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포커스] DB손해보험, 여성 임원 단 1명…'유리천장' 심각

서울 강남구 DB손해보험 사옥 /사진 제공=D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의 고위 임원 중 여성은 올해도 1명에 그칠 것으로 보여 '유리천장(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 장벽)'이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여성 임원비율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됐음에도 DB손보의 혁신 의지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4일 DB손보는 2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중 임기가 만료되는 최정호 사외이사 외에는 모두 기존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또 최 사외이사 자리에는 박세민 고려대 로스쿨 교수를 선임하기로 의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DB손보의 여성 임원은 전선애 사외이사가 유일하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과 가치를 기업 경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여성 임원을 중용하는 추세다. 비교적 변화에 늦고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보험 업계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업종이 가진 특수성 때문에 승진 고과 반영에 영업 실적 비중이 높았다"며 "여성의 경우 결혼과 출산 등 경력공백에 따른 제약으로 승진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여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돼 여성 관리자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개설됐고 여기서 여성 임원을 실제로 배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상무 이상 여성 임원 비율, 각사 2024년 결산 보고서 자료 취합 /그래픽=박준한 기자

보험 업계에서도 이같은 분위기 속에 기존에는 10%도 채 안 되던 여성 임원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손해보험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이 비율이 거의 20%에 육박하며 업계 전체 비율을 높이는데 한몫했으며 다른 보험사들도 10% 내외에서 유지 중이다.

삼성화재는 소속 여성 임원 인원은 12명으로 한화생명(10명)과 함께 두자릿수가 넘는다. 그동안 DB손보와 함께 여성 임원 발탁에 소극적이라 평가받던 KB손해보험도 최근 3년에 걸쳐 신규 임원에 여성을 발탁해 지난해 기준 상무 이상 여성 임원이 3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DB손보는 2022년 8월 자본금이 2조원을 넘는 상장 기업은 이사회의 이사 가운데 적어도 1명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부합하는 최소 기준만을 유지 중이다. 이를 두고 1명의 여성 임원마저도 '보여주기 식'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내부 수혈보다는 사외이사와 같이 외부 수혈에 초점을 맞춘다고 봐서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교수는 "자본시장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사외이사 위주로 여성 임원만 있는 점은 상징성에만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며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는 단순한 법 개정에 그쳐서는 안되고 여성 임원 후보자를 양성할 수 있는 노력을 유도하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DB손보 측은 "(해명 등) 따로 할 얘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금융권은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맞아 여성리더 발굴·육성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권에서는 KB손보가 여성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여성 직원의 커리어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