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9파전’ 라인업 확정···40대·여성 포함

조문희 기자 2024. 9. 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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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6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 ‘라인업’이 12일 확정됐다.

현지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고시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총 9명 후보자가 출사표를 냈다. 입후보에 추천인이 필요해진 1972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 직전까지 총재 선거 최다 출마자는 5명이었다.

복수의 여론조사를 보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43), ‘만년 잠룡’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67)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63)이 멀찍이 뒤쫓는 것으로 나타나 ‘2강 1중’ 평가가 나온다. 고노 다로 디지털상(61),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49),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63),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68),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68)도 출마를 선언했고,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71)은 전날 마지막 후보자로 나섰다.

추천인 20명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64)과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65)은 단일화 논의가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모두 출마를 포기했다. 노다 전 총무상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지지할 방침이며,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에 취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복수의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전 간사장이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출마를 선언한 9명 면면을 보면 40대 남성 2명, 60대 남성 5명, 60대 이상 여성 2명이다. 40대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으로, 40대 의원이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은 2009년 당시 40대 중반이던 고노 디지털상,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상 이후 처음이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당선될 경우 44세에 총리가 된 이토 히로부미의 기록을 깨고 역대 최연소 총리가 된다.

여성 후보는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가미카와 외무상 등 2명이다. 1955년 자민당 창당 후 여성 총재는 나온 적이 없다. 세습 정치인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비롯해 이시바 전 간사장, ‘고노 담화’로 잘 알려진 고노 요헤이 전 내각관방장관의 장남인 고노 디지털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 등 5명으로 전체 후보자의 절반 이상이다.

역대급으로 후보가 난립한 배경으로는 지난해 ‘비자금 스캔들’ 이후 당내 파벌 대부분이 해체되면서 물밑 교통정리가 불가능해진 상황이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내 6개 파벌 중 아소파 이외 모두가 해산을 결정한 이후 치르는 첫 총재 선거”라며 “파벌의 비자금 스캔들 문제에 따른 정치개혁과 성장 전략 등 경제 정책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종 판세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5번째 도전에 나선 이시바 전 간사장과 첫 출전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선호도 1위 각축을 벌이고는 있지만, 둘 모두 온건 보수로 분류돼 당내 최대 파벌이던 아베파 등 강성 보수 세력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을 차기 의회 선거에 공천해선 안 된다’는 이들의 주장이 당 밖에는 쇄신으로 비치지만 당내 의원들의 표심을 얻는 데는 불리한 요소라는 딜레마도 있다.

후보자들은 이날 오후 소견 발표 연설회를 각각 열었고, 13일 후보자 공동 기자회견을 한다. 이후 투·개표일인 오는 27일까지 총 15일간의 선거기간 동안 전국 8곳에서 연설회·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정부·여당은 자민당 신임 총재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후임 총리로 지명하는 임시국회를 내달 1일 소집하기로 했다. 이날 중의원(하원), 참의원(상원) 양원 본회의에서 신임 총리를 지명하고 새 내각을 발족할 예정이다. 신임 총리는 비자금 스캔들 여파를 넘어서기 위해 중의원 해산, 조기 총선거 실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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