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선 통신장비 제조 기업 세나테크놀로지가 모터사이클용 팀 커뮤니케이션 시장을 넘어 산업·로봇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피지컬 AI(인공지능)의 확산으로 로봇과 작업자 간 실시간 소통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메시 통신' 기술을 산업현장과 로봇 협업 환경에도 적용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나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793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판관비 부담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매출의 대부분은 모터사이클용 팀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발생했다. 해당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510억원으로 전체의 84.2%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산업현장용 장비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현장용 팀 커뮤니케이션 매출은 7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4%에 그쳤다. 아직 비중은 작지만 전년(47억원) 대비 68.9% 증가했다. 회사는 모터사이클 인터콤 시장에서 쌓은 메시 통신 기술을 건설·제조·로봇 협업 현장으로 넓히면서 신규 성장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나테크놀로지는 1998년 설립된 무선 통신 기술 기반의 기업이다. 초기에는 임베디드 인터넷과 머신투머신(M2M) 영역에서 기술력을 쌓았고, 이후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 주행 중 대화할 수 있는 팀 커뮤니케이션 기기를 주력으로 키웠다. 현재는 모터사이클뿐 아니라 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와 함께 산업현장용 메시 통신 제품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메시 기술, 로봇 현장의 통신 인프라
세나테크놀로지의 핵심 경쟁력은 독자 개발한 메시 인터콤 기술이다. 메시 통신은 중앙 허브 없이 기기들이 서로 직접 연결망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일부 기기가 통신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남은 기기들의 연결은 유지된다. 이는 제조·건설·물류 현장 등 장애물이 많고 작업자가 계속 이동하는 환경에서도 네트워크를 유연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한다.
피지컬AI의 확산도 이 같은 사업 확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 로봇이 실제 현장에 투입되면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관제 시스템이나 작업자, 다른 로봇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모델만큼 현장에서 이를 연결하는 통신 인프라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도 세나테크놀로지의 로봇·산업현장 확장 가능성을 성장 요인으로 평가했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세나테크놀로지는 와이파이(Wi-Fi) 대비 이동 중 끊김이 없고 지연성이 낮은 강점을 기반으로 사람과 로봇 간 메시 네트워크로 직접 연결하는 방식의 로봇 산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며 "연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경우 밸류에이션 상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 확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나테크놀로지는 최근 로봇 관제 솔루션 기업 클로봇과 로봇-작업자 음성 통신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세나테크놀로지의 메시 무선통신 기술과 클로봇의 로봇 관제 플랫폼을 결합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로봇과 작업자가 음성으로 소통하고 관제 시스템과 현장 단말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환경을 구축하는 등 회사가 로봇 커뮤니케이션 시장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무차입 재무구조…신사업 여력 확보
외형 확장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크지 않은 점도 세나테크놀로지의 강점으로 꼽힌다. 회사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887억원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은 16.7%에 그쳤다. 단기차입금은 2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에 가까운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지난해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공모자금 318억원도 예·적금으로 운용 중이어서 신규 사업 확장에 활용할 여력을 남겼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창업자가 경영을 이끌고 있지만, 최대주주는 PEF(사모펀드)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2021년 카카오게임즈는 세나테크놀로지의 지분 54.5%를 952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카카오게임즈는 2024년 보유 지분 중 37.55%를 케이스톤파트너스 측 특수목적법인(SPC)인 케이오일호투자에 785억원에 매각했다.
현재 창업자인 김태용 세나테크놀로지 대표가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케이스톤파트너스의 인사들도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5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과 취득 주식의 전량 소각을 결정하며 상장 이후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섰다.
앞으로의 과제는 산업·로봇 커뮤니케이션 사업이 기존 모터사이클 중심 매출 구조를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느냐다. 산업현장용 제품군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로봇 관제, 제조 자동화, 스마트 건설 등으로 고객층을 넓히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세나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모터사이클 팀 커뮤니케이션 제품이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가운데 산업 현장과 로봇 커뮤니케이션으로 기술 적용처를 넓히고 있다"며 "검증된 메시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로봇 협업 환경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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