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다이어트]① '카트' 이어 '크아' 멈춘다…캐주얼 왕국의 재편

과감한 정리로 체질 개선에 나선 넥슨의 '다이어트' 현황과 재무 배경, 향후 전략을 살펴봅니다.

크레이지아케이드 이미지/사진=유튜브 갈무리

25년간 자리를 지킨 크레이지아케이드가 올해 8월 서비스를 끝낸다. 출시 17년 차의 크레이지슈팅 버블파이터도 이달 24일 먼저 문을 닫는다. 앞서 원작 '카트라이더'가 멈춘 데 이어 후속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드리프트)'도 서비스를 접었다. 이로써 넥슨 캐주얼 게임의 대표 캐릭터 다오와 배찌가 25년 만에 물풍선을 내려놓게 됐다.

넥슨이 2000년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대중성을 넓히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캐주얼 게임들이다. 장수작이라도 이용자 기반과 운영 효율, 업데이트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더 이상 예외가 되기 어렵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크레이지파크 계보가 끊긴다

크레이지아케이드는 넥슨 캐주얼 게임의 출발점에 가까운 작품이다. 물풍선으로 상대를 가두는 단순한 방식은 어린 이용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성을 만들었다. 여기서 태어난 다오, 배찌, 우니는 이른바 '크레이지파크' 시리즈로 불리는 후속 작품들로 이어지며 넥슨 캐주얼 지식재산권(IP)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카트라이더는 그 캐릭터를 레이싱으로 옮겼다. 조작은 단순했지만 숙련도에 따라 실력 차이가 나는 구조를 만들며 한때 '국민 레이싱 게임'으로 불릴 만큼 PC방과 e스포츠 영역까지 확장됐다. 버블파이터에서는 같은 캐릭터들이 물총을 들고 슈팅 장르로 나아갔다. 세 게임은 장르가 달랐지만 같은 캐릭터, 쉬운 조작, 짧은 플레이 시간, 낮은 진입장벽이라는 넥슨식 캐주얼 게임의 공식을 공유했다.

최근 종료 흐름이 의미를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트라이더 원작이 종료됐고 드리프트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버블파이터와 크레이지아케이드까지 종료되면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크레이지파크 게임은 모바일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만 남는다. 남는 것은 캐릭터와 기억이지만 서비스로서의 생명은 다른 문제다.

넥슨은 이달 11일 크레이지아케이드 서비스 종료 소식을 공지했다. /사진=크레이지아케이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후속작도 답이 되지 못했다

드리프트는 넥슨이 장수 IP를 새 환경으로 옮기려 한 대표 사례였다. 원작 카트라이더를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글로벌·멀티플랫폼 후속작으로 계승하려는 시도였다. PC 중심의 오래된 구조를 넘어 콘솔과 모바일까지 확장하려는 선택이었다. 넥슨은 드리프트 출시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2023년 3월 원작 카트라이더 서비스를 종료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드리프트는 원작 이용자의 향수를 흡수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새 이용자도 확보해야 했다.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했지만 결국 2년 7개월 만인 2025년 10월 서비스를 접었다. 원작을 닫고 후속작으로 넘기는 방식의 IP 계승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이 대목은 넥슨 입장에서도 뼈아프다. 장수 IP는 익숙한 캐릭터와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그만큼 이용자 기대치도 높다. 원작을 그리워하는 이용자에게는 변화가 낯설 수 있고 새 이용자에게는 오래된 IP의 문법이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넥슨은 원작 기반의 '카트라이더 클래식'으로 시리즈의 명맥을 잇겠다고 발표했다. 아직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장수작만의 일이 아니다

넥슨의 서비스 종료 흐름은 캐주얼 구작에만 머물지 않는다. 메이플스토리2는 메이플스토리라는 핵심 IP의 파생작이었지만 서비스를 끝냈다. 워헤이븐, 빌딩앤파이터, 나이트 워커, 슈퍼바이브 등 비교적 최근 출시됐거나 퍼블리싱된 게임들도 짧은 수명 끝에 정리됐다.

이는 넥슨이 장르나 출시 시점보다 성과를 더 엄격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오래된 게임은 운영 효율을 증명해야 하고 신작은 시장 안착 가능성을 빠르게 보여줘야 한다. 핵심 IP의 파생작이라고 해도 본편의 이름값만으로 장기 서비스를 보장받기는 어렵다. 이런 기류는 올해 2월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 취임과 함께 포트폴리오 전반의 수익성 재검토가 시작되면서 더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출시 이후에도 서버 운영, 보안, 고객 대응 등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 이용자 규모가 줄어도 이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업데이트가 줄면 이용자는 더 빠르게 빠지고 이용자가 줄면 다시 업데이트 명분이 약해진다. 장수작의 추억은 자산이지만 운영 현장에서는 비용이기도 하다.

카트라이더 원작과 드리프트, 버블파이터, 크레이지아케이드는 각각 다른 이유로 종료 수순에 올랐지만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남길 게임과 덜어낼 게임을 가르는 넥슨의 다이어트가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크레이지슈팅 버블파이터는 이달 24일, 크레이지아케이드는 8월 13일 서비스 종료가 예정됐다. 넥슨은 각 게임 공지를 통해 종료 일정과 환불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넥슨 측은 서비스 중인 게임의 종료가 회사 차원의 일괄적인 기조가 아닌 "각 게임별 사업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용자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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