의 탈화석연료’를 강조한 2021년 글래스고 선언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최근엔 한국가스공사가 70억달러(9조4304억원) 규모의 모잠비크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건설 사업(‘코럴 노스’)에 투자하려 하고 있고,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지원을 검토 중이다. 지원 규모는 앞선 ‘코럴 사우스’ 사업에 들어간 18억달러(2조4250억원)와 비슷할 전망이다. 김성환 의원은 “한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 국가들은 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으로 전력질주하는 상황인데, 이를 지원하고 키워가야 할 공적 금융기관들이 오히려 이를 막아서는 것은 문제다. 미래 한국 산업과 지역 경제를 내팽겨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진 의원은 “이번 오이시디 수출신용협약 개정은 신규 화석연료 투자가 파리협정 목표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하도록 공적 금융에 최소한의 입증 책무를 부여한 것”이라며 “이를 반대하는 것은 파리협정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가스공사가 모잠비크에서 진행한 해상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건설 사업(‘코럴 사우스’). 한국가스공사 제공

무역보험공사는 관련한 의원실 질의에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지원 중단 같은 급진적 조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고려”했다고 밝혔고, 수출입은행은 “참가국 간 일관된 적용이 담보되지 않는 유럽연합 제안서에 신중한 입장”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이 지원을 끊으면 중국 같은 경쟁국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2021년 글래스고 협약(탈화석연료) 협상에 참여한 루이스 버로우스 전 영국 총리실 에너지 정책 선임고문은 한겨레에 “과거 국외 석탄 금융지원 중단 때도 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참여하자 중국도 중단을 선언했다”며 “중국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핑계”라고 지적했다. 연간 13조원에 이르는 한국 공적 금융의 국외 화석연료 금융지원 규모에 견줘 한국의 국외 청정에너지 투자액은 연간 1조원에 불과하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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