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People]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

불안마저 내 편으로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의 애정 어린 시선의 끝을 따라가면 볼 수 있는 독기 가득한 눈빛의 야수조 막내 윤동희. 누군가 2024년에 처음 윤동희를 알게 됐다면, 그저 야구 인생이 술술 풀리고 있는 선수 중 하나라고 오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는 짧은 시간 동안 갖은 시련 속에서 단단하게 자랐고, 지금도 부단히 노력하는 선수에 가깝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이 불안에서 시작된 운명이었을지도. 상무 피닉스 불합격 후 프로 무대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싶던 불안, 유격수에서 외야수로 자리를 옮긴 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 그러나 지금까지 그가 프로에서 보낸 3년은 그 모든 불안마저 내 편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낸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맞이할 그 어떤 시련도 반드시 제 편으로 바꿔낼 것이라고, 모든 일은 다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고 믿는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Seohyeon Kim Location Sajik Baseball Stadium

1년 만에 표지모델로 다시 만났어요! 자기소개하고 인터뷰 시작해 볼까요. (6월 27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더그아웃 매거진>과 1년 만에 함께하게 된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입니다. (1년 만에 신인 코너에서 표지 모델로 한 번에 레벨업했어요.) 정말요? 열심히 잘살았나 봐요. 오늘도 재밌게 잘해보겠습니다.

작년 인터뷰에서 마구마구 팀을 롯데로 바꾸겠다고 했거든요. 지금은 어떻게 됐나요?
요새는 마구마구를 잘 안 하는데, 최근에 친구랑 한 번 했더니 친구 팀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더라고요. 저를 이겨보겠다고 혼자 열심히 했대요. 저도 지금은 롯데로 바꿨는데, 이제 제 카드도 좋던데요? 지금 거의 5툴 플레이어예요. 꽤 쓸만하더라고요.

김태형 감독이 ‘윤동희는 루틴이 확실한 선수’라고 부임 초기부터 신뢰를 보내고 있어요. 출근 전까지의 루틴도 있나요?
일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어요. 원래는 침구 정리를 먼저 했는데, 어디서 보니까 문을 안 열고 이불을 정리하면 미세먼지가 나와서 안 좋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스피커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씻어요. 요즘은 파테코, 키드와인의 ‘보고 싶어질 때면’이라는 노래에 꽂혔어요. 발라드를 자주 듣긴 하지만 아침에 힘이 안 난다 싶을 때는 밝은 노래를 듣기도 하고요. 그렇게 씻고 출근하고 있어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김민석이 “경기 전 식사는 안 하면서 경기 중에 바나나는 다 먹는다”라고 폭로했어요. 지금도 경기 세 시간 전 금식은 이어지고 있나요?
안 합니다. (즉답) 올해부터 안 하게 됐어요. 살이 너무 많이 빠지더라고요. 이게 논문에서 나온 얘기거든요? 트레이너 형들이 알려주신 건데, 경기 세 시간 전부터 금식해야 경기중 퍼포먼스가 올라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년에는 밥을 안 먹고 경기에 들어가 봤는데 저는 오히려 컨디션이 더 떨어지는 것 같아서, 올해부터는 잘 챙겨 먹고 있어요. 오늘은 비빔국수 먹었어요. 민석이 때문에 이제 경기 중에 바나나도 안 먹고요.

최근에 허벅지, 옆구리 통증으로 몇 경기 결장하기도 했잖아요. 지금의 몸 상태는 어떤지 궁금해요.
지금 몸 상태는 좋아요. 관리도 잘 해주시고, 경기를 치르면서 제 몸을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디가 아플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겠다는 저만의 요령이 생겼죠. 나름의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잘 버텨가고 있는 듯해요. 최근에 옆구리 통증이 있을 때는 훈련량을 조금 줄였어요. 옆구리는 조절하기 힘든 부위라서 피로가 누적되지 않게끔만 운동하고 경기에만 포커스를 두려고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옆구리 통증도 많이 사라졌어요.

#아시안게임과 APBC, 서울 시리즈까지

작년에 국가대표팀에도 합류하면서 국내 최고 외야수 선배에게 많이 배웠을 것 같아요.
경기하면서도 형들에게 계속 물어봤어요. “형 송구 정말 잘하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요?”라는 식으로 상황에 맞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죠. 수비 위치도 잡아달라 하고요. 그렇게 KIA 타이거즈 (최)원준이 형이랑 SSG 랜더스 (최)지훈이 형한테 많이 배웠어요. 제가 외야로 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처음부터 배운다는 생각으로 기본기도 자주 물어봤고요.

APBC에서 ‘자작즈 원장 선생님’으로 화제가 됐죠. 삼성 라이온즈 박승규가 공유했던 단톡방의 관리 루틴은 어디서 보고 옮겨적은 건지, 직접 작성한 건지 궁금해요.
제가 다 직접 썼어요. 인스타그램 찾아보니까 다들 그렇게 하던데요? 그래서 저도 ‘나는 진짜 피부과 원장이다’, ‘다들 내 회원이다’라고 생각하니까 가식도 좀 더 들어가더라고요. 사실 거기 쓰인 내용 다 실제로 제가 하는 루틴이에요. 물론 지금은 소홀해져서 그 순서대로 모두 지키지는 않죠. APBC 당시에 제가 하고 있던 거예요. (왜 그렇게까지 사명감이 생겼나요?) 회원들이 다들 열정이 있어요. 제 피부가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다들 저한테 피부가 좋다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더 책임감이 생겼죠.

그럼, 저녁에 샤워하고 나와서 기초 화장품을 바르는 순서인 ‘나이트 루틴’이 있나요?
샤워하고 나오면 일단 바디 미스트 먼저 뿌려요. 몸에 트러블이 안 나게 하는 기능성 미스트요. 운동선수들은 땀을 많이 흘리니까 등에도 그렇고 몸에 트러블이 자주 나거든요. ‘올’로 시작하는 드럭 스토어에서 샀어요. 자작 라인은 아니고요. (웃음) 거기서는 안 나오더라고요. 미스트를 뿌리고 나서는 자작나무 스킨하고 로션을 발라요. 여기서 중요한 게, 피붓결에 따라서 발라줘야 해요. 그냥 막 바르면 안 되거든요. 로션까지 바르고는 여드름 난 곳이 있으면 연고를 바르고, 립밤도 바른 다음에 머리를 말리죠.

그런 체계적인 공지를 보고 차기 주장의 느낌이 들었는데, 스스로 생각했을 때는 리더형인가요, 팔로워형인가요?
따져보면 리더형이긴 해요. (초등학생 때는 주장을 맡고 탈모가 왔다면서요.) 아마 지금은 괜찮을 거예요. 어떤 역할이라도 맡게 되면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커서요. 만약 나중에 주장을 맡았을 때, 저도 팀도 잘하면 좋지만 그게 잘 안될 때도 있을 거잖아요. 그럴 때 주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제가 모두 챙길 수 있을까 가끔 생각해 보기는 해요. 그래도 시켜주시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머리가 빠진다면 그건 심으면 되죠.

작년 인터뷰에서는 집안일을 잘하지는 않는다고 했어요. 이제 혼자 살게 됐으니, 집안일도 늘었을 텐데 어떤가요?
기가 막힙니다. 잘하죠. 솔직히 청소나 빨래, 설거지하는 데 재능은 없긴 한데, 그중에서는 빨래를 자주 하고 있어요. 청소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하는 것 같고요. (화장실 청소는요?) 그건 최대한 미룹니다.

또 서울 시리즈 당시 기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비시즌에 훈련할 때 티배팅을 돕던 후배 중 한 명이 윤동희라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근데 너무 어릴 때라서요. 제가 현산초등학교에 다닐 때, 고등학생이던 하성이 형이 학교에 연습하러 오셨거든요. 한 번에 200개 넘게 티배팅을 치셨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 옆에서 공을 올려드렸죠. (그런 선배가 어떻게 보였나요?) 힘들어 보였어요.(웃음) 워낙 열심히 하는 형이었고, 또 학교까지 찾아와서 운동한다는 건 쉬는 날에도 훈련한다는 뜻이거든요. 지금은 다른 마음이지만 어린 제 시선으로는 ‘저 형 되게 힘들겠다’ 싶었죠.

서울 시리즈에서도 만났는데, 그 시절 이야기를 전했나요?
비시즌에 개인 운동할 때 센터에서 만나서 초등학생 시절 얘기는 다 했어요. 사실 서울 시리즈 당시에는 생각보다 마주칠 기회가 없었어요. 그때 제 목표는 2루까지 가는 거였어요. 2루에 가면 수비하는 하성이 형을 만날 수 있잖아요. 다행히 2루까지 갔더니 “동희야 너 좀 치네?”라고 하시더라고요. 경기 끝나고도 생각보다 잘 친다고 칭찬하셨어요.

스페셜 매치의 후기도 궁금해요.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는 멀티히트도 쳤잖아요.
재밌었어요. 잘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경기할 때의 모든 순간을 두 눈에 담고 싶었어요.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이고, 어떻게 보면 어릴 때부터 꿈꾸던 무대가 눈앞에 있는 거니까요.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려고 했죠.

비시즌에는 어떻게 지냈는지도 궁금해요. 작년과 비교하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작년 시즌을 지내보니까 살이 빠지면 체력도 같이 떨어지더라고요. 저는 살이 잘 빠지는 체질이라 어차피 시즌을 치르다 보면 빠질 살을 비시즌에 미리 찌워두자는 생각으로 하루에 네다섯 끼를 먹으면서 지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아직 한여름이 시작된 건 아니지만,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지는 않아요. (필라테스도 시작했다고요.) 제가 허벅지가 계속 안 좋기도 했는데 그게 가동성하고 관련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그걸 필라테스로 보완하면서 몸의 전체적인 밸런스도 맞추려고 했어요. 어쨌든 부상이라는 건 몸의 밸런스가 깨지면서 오는 게 아닐까 싶어서, 밸런스 유지를 위해 시작했던 거예요.

병역 문제를 해결했으니 대체 복무를 해야 하잖아요. 언제 어떻게 해결하려고 계획하고 있나요?
올해 시즌을 시작하고부터 부산에서 쉬는 월요일에는 거의 매번 부산고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가르쳐보니 어떤가요?) 재밌어요. 저는 기술적으로 알려준다기보다는 알아듣기 쉽게 비유하면서 알려주는 스타일이거든요. 제가 어떻게 하는지 직접 보여주기도 하고요. 물론 그게 모두에게 통하는 방법은 아니겠지만요. 그리고 부산고 친구들이 야구를 잘해요. 제가 경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훈련할 때 준비하는 모습이 정말 좋더라고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별생각 없이 치는 빠른 티배팅으로 훈련을 시작했다면 요즘 친구들은 자기 루틴도 있고, 티바를 많이 치더라고요. 그거 보고 좀 놀랐어요.

#냉철해져야, 근데 멀티 홈런은 못 참지

6월 12일, 키움 히어로즈 상대로 생애 첫 연타석 홈런을 쳤어요. 장타를 노리진 않았다고 했는데 당시 상황이 궁금해요.
그날의 멀티 홈런은 감독님 덕으로 돌리고 싶어요. 감독님이 야구는 냉철하게 해야 잘한다고 하셨거든요. 야수는 한 시즌 치르면서 500타석 정도 들어가니 당연히 못 치는 날이 더 많잖아요. 근데 한 타석 잘 맞았다고 해서 다음 타석에서 욕심을 내거나, 반대로 안 됐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처지면 안 된다고요. 오히려 생각을 버리고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는 선수들이 야구를 잘했대요. 그래서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고도 감독님 말씀대로 최대한 의식을 안 하려 했죠. 오히려 더 가볍게 치자는 마음으로 단순히 생각했더니 또 홈런이 나오더라고요. (그럼, 두 번째 홈런을 치고도 냉철함을 유지했나요?) 그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그렇지만 지금도 늘 냉철하게 타석에 들어가려 해요. 상황이나 투수에 따라 다르지 않게, 저만의 리듬을 유지하면서 제가 생각한 플랜으로만 꿋꿋하게 가는 게 어려우면서도 중요하더라고요.

그날 박재홍, 박정권 해설위원이 매 시즌 20홈런 정도 쳐낼 수 있는 선수라고 했어요. 스스로 생각해 본 연차에 따른 목표 홈런 개수도 있나요?
연차에 따라 몇 개 치겠다는 것까지는 딱히 정해놓지 않았어요. 사실 속으로는 혼자 생각해 둔 게 있긴 한데, 제가 어디 가서 홈런을 몇 개 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신경을 쓰진 않아서요. 그렇지만 제 올해 목표가 작년보다 장타 개수를 늘리는 거였는데 지금으로서는 잘 이뤄지고 있거든요. 지금처럼 하나하나 하다 보면 언젠가는 저 혼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목표만큼 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작년까지는 만루에서 적시타가 없었어요. 근데 올해는 인터뷰일 기준으로 벌써 9타수 5안타로 13타점을 쓸어 담고 있어요. 작년과 비교했을 때 어떤 게 달라졌을까요?
작년에 못 쳤던 건 압박감 때문이었죠. 아무래도 만루가 어떻게 보면 타자에게 큰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기라고 보거든요. 땅볼이 나오면 병살이 되기도 하고요. 빅이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찬스라 무조건 쳐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니 더더욱 이겨내기 어렵더라고요. 올해 성적을 자세히는 몰랐지만 좀 더 과감하게 치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계속 이런 상황에 놓이다 보니까 이제는 조금 알겠어요. 제가 공을 하나 지나 보내면 남은 기회가 두 번이잖아요. 근데 만루면 중요한 상황이니만큼 상대 투수도 어떻게든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할 텐데, 그걸 그냥 흘려보내는 게 제가 승부하는 데 큰 손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과감해지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결과도 잘 나왔어요.

손성빈과 함께 ‘의심하지 마’라는 말을 자주 쓰던데, 어떻게 나오게 된 말인지 궁금해요.
룸메이트인 손성빈 형이 스스로 의심하는 경향이 좀 있었어요. 방에 같이 있으면 야구 얘기를 정말 많이 하는데, 형이 스스로 못 믿는 듯한 말을 할 때면 제가 ‘형, 의심하지 마’라고 많이 했죠. 근데 저는 늘 얘기하지만, 성빈이 형은 정말 잘할 거예요. 우선 현재 성적을 떠나서 사람이 정말 성실하고요. 주변을 둘러볼 줄도 알고, 갖고 있는 실력이나 잠재력이 무척 좋거든요. 저는 성빈이 형의 성공을 굳게 믿어요.

2024 프로야구 가이드북에서 ‘진짜 독하다 싶은 선수는?’에 ‘나 윤동희’라고 KIA 이의리와 함께 딱 둘만 본인을 뽑았어요. 스스로 독하다고 느낀 포인트가 있을까요?
저는 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이걸 설명할 수 있는 딱 한 가지 얘기가 있어요. 저번 인터뷰 때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초등학교 때 동네에서 열렸던 작은 풋살 대회에서 지고 나서 누가 저를 부르든 말든 골대 뒤편에서 혼자 울고 있었던 일화요. 그때의 마음처럼 늘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제게는 독하다는 게 승부욕과 비슷한 말이라 그렇게 답했죠.

3월 31일 NC전에서는 희생플라이를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 상당히 크게 아쉬워하더라고요. 무엇에 대한 아쉬움이었나요?
희생플라이 뒤에 아쉬워하는 건 제 욕심 때문이죠. 충분히 결과가 괜찮았는데 저는 더 바랐던 것 같아요. 사실 그전까지 결과가 안 좋아서, 큰마음을 먹고 직구를 쳤는데 저는 확신을 하고 노려서 친 거였거든요. 근데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니까 정말 아쉬웠어요. 그리고 그 타구가 빠졌다면 경기도 좀 더 쉽게 풀릴 수 있었을 테니 더 크게 아쉬웠고요. 그래도 사실 야수 정면으로 가는 건 그저 운이 없었던 거니까 지금은 가볍게 넘기려 하죠.

스프링 캠프와 시범경기 때는 컨디션이 좋았지만, 시즌 초에는 부침이 있었잖아요. 그럴 때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했나요?
야구로 받은 스트레스는 야구로 풀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그냥 계속 연구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잘 칠 수 있을지 코치님들께 많이 물어보고요. 저는 부딪혀야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러면 더 심한 스트레스가 오진 않아요?) 더 큰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렇게 해야 빨리 벗어날 수 있더라고요.

‘야구 재밌다’ 싶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요?
요새 경기하는 게 계속 재밌어요. 이겨서 재밌는 것도 있지만, 지더라도 다들 털어낼 건 금방 털어내고요.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얽매이지는 않는 분위기가 생긴 게 정말 좋아요. (13점 차를 뒤집은 6월 25일 KIA전도 재밌었죠?) 그 경기가 재밌긴 했죠. 근데 사실 비하인드가 하나 있어요. 우리 팀이 4회 말에 6점을 내서 14:7이 됐을 때, 5회 초에 병살이 나왔어요. 그러고 나서 (황)성빈이 형하고 화장실에서 만나서 얘기를 했는데 제가 왠지 오늘 이길 것 같다고 했거든요. 병살이 나오고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온 것 같은 거예요. 성빈이 형도 쉽지 않긴 한데 뭔가 될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느낌이 좋았어요. 결국 못 이긴 게 아쉽긴 하지만, 패배 확률이 무척 높았던 경기를 무승부로 끝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죠.

밸런스 게임 하나 해볼까요? 접전에서 친구 타구를 호수비로 뺏은 나(6월 25일 KIA전) vs 역전 만루홈런 치는 나(4월 7일 두산전)!
저는 역전 홈런이요. 그게 더 의미가 있고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상대가 도영이라면 전자를 고르겠습니다. 도영이 타구는 잡아야죠. (그렇게 호수비하고 김도영에게 따로 연락받은 건 없나요?) 삐져서 제가 먼저 연락해도 안 받던데요? 원래 KIA랑 3연전 중에 도영이랑 밥을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두 경기 다 경기가 늦게 끝나서 못 먹었어요. 저번에 광주 원정 갔을 때 도영이가 밥을 사줘서, 이번엔 제가 사주려고 약속도 다 빼놨거든요. 근데 25일 경기가 끝나고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밥을 못 먹을 것 같다고 먼저 연락했죠. 그랬더니 “형들이 너 호수비 했다고 연락하지 말래”라고 하더라고요. (황당) 근데 저는 그날 안타를 하나 쳤거든요. 5타수 1안타예요. 저는 오히려 경기 진행요원이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한 게 없다고 장난쳤는데, 이미 삐졌더라고요. 그 뒤론 전화해도 안 받아요. 근데 오늘 보면 또 괜찮을 거예요.

#결국 끝맺음이 가장 중요하니

요즘 쳤다 하면 장타예요. 전반기 5호 홈런까지 나왔는데 이제는 아버지의 ‘똑딱이(주로 단타를 생산하는 교타자를 얕잡아 일컫는 은어)’ 취급에서 벗어났나요?
아버지 눈에 저는 아직 똑딱이입니다. 그래도 요새는 똑딱이라고는 안 하세요. 제가 요즘 반격했더니. (웃음) 전에는 “너는 그래봤자 똑딱이인데 뭐 얼마나 큰 걸 치려고 하냐?”라고 하셨거든요. 그러면 “올해는 작년보다 2루타 많이 쳤거든요?”하고 받아치죠. 지금도 매일 경기가 끝나면 제가 먼저 전화드리거든요. 야구 얘기를 하려는 것보다는 그냥 안부 전화예요. 서운해하시지 말라고 요일별로 어머니와 아버지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해요. (일주일은 7일이잖아요?) 월요일은 야구도 쉬잖아요. 야구 없는 날. (웃음) 어머니 주 3회 아버지 주 3회씩 공평하게 합니다.

아버지의 91번을 물려받은 일화가 유명하죠. 아버지는 왜 91번을 썼나요?
원래는 19번을 하려고 하셨대요. 근데 1이 처음을 상징하고, 9가 마지막을 뜻한다고 했을 때 처음보다 마지막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9를 앞으로 둬서 91번으로 달았다 하시더라고요. 나름대로 낭만 있는 번호였어요.

작년에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믿을 수 있는 선수’,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지금의 윤동희는 어느 지점에 와 있나요?
지금은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돼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 꾸준한 선수까진 아닌 듯하고요. 퓨처스리그에서 올라와 1군에서 야구 한 세월이 얼마 안 되니까요. 지금은 믿을 만한 선수로 되기 위해 가는 중이지 않을까 싶어요. (1에서 100중 지금의 진척도를 수치로 표현해 보자면요?) 20이요. 아직 멀었죠.

야구장에서는 우리 팀 선수들에게, 또 상대 팀 선수들에게 어떤 동료가 되고 싶나요?
상대에게는 타석에 들어설 때 가장 무서운 타자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 팀에서는 가장 다가가기 편한 선배가 되고 싶어요. 쉽게 다가와서 질문할 수 있는 관계가 좋고, 또 그러면서 한 팀이 된다는 마음이라서요. 우리 팀에도 그런 좋은 선배님들이 많으시거든요. 요새 저는 정훈 선배님이 정말 재밌으셔서 좋아요. (경기 중 정훈과 대화하며 웃는 게 중계에 잡혔는데, 이대형 해설위원이 그 미소는 사회생활이라고 하던데 맞나요?) 아니에요. 그거 진짜 웃은 거예요. (억울) 사실 어떤 대화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선배님이 말씀하시는 게 재밌어서 진심으로 웃은 거였어요.

늘 뜨겁게 응원해 주시는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인사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저번 인터뷰 때도 말씀드렸는데, 10개 구단 중 가장 열정적이고 응원이 좋은 팀은 우리 롯데 자이언츠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저도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도 팬 여러분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고, 많이 이겨서 우리 롯데 자이언츠 팬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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