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도 발열' 뜨거워진 AMD 그래픽카드에 사용자가 놀랐다
그래픽카드(GPU) 업계는 엔비디아(Nvidia)와 AMD 양강 구도다. 엔비디아가 선두 주자고 AMD가 이를 뒤쫓고 있다. AMD는 지난해 말 엔비디아 차세대 플래그십 RTX 4080을 겨냥한 고성능 GPU 라데온 RX 7900 시리즈를 내놓았다. 이 중 시리즈 최고 라인업인 RX 7900 TXT는 RTX 4080에 버금가는 성능을 내면서, 200달러 저렴해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RX 7900 TXT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 일부 RX 7900 TXT 사용자들이 과도한 발열과 이로 인한 스로틀링(Throttling)을 겪기 시작한 것. 스로틀링이란 제품 손상 방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성능을 낮추는 현상이다. 예컨대 발열이 심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제품 파손 가능성이 높다. 이때 성능을 낮춰 온도를 내리는 행위가 스로틀링이다.
스로틀링은 인위적으로 성능에 제약을 거는 것이기에, 성능 저하가 발생한다. 즉, 제품이 최고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제조사는 방열 설계에 소홀하면 안 된다. 지난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갤럭시 S22 ‘GOS’ 논란만 봐도 그렇다. GOS 논란은 소프트웨어로 성능을 낮춰 발열을 해결하려다 역풍을 맞은 대표 사례다.
RX 7900 TXT 스로틀링 이슈는 지난달 말 점화했다. 일부 RX 7900 TXT 사용자들이 섭씨 110도에 달하는 발열과 함께 스로틀링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모두 AMD 레퍼런스 모델을 사용 중이었다. PC 부품 온도가 100도를 넘어서면, 좋지 않은 신호다. 성능 저하는 물론 제품 손상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AMD는 GPU 온도가 110도를 넘어서는 게 정상 범위라고 일축했다. 동시에 제품 환불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AMD는 엔비디아가 RTX 4090 전원 단자 이슈 대응을 저격한 바 있다. 그랬던 AMD가 자사 제품 이슈에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용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AMD는 뒤늦게 다시 입장을 내놓았다.
4일(현지시간) IT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Hardware)는 AMD가 RX 7900 TXT 발열 스로틀링 문제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AMD 측은 매체를 통해 “일부 사용자들이 제기한 스로틀링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레퍼런스 모델에서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며,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문제를 인정했으나 원론적인 답변에 그친 셈이다.
단 AMD는 이번 이슈로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이 동일한 현상을 겪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매체에 따르면 레퍼런스 모델이 초기에 출시됐기에, 차세대 AMD GPU를 선택한 상당 수 사용자들이 스로틀링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행이라면 한 체급 낮은 RX 7900 XT에서는 과한 발열이나 스로틀링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베이퍼 챔버'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외신 디지털트렌드(DigitalTrends)는 유명 오버클럭 전문가 로만 하르퉁(Roman Hartung)의 실험 결과를 인용하며, RX 7900 TXT 베이퍼 챔버 설계가 발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실험에 사용된 모든 RX 7900 TXT에서 장착 방향에 따른 온도 차이가 10~15도 가까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베이퍼 챔버는 내부 냉매가 액체·기체 상태로 반복 순환하면서 열을 다른 곳으로 전달한다. 헌데 GPU 장착 방향에 따라 방열 성능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베이퍼 챔버 내 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다수 외신도 이에 동의한다. 허나 베이퍼 챔버 내부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기에, 아직 100% 확신하기 어렵다.
엔비디아, AMD는 연달아 최근 출시한 차세대 GPU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이슈로 곤혹을 치르는 형국이다. 앞서 엔비디아는 RTX 40 시리즈 끝판왕인 RTX 4090 전원 단자가 녹아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원인은 새로운 단자인 16핀으로 지목됐다. 엔비디아에 이어 AMD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와 AMD는 외장 GPU 대표 업체이며, 최고 라인업이라면 설계에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문제를 해결해 사용자의 불만을 잠재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