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 RWA, 美 국채·금 이끌고 시총 41조 돌파

전시현 기자 2026. 5. 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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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프랭클린템플턴 등 월가 큰손 가세
/rwa.xyz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린 '토큰화 실물자산(RWA·Real World Asset)' 시장이 1년 만에 4배 가까이 몸집을 불렸다. 미국 국채와 금이 양대 축으로 부상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무게중심이 변동성 큰 코인에서 안정적 달러 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가의 블랙록과 프랭클린템플턴 등 큰손들도 본격 가세하며 판이 커지는 양상이다.

▲ 1년 만에 88억에서 299억달러…토큰화 美 국채, 성장 견인

4일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알더블유에이엑스와이지(RWA.xyz)의 실시간 대시보드 집계 결과 지난해 4월 88억달러 규모였던 토큰화 실물자산(RWA) 시장 규모는 올해 4월 299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1년 만에 약 240% 이상 성장한 수치로 자산별 성장세에 따라 최대 420%에 달하는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게코가 같은 달 발간한 '2026 RWA 리포트'까지 종합하면 시장 전체 규모는 약 302억달러(약 41조원)에 이른다. 토큰화 RWA는 미국 국채·회사채·부동산·금 같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디지털 토큰 형태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상품으로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을 잇는 가교로 평가받는다.

성장세를 주도한 자산은 단연 토큰화 미국 국채다. 알더블유에이엑스와이지(RWA.xyz)의 '토큰화 미 국채' 페이지가 공개한 '분배 가치'는 150억7000만달러로 2023년 초 대비 무려 37배 폭증했다. 1년 전 39억달러 수준이던 시장이 4배 가까이로 커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코인 중심이던 가상자산판이 달러 안전자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의 본질을 '인프라 전환'으로 본다. 블랙록의 디지털자산 책임자는 최근 콘퍼런스에서 "토큰화는 자본시장의 새로운 운영체제(OS)가 되고 있다"며 "비유아이디엘(BUIDL) 펀드가 28억달러 규모로 성장한 것은 기관들의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프랭클린템플턴 디지털자산 부문 책임자 로저 베이스턴도 자사 벤지(BENJI) 머니마켓펀드(MMF) 관련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위에서 운용되는 머니마켓펀드는 24시간 작동하는 글로벌 결제망과 결합해 기존 금융이 따라올 수 없는 효율을 낸다"고 평가했다.

▲'비유아이디엘·벤지·오유에스지' 월가식 RWA 빅3

업계는 토큰화 국채의 폭발적 성장 배경을 '제도권 친화적 구조'에서 찾는다. 시장 분석가는 "토큰화 국채는 은행이나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도 블록체인에서 직접 미국 국채 수익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며 "기관 입장에서는 규제 준수 상태에서 달러 기반 안정 수익을 온체인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이 단순 투자 수단을 넘어 기관 자금을 굴리는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블랙록의 비유아이디엘(BUIDL), 프랭클린템플턴의 벤지(BENJI),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의 오유에스지(OUSG) 등이 시장을 삼분(三分)하며 '월가식 RWA 빅3'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원자재 토큰화의 성장 곡선은 더 가파르다. 코인게코 '2026 RWA 리포트'에 따르면 토큰화 금 현물 거래량은 올해 1분기에만 907억달러를 기록, 2025년 연간 거래량(846억4000만달러)을 단 3개월 만에 추월했다. 거래의 대부분은 중앙화 거래소(시이엑스·CEX)에서 이뤄졌으며 국제 금값 강세와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가 온체인 금 수요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코인게코 측은 "기관과 개인 모두에서 디지털 금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엑스에이유티·팍스골드 양강구도…상품형 RWA 89% 장악

토큰화 금 시장은 사실상 두 종목의 양강 구도다. 코인게코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테더(Tether)가 발행하는 엑스에이유티(XAUT)와 팍소스(Paxos)가 운영하는 팍스골드(PAXG)가 1분기에만 각각 18억7000만달러, 18억달러씩 시가총액이 늘며 상품형 RWA 성장의 89.1%를 차지했다.

시총 기준 엑스에이유티(XAUT)는 25억2000만달러, 팍스골드(PAXG)는 23억2000만달러 수준. 두 토큰 모두 실물 금 1온스에 1대1로 연동돼 투자자는 금괴를 직접 보관하지 않고도 24시간 가격 변동에 투자할 수 있다. 코인게코는 "토큰화 상품 부문이 2025년 대비 289% 성장했다"며 가장 빠르게 확장하는 카테고리로 꼽았다.

미국 국채와 금이 RWA 시장의 양대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토큰화 자산은 가상자산 업계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캔턴 네트워크가 2026년 1월 발간한 '스테이트 오브 RWA 토큰화 2026 리포트'는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RWA 시장이 이미 360억달러를 넘어섰다"며 "규제 명확성·기관용 커스터디·표준화된 보고체계가 갖춰지면 수조달러 규모로 확장될 잠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에이디디엑스(ADDX)와 공동으로 갱신한 '온체인 자산 토큰화의 의의' 보고서는 2030년까지 토큰화 자산 시장이 16조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모건스탠리도 '디지털자산 리서치 노트'에서 같은 시점 시장 규모를 수조달러대로 점쳤다. 시장에서는 "올해 안에 RWA 시장이 1000억달러 고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 월가가 짠 새 판, 한국은?

월가가 토큰화 인프라를 빠르게 선점하는 사이 국내 금융권의 대응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토큰화 국채와 금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한국 자산운용업계도 결국 같은 구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규제 정비와 커스터디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가 2025년 토큰증권(STO)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일부 시중은행과 증권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분산원장 기반 인프라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글로벌 운용사들이 주도하는 달러 기반 RWA 시장과의 직접 연결 고리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RWA 시장이 1000억달러 시대를 눈앞에 둔 만큼 국내 제도권이 글로벌 표준과 호환되는 커스터디·결제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향후 시장 참여 여부를 가를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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