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의 포트폴리오 변화 흐름을 짚어봅니다.

빗썸이 지난해 자체 보유 가상자산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 자산 구성의 무게중심도 바뀌었다.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 중심이었던 포트폴리오가 비트코인·테더(USDT)·리플(XRP) 중심으로 재편됐다.
빗썸의 가상자산 장부금액 증가는 가격 상승 효과보다 보유 수량 확대의 영향이 더 컸다. 특히 테더와 리플이 빠르게 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이 두 자산과 비트코인을 합산한 비중은 1년 새 19.3%p 늘어난 57.3%를 기록했다.
가격보다 수량이 키운 보유자산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빗썸의 2025년 말 가상자산 장부금액은 2793억원으로 전년 말(966억원)보다 1828억원 증가했다. 재무상태표상 가상자산 계정이 1년 만에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주목할 부분은 가격이 아니라 수량이다. 2025년 말 기준 비트코인 단가는 1억2844만원으로 전년(1억4201만원)보다 낮아졌고, 이더리움도 434만원으로 전년(509만원)보다 하락했다. 통상 가격이 내리면 장부금액도 줄기 마련이지만 빗썸은 반대 흐름을 나타냈다.
비트코인 보유 수량은 180개에서 529개로, 이더리움은 3314개에서 5344개로 각각 늘었다. 테더는 547만 개에서 4326만 개로, 리플은 394만 개에서 1394만 개로 급증했다. 장부금액 확대는 시세 상승보다 매입 확대에서 비롯됐다.
가격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장부금액이 커진 만큼 지난해 자산 증가는 보유 물량 확대의 성격이 짙었다. 현금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가상자산 취득액은 4030억원으로 전년(572억원)보다 약 7배 증가했다.
빗썸은 보유 가상자산을 수수료 지급 등 다양한 사업 목적에 활용하고 있다. 테더와 리플 보유 확대 역시 단순 투자 판단보다는 사업상 활용도를 염두에 둔 재고 관리 성격이 강하다. 테더마켓과 코인대여 서비스에서 활용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보유량을 확충했다.
이더리움 존재감 약화…리플·테더 전면으로
빗썸의 포트폴리오 재편은 가상자산 비중 변화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4년 말 비트코인·테더·리플 3개 자산의 합산 비중은 38.0%였지만 2025년 말에는 57.3%로 높아졌다. 금액 기준으로 비트코인 595억원, 테더 629억원, 리플 378억원이다.
반면 기타 자산 비중은 41.1%에서 24.9%로 낮아졌다. 보유 자산을 상위 종목 위주로 정비해 사업 활용도가 높은 종목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이더리움의 위상 변화도 뚜렷했다. 이더리움 장부금액은 168억원에서 232억원으로 늘었지만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4%에서 8.3%로 반토막 났다. 절대 규모는 커졌으나 테더와 리플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던 포트폴리오는 비트코인·테더·리플 3각 체제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비트코인이 핵심 축을 유지한 가운데 스테이블코인과 송금 관련 자산 비중이 함께 커진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이는 이더리움 보유량 자체가 전년보다 늘어난 가운데 테더와 리플의 확대 속도가 더 빨랐던 데 따른 결과다.
빗썸 관계자는 "가상자산 재고 관리 차원에서 테더마켓 및 코인 대여 서비스 운영 등 향후 활용처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보유량을 확대한 것"이라며 "이러한 사업적 목적에 따라 테더와 리플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체 자산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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