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와 3개월만 손절’ 수원FC 졸속 행정 끝판왕…김은중도 비판할만했다 [SS포커스]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7억 한순간이네, 세금 낭비다”
“기업구단이 바보라서 영입 포기했겠냐”
“수원FC 팬 한게 죄냐, 왜 우리가 조롱받아야 하냐.”
13일 수원FC 소셜미디어. 최순호 단장이 승부조작으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와 계약 해지를 발표하며 올린 입장문 댓글난엔 구단의 아마추어같은 행정을 질타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손준호와 3개월만에 전격 이별을 선택한 수원FC의 결정인 졸속 행정의 ‘끝판왕’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원FC는 창단 이후 선수단의 다채로운 스토리와 투혼 섞인 경기력 등으로 주목받았지만 여러 차례 프런트 행정에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선수단 운영과 관련해서는 수장인 김은중 감독조차 공개적으로 “(우승 경쟁하는 시도민구단) 강원과 우리의 차이이지 않느냐”며 작심발언한 적이 있다.
수원FC는 김 감독 체제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나 지난 여름 이승우, 권경원 등 공수 핵심 요원을 모조리 판 데 이어 대체자 영입에 실패했다. 특히 그토록 바란 외인 스트라이커를 품지 못하면서 김 감독은 후반기 미들라이커 전술을 가동 중이다. 그런 가운데 수원FC가 선택한 새 얼굴은 손준호다.
손준호는 입단 이후 주력 미드필더 구실을 했는데 결국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팀 전력에 마이너스만 안기게 됐다.
예견된 사태여서 팬을 더 속상하게 한다.
그는 중국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 소속이던 지난해 5월 상하이 홍차오 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가 공안에 연행됐다.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를 받았는데 때마침 그의 동료가 승부조작에 연루돼 구단은 쑥대밭이 됐다. 손준호 역시 승부조작에 가담 또는 산둥 이적 과정에서 금품 수수 의심을 받았다. 그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무려 10개월여 철장 신세를 지다가 지난 3월 풀려나 귀국했다.
국내엔 현지에서 혐의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그는 귀국 이후 중국 구금과 관련해 한 번도 제대로 된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 일각에서 떳떳하게 스스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으나 침묵했다. 그라운드 복귀를 추진하면서 해명되지 않은 의혹이 공존했다. 친정팀 전북 현대 복귀가 무산된 것도 관련 리스크가 궤를 같이한다. K5리그 건융FC에서 몸을 만든 뒤 친정팀 전북 훈련장에 합류하며 다시 녹색 유니폼을 입는 듯했다. 그러나 구단은 물론 모기업에서 자체 조사를 통해 손준호의 중국 구금 리스크를 우려했고, 막바지 협상이 틀어졌다.
하지만 축구인 선배 최순호 단장이 손준호를 품기로 결정하면서 수원FC행이 성사됐다. 다만 이 시기에도 축구계엔 손준호 리스크 관련 소문이 나돌았다. 그의 영입을 철회한 전북 뿐 아니라 다른 구단도 관련 정보를 확보했다.
공교롭게도 손준호 리스크가 재점화한 건 당사자의 목소리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18일 울산HD전에서 1400일 만에 K리그 복귀골을 넣은 뒤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깜짝 발언하면서다. 그런데 일주일 뒤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은 그의 구금 리스크를 언급하며 뽑을 수 없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당시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 징계 발표를 앞뒀을 때인데, 관련 내용이 이미 축구협회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준호는 지난 1일 강원FC 원정 직후 이와 관련한 취재진 인터뷰를 또다시 거절했다. 그리고 10일 중국축구협회가 그의 영구제명 징계를 발표했다. 손준호는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해명이 도리어 화를 일으켰다. 특히 중국 법원에서 20만위안(약 3700만원) 금품 수수 혐의가 유죄로 판결된 것을 두고 하루빨리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재개하기 위해 판사와 거래했다는 것이나, 팀 동료로부터 받은 건 맞지만 그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 석연찮은 해명으로 일관했다.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의 처사를 지켜볼 뜻을 품은 최 단장도 더는 그와 함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연스럽게 수원FC 팬은 단순 최 단장의 사과로만 국한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단 자체가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이다. 순준호는 올 12월까지 단기 계약했는데 옵션 포함 5억원을 받기로 했다. 이미 절반 가까운 금액을 수령했다. 수원FC 팬은 감독이 원하는 선수 영입에 실패한 마당에 승부조작 논란이 있는 선수에게 세금을 들여 급여를 줬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한 팬은 최 단장은 물론 구단주인 이재준 수원 시장의 사과까지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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