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비교하는 문화, 죽음으로 몰고 가”…‘탈조선’도 소용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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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하려고) 머리에 총구를 겨눠 방아쇠를 반쯤 눌렀지만 차마 끝까지 당기지 못해 오열하던 때가 계속 생각납니다."
10년 동안 900차례 이상 마약중독 사망자와 자살자들의 장례식장에 참석했다는 한 목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LA 한인타운에서 아는 한인들 13명이 자살했다"며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및 화목한 가정에 대한 압박, 이주민으로서의 정체성 혼란으로 인해 일부 한인들은 극도의 우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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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교·직장 압박감 커
정신병이란 ‘낙인’ 찍힐라
상담기관 찾는 이도 드물어
한인회서 심리치료 등 지원
4일(현지시간) 저녁 9시께 취재진이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미주 한인 마약 퇴치센터. 한인 2세인 전 모씨(25)가 이곳의 센터장인 한영호 목사 앞에서 흐느끼며 3년 전 자살시도를 했던 경험을 털어놓고 있었다. 전씨는 부모 이혼과 가정불화로 마약에 손을 대 중독이 됐고 2차례나 자살시도를 했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곳은 마약·도박에 중독되거나 자살 시도를 했던 한인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다. 10년 동안 900차례 이상 마약중독 사망자와 자살자들의 장례식장에 참석했다는 한 목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LA 한인타운에서 아는 한인들 13명이 자살했다”며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및 화목한 가정에 대한 압박, 이주민으로서의 정체성 혼란으로 인해 일부 한인들은 극도의 우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들과 비교하는 문화가 한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며 “하지만 결국 좋은 대학에 가서도 그게 자신이 원하던 길이 아니었다며 자살한 케이스도 봤다”고 덧붙였다.
미국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한인들이 상당수다. 올해 캘리포니아대학교(UCLA) 보건정책연구소와 아시아태평양계 자료전문기관인 AAPI가 발간한 ‘아시아태평양계 정신건강 퍼즐 맞추기’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인 성인 19%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보니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자살률 역시 미국인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한국 이민자의 자살률은 10만명당 15.7명(2022년)으로 10년 전 10.3명(2011년)에 비해 52%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10만명당 자살 증가율(17%) 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LA 한인회에서는 치솟은 한인들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팔을 걷었다. LA정신건강국(LACDMH) 직원들이 나와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을 상담하고 있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 제임스 안 한인회장은 “한국 사람들은 정신병 자체를 입에 올리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며 “이런 것들을 수면 위로 꺼내놓고 얘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심리 치료를 제공하는 그레이스 박 코리안타운 유스 커뮤니티센터 총괄 매니저는“치료의 처음은 울고 싶으면 울도록 하고 부정적 감정들을 눌러두지 말고 배출하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 많은 한인은 감정을 억누르고 덮고 있지만 부정적 감정을 말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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