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인가 황금거위인가..ARM 인수 복합방정식 푸는 이재용
컨소시엄 구성하면 활용 가치 떨어져
ARM의 저전력 반도체 설계기술 매력
전략적 기술 제휴 통해 양사 윈윈 방안도
[이데일리 김상윤 이다원 기자] “ARM은 계륵(鷄肋) 같은 존재가 됐다. 인수하기에는 지나치게 고평가됐고 그렇다고 인수하지 않을 경우 경쟁사보다 불리할 수도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영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ARM과 삼성전자와 ‘빅딜’ 가능성에 이같이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ARM 인수 관련 ‘복합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ARM을 직접 인수하지 않더라도 ARM이 보유한 기술력을 삼성전자에 접목해 시스템반도체 기술력을 끌어올릴 묘안을 찾는 게 관건일 전망이다.
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과 손 회장과 만남에 대해 애써 쉬쉬하는 분위기다. 전자업계 양대 거산의 만남은 이 부회장의 언급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질지 밝혀진 게 없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개천절 연휴 때 회동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ARM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삼성전자로선 손 회장과의 만남을 구체적으로 알리면서 ARM 가치를 키워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공정거래위원회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인수 불허 결정이 복병이 됐다. FTC는 ARM이 모든 반도체 회사에 저전력 아키텍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퀄컴 등 팹리스 업체들에 라이선스(특허)를 주지 않거나 사용료를 비싸게 팔 가능성이 있다며 인수를 막았다. ARM은 이제 특정 반도체 기업이 사실상 단독으로 살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린 셈이다.
남은 카드는 컨소시엄 통한 인수지만 연합군을 구성하는 게 간단치 않다. 이를테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AP에서 1,2,3위 업체인 미디어텍, 애플, 퀄컴 등과 공동인수하면서 독과점 논란을 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여러 기업이 지분을 모두 공유할 경우 삼성전자가 자사에 유리하게 ARM의 라이선스를 이용할 수가 없어 M&A 효과가 떨어진다. 지금처럼 ARM의 아키텍처 라이선스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가 ARM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팹리스 업체를 끼워 넣어 공동인수에 나서면서 저전력반도체 생산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있다. ARM 기반의 새로운 팹리스가 등장하면서 시스템반도체 경쟁을 보다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득을 준다면 FTC가 불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외 다른 후발주자들이 수조원을 지불하면서 ARM 인수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ARM의 아키텍처를 쓰지 않고 있는 팹리스들과 연합군을 구성하면 독과점 논란을 돌파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이같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고 ARM을 퀄컴, 인텔, 미디어텍 등 다른 경쟁사에 뺏기는 것도 달가운 카드가 아니다. 자칫 ARM의 핵심 기술이 경쟁사에게 유리하게 활용될 경우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로서는 시스템반도체 격차를 줄이기 쉽지 않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저전력반도체 기술은 현재로서는 ARM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이미 애플 등은 ARM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코어 칩 설계기반을 ARM에서 RISC-V(리스크 파이브)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뱅크는 ARM의 고객을 잡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서 굳이 무리하게 ARM 인수에 나서기보다는 전략적인 제휴를 강화하면서 ARM의 설계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낫다”고 귀띔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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